한참 전에 뭘 쓴다고 4개월을 꼬박 잠도 못자고 고생한 적이 있다.
나중에 일이 끝나고 내 모습을 보니 머리가 반백으로 변했기에 혼자서 오자서가 하룻밤 만에 백발이 되었다는 말이 사실이었구나 하면서 웃었던 적이 있었다.
그 이전부터 무협소설을 한 편 써보고 싶다는 욕망은 간직하고 있었고, 세월이 갈수록 그 욕망은 사그라지기는커녕 더욱 강해져서 결국 어줍지 않은 실력으로 손을 대게 되었다.
밤낮이 거꾸로 된 생활이 벌써 보름.
쓰면 쓸수록 느껴지는 것은 내 한계.
스토리를 구상하면 자료가 부족하고, 상황을 설정하면 필력이 달리고, 인물을 묘사하면 어색하기 짝이 없다.
설산비호, 낙성추혼, 혈무, 소십일랑전, 다정검객무정검, 절대쌍교, 절대지존, 풍운만장, 독수마검, 군림천하…
그 많은 명작들처럼 고전적이면서도 향기 그윽하여 오래 사람의 기억에 남는 글을 쓰고 싶은데.
쓴 것을 읽어보고 고치고, 졸다가도 벌떡 일어나 줄거리를 아예 뜯어고치고, 다시 읽어봐도 이상하고 재미도 없다.
담배를 좋아하지만, 이렇게 피워대니 재떨이는 금방 비워야 하고, 커피를 많이 마셔서 아침이 훤하게 시작될 때에는 입안이 깔깔하다.
문득 생각보다 장면진행이 잘된 것 같아서 혼자 웃는다.
이야기가 예상도 하지 않았는데 우연히 앞뒤가 맞아서 로또라도 맞은 기분이다.
아, 한 장이 또 끝났다.
얼른 올리고 편한 마음으로 담배 한 대 물고 창밖을 보며 기지개를 핀다.
졸린 눈으로 잠시 쉬려는데 또 마음이 두근두근한다.
얼마나 봐 줄까? 댓글이라도 달렸을까?
다음 장 쓸 궁리 안하고 뭐하는 거야?
혼자 중얼거리며 굳어진 어깨를 두들겨 본다.
벌써 보름.
머리가 왜 이리 빠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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