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카이첼
작품명 : 잃어버린 이름
출판사 :
많은 분들이 아실 테지만 카이첼님께서 요즘 잃어버린 이름을 연재하고 계십니다. 그 동안 추천 및 감상은 별로 쓰지 않았던 유령에 가까운 독자였으나 연재주기에 대한 독촉 겸 해서 몇 자 가볍게 끄적여보려 합니다.
카이첼님께서 '별을 쫓지 않는 주인공'으로 내세우신 위버는 카이첼님의 의도대로 '희망을 위한 찬가'의 주인공 은결과 추구하는 바가 다릅니다. 은결이 추구하던 것은 사회의 불합리함을 넘어서는 어떤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천재로 칭송받던 아버지조차 넘어서지 못한 것, 거대한 사념체로 표현되던 것은 아마도 이 사회의 시스템, 혹은 인간 자체의 불합리성이라고 느꼈습니다. 은결은 끊임없이 불합리성을 증오하면서 그 자신조차 불합리하며 그것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습니다. 현자의 돌이나 신과 같은 힘도 그것을 바꿀 수 없었지요. 반면에 위버는 그런 본격적인 탐구와는 거리가 멉니다. 거기에 더해서 아예 기억조차 없지요. 한때 카이첼님께서 적으려 하셨다던 희망찬 2부의 은결처럼, 기억을 잃고 끌려다니는 신세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인간의 불합리함 같은 것을 고민할 수는 없는 법이지요. 때문에 위버의 당면한 목표는 힘을 키우는 것, 그리고 궁극적인 목표는 기억을 찾는 것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주인공의 변화는 곧 작품의 주제와도 연관됩니다. 희망찬에서 카이첼님은 끝없이 고뇌하는 은결을 통해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특히 인간에 대해서 말이지요. 반면 잃어버린 이름에서는 그러한 게 없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위버는 기억을 잃어버렸음에도 지금까지 기억을 찾기 위한 특별한 노력을 보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끌려다니는 신세에 기억나는 것도 하나도 없다는 상황이긴 하지만, 특별히 기억때문에 동분서주 하는 모습은 없습니다. 따라서 잃어버린 이름에서는 특별히 어떤 주제의식을 드러내려고 하시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에위나와 위버가 타자와 주체에 관해 뭔가 말하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이는 희망찬에서도 끊임없이 나타났던 문제였으므로 특별히 중요하게 다뤄질거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결국 잃어버린 이름은 주제의식 보다는 이야기 자체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주제의식이 없다고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요. 잃어버린 이름은 충분히 흥미로운 글입니다. 더불어 작가님 말씀대로라면 이런저런 문체상의 실험도 하고 계신 것 같고요. 사족을 조금 달자면, 카이첼님의 문체는 건조한 느낌입니다. 카이첼님께서 하드보일드한 문체를 추구하신다고 하니 당연한 느낌인 것 같습니다만. 식견이 짧아 정확히 말하긴 힘들지만, 3인칭에 심리묘사가 많은 편이 아니라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인물의 감정보다는 인물이 하는 생각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할까요. 뭐 심리묘사는 장면에 따라 필요한 때와 불필요한 때가 있으니 뭐라고 말하기 어렵네요. 다만 확실한 건 카이첼님은 잘 쓰시는 작가님이라는 겁니다. 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쓰다 보니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느낌이네요. 아는 것도 일천한데 감상문을 쓰려니 능력이 부족함을 느낍니다. 더 산으로 가기 전에 이쯤에서 멈춰야 할 듯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카이첼님 글을 좋아하고, 이번 작품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부디 무사히 완결내시고 앞으로도 좋은 작품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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