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서시
작품명 : 천화난무
출판사 : 조은세상(북두)
문장:
문장의 격이란 '얼마나 현학적으로 쓰는가?'로 결정되지 않는다.
문장의 격이란 단어의 선정과 호흡, 다양성, 무엇보다도 그 분위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문장 특유의 멋이 배어나야 격이 높은 문장이다. 물론 진지한 글에 가벼운 문장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인 작품의 분위기에 문장이 잘 스미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천화난무의 문장은 격이 높다. 대가, 명인의 수준을 논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작가 서시는 좋은 문장가이다.
천화난무를 읽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특유의 리듬을 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정독을 해도 그 속도가 남들의 배는 빠른 편인 나도 천화난무를 읽다보면 조금씩 그 속도가 잦아드는 것을 느낀다. 천화(天花), 눈(雪)이 내려앉는 속도를 눈(眼)이 쫓게 된다.
글의 부드럽고 온화한 분위기와 문장의 느낌이 조화를 이룬다. 간혹 한없이 가볍고, 간혹 잔혹해지기도 하는 내용이지만 문장의 흐름이 고삐를 쥔다.
천화난무의 전체적인 느낌을 일관되게 잘 조율하는 좋은 문장이다.
캐릭터:
소위 신무협이라 불리는 소설들은 하나 같이 기성세대의 권위를 부정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통쾌함이라고 하지만 적어도 나의 눈에는 올바른 롤 모델을 갖지 못한 젊은 세대의 심정을 반영하는 것 같아서 서글펐다.
그러나 천화난무는 주인공 서문극이 할배(...)여서 그런지 좋은 어른상을 제시한다. 사실 서문극은 어른스럽고 탈속한 듯한 인물은 아니다. 제자를 굴려먹는 사악한(?!) 스승의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서문극은 올바르다. 천화난무를 읽다보면 느끼는 것이지만 서문극이라는 인물의 근간은 결국 정(情)이다. 보기 드물게 아름답고 안정적인 인물이다.
다만 서브 히어로(?) 당명운의 캐릭터는 조금 아쉽다.
맹인이라는 장애를 안고 태어난 당명운은 천재적인 재능으로 선천적인 한계를 뛰어넘는다. 물론 그래도 주연급 무인인데 장애를 극복하지 못하면 너무 비참하기는 하다.
그러나 정말 아쉬운 점은 맹인이라는 당명운의 특징이 그의 행동이나 성격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 했다는 점이다. 그저 설정상의 특징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말이다.
조금 더 맹인이라는 점이 그의 인격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가 심층적으로 묘사되었더라면 좋을 뻔 했다. (사실 당명운이 주인공이 아닌 이상 캐릭터에 대한 심층적인 해석은 기대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총평:
아직 천화난무는 내용을 논하기에는 이르다. 그래서 내용에 대한 평은 제외했다.
그러나 천화난무가 보기 드문 감성파 무협으로 일독의 가치가 있음은 단언할 수 있다. (소장중이다.)
이 감상글의 독자가 아직 천화난무를 보지 못한 분이라면 한번쯤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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