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타니가와 나가루
작품명 :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
출판사 : 대원CI
이번엔 패러디의 형식으로 감상글을 써 봅니다. 사실 밑의 글이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를 보면서 가장 하루히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랄까요.. 그냥 서술하면 재미가 없어질 것 같아서 소설의 형식을 빌려봅니다(정말?). 사실 더 써야 하는데 쓰기가 귀찮아서 꽁트로 전락해버린 하찮은 글이긴 합니다만...
그럼..
***
"난 그때 깨닫게 된거야. 경기장 안에 모여있던 그 수많은 사람들이, 어렸던 내가 자칫하면 묻혀버릴 만큼 엄청나게 모여있던 사람들이 정작 일본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더 나아가 온 세계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비교해 본다면 터무니없이 적은 수였다는 걸. 결국 내가 규정한 '특별함'은 스타디움 내의 모든 사람들이 각자 하나씩은 가지고 있었을 '일상적인 특별함' 이었던 거야."
스즈미야는 자신을 바라보는 내 시선을 느꼈는지 시선을 지평선에 두며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어느덧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여 붉어진 주변은 약간의 적막감을 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어. 내가 여태까지 즐겨왔던 일상은 더 이상 특별한 공간이 아니라는 걸. 내가 바라는 건 일상이 아닌 비일상,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전대미문의 존재나 사건을 내가 직접 겪는다면, 만약 그런다면, 이번에야말로 진정 내가 특별해지는게 아닐까 하고 말이야."
그랬던 거였구나 스즈미야. 너는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었던 거였어. 왜 네가 그런 것을 바랐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너는 어린 마음에 많은 사람들을 접하고 압도감을 느껴서 네가 그 많은 대중들과 차이가 없는 보편적인 인간 군중이란 것을, 그리고 그들이 살아가는 이 일상적인 사회 역시 신선함을 찾아볼 수 없는 식상한 교과서 같은 것이라는 걸 깨달았겠지.
하지만 스즈미야, 네가 목도한 수많은 관중들이, 그리고 그들과 너를 둘러싼 이 환경과 체계가 과연 단순히 '일상적'인, 그래서 '식상'하기만 한 것일까? 너는 단지 모든 사람이 그렇게 행하듯이 이 세계의 정태성 너머의 '비일상'을 통념에 휩쓸려 놓쳐버린 건 아닐까?
"과연 테어도어 루즈벨트는 노벨 평화상을 받을 만큼 세계의 평화를 진작시켰을까? 그의 업적으로 조선의 수많은 사람들이 과연 제국주의의 포화로 비참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었을까?"
"쿈? 무슨 말이야 그건?"
그래, 말해주자. 지금 이 녀석은 굉장히 중요한 걸 놓치고 있으니까. 아마도 내가 말하지 않으면 오랫동안 이 녀석은 스스로의 편향된 사고를 오롯이 간직해나갈 테니까.
"홀로코스트의 비극으로 잊혀져간 집시들은 얼마나 될까? 아니, 지금 우리가 이렇게 숨쉬고 있는 와중에도 3세계의 빈민들은 얼마나 죽어가고 있을까? 도시락의 반찬을 투정하는 교실의 풍경을 증오하고 부러워하는 소외자들이 과연 풍요로운 일본에도 없을까?"
"갑자기 무슨 말을 늘어놓는 거야!"
스즈미야가 소리를 버럭 지른다. 하지만 여기에서 멈출 수는 없어. 아직 난 본론을 얘기하지 않았으니까. 넌 네가 이미 비일상 속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으니까!
"넌 지금 특별해 스즈미야. 네가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동안 사람들은 죽어가고, 네가 포만감에 차있는 동안 사람들은 아사해가고 있으니까. 매체가 투사하는 정보의 홍수 너머에 우리가 비일상으로 간주하는 일상성이 은폐되듯이, 네 사고의 인과성도 구조화된 광기를 전제해서 너의 일상성을 위협하는 모든 비일상을 제거하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넌 굳이 특별한 걸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 네가 지각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특별하니까. 조금만 이 세계를 멀리서 관조해 보자. 꼭 아웃사이더가 될 필요는 없어. 단지 너 스스로가 끊임없이 회의懷疑한다면, 이 세상을 투사되는 그대로 받아들이지만 않는다면……
퍽!
"몰라! 바보같은 쿈! 술주정은 집에가서나 하라고옷!"
어. 이게 아닌데.
"어이. 스즈미야! 기다려! 아직 할 말이 남아 있다고!"
***
정말 쿈이 저런 말을 한마디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군요. 그럼 부연 설명은 생략하고 이만 줄입니다.
사족. 근데 이거 판타지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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