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카와하라 레키
작품명 : 액셀 월드 1권 - 흑설공주의 귀환
출판사 : 서울문화사 J노벨
아무리 시대가 발전해도, 이 세상에서 '왕따'는 사라지지 않는다. 뚱보 중학생 하루유키도 그중 하나였다.
그가 유일하게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은, 교내 로컬 네트워크에 설치된 스쿼시 게임을 플레이할 때뿐. 아바타를 조작해 '속도'를 겨루는 그 시시한 게임을, 하루유키는 좋아했다.
계절은 가을. 변함없는 일상을 보내던 하루유키─. 그러나 교내 최고의 미모와 기품을 가진 소녀 '흑설공주'와 만나며 그의 인생은 돌변한다.
소녀가 전송해 준 수수께끼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하루유키는 '가속세계'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것은 스쿨 카스트 가장 밑바닥에 있던 그가, 공주를 지키는 기사 '버스트링커'가 된 순간이었다.
인터넷에서 카리스마적 인기를 자랑하던 작가, 마침내 전격대상 '대상' 수상으로 데뷔! 실력파가 그려내는 미래 청춘 엔터테인먼트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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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연재한 게임 판타지 소설 '소드 아트 온라인'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일본보다 한국에서 먼저 출판제의를 받았었다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 카와하라 레키의 정식 데뷔작인 '액셀 월드' 1권. 한국 출판 년도는 2009년 11월이네요.
사실, '액셀 월드'에는 그다지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일단 발매 당시에 구매해 두긴 했지만 계속 안 읽고 방치했었지요.
카와하라 레키의 이름을 알린 것은 아마추어 시절 인터넷에 연재했던 '소드아트 온라인'이고, 프로 데뷔 이후에도 액셀월드 보다는 정식으로 발간된 소드아트 온라인의 평가가 더 좋은 듯 했으니까요.
일본 라이트노벨 공모전 중에서도 최고의 경쟁률을 자랑하는 전격소설대상 '대상' 수상작이라고는 해도, '소드아트 온라인'으로 이미 유명하던 카와하라를 화려하게 데뷔시키기 위한 전격문고 측의 '이벤트'에 가까운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공이 왕따 뚱보라는 것부터가... 음... 아무리 이런 계열의 물건이 대리만족의 추구라 해도 이렇게 노골적이라면 오히려 거부감이...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완전히 섯부른 예측이었네요. '대상'을 받기에 충분한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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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돋보였던 것은 '가속세계'와 그곳에 참가하는 '버스트링커'를 규정하고, 그것을 '게임'이라는 형태로 고정하는 세계관이 고심의 흔적이 보인다는 것.
뇌세포와 기기의 양자적 연결을 구축하는 '뉴로링커'가 보편적으로 보급된 세계. 1초를 30분으로 느끼게 하는 '버스트링크'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는 자들은 '태어날 때부터 뉴로링커를 차고 있었던 사람들' 뿐. 그 중에서도 특수한 재능을 타고난 일부 뿐.
고로 뉴로링커가 보편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15년 전에 태어난 사람은 '가속세계'에 접속할 수 없으며, 오로지 최고 15세 이하의 아이들만이 '가속세계'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현실 세계에 막대한 파급을 줄 수 있는 엄청난 기능을 가진 프로그램의 사용자를 '어린아이들'에게 한정시키는 것으로써, "특권을 유지하고 싶으며, 어른들에게 말해봤자 '헛소리' 취급을 당하는 어린아이들"이라는 설정으로 그 '파급력'을 억제함과 동시에, '현실과 직접 연동된 실질적인 이득', 즉 '가속' 자체의 활용성으로 인해 게이머들 자신들이 "그들만의 사회"를 유지하는 것에 큰 설득력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가속은 횟수제한이 있으며, 사용 횟수를 얻기 위해 강제적으로 '대전'에 참가해야한다"는 프로그램의 룰에 따라 자연스럽게 '게임'을 성립시키고 있지요.
실제로 이 '버스트링커' 프로그램의 활용은 실생활에 매우 큰 도움이 되며, 작 중 언급을 보아하면 청소년들의 각종 운동경기 등은 암암리에 '버스트링커'들의 독점무대가 되어 있는게 아닌가 할 정도.
거기에 '뉴로링커'와 '버스트링크'의 기반원리에 대한 설명도 비교적 작 내에서 충실하게 해 주는 편이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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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는 어찌보면 왕도적인 소년만화를 보는 것 같은 시원하고 깔끔한 것. 주인공이 왕따 뚱보라는 것 때문에 여러모로 암울한 부분이 있지만, 그 때문에 주인공의 내적 갈등과 그 해결, '나아가고자 하는 결심'이 그대로 '각성'으로 이어지는 면은 상당히 호쾌하고 마음에 듭니다. 추한 자신을 그대로 인정해 준 여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나 또한 당당하게 날아오르자- 그녀를 지키자. 유치하면서도 단순한 뜨겁고도 사나이다운 전개가 그야말로 두근두근하면서 볼 수 있는, 요즘 보기 힘든 건전한 열혈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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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게임이 배경이라 해도, '가속'이 지속되는 것은 순간적인 일. 소설의 대부분은 '가속 세계'가 아니라 '현실'을 배경으로 진행됩니다. 게임과 현실 양 쪽에서 '위기'에 대한 대응방법을 모색하고 거기에 더해 주인공의 성장을 담고, 이야기의 반전구조(뻔한 것이긴 했지만)를 응용하는 것은 다분히 정석적이면서도 그만큼 공을 들인 티가 나는 이야기.
'튀는 이야기' 보다는 '완성된 이야기'를 뽑는 전격소설대상 '대상'에 어울리는 작품이었지요.
결말에서 흑설공주의 '귀환 선언'과 함께 더욱 넓은 전장으로 뛰어드는 그 전개는 앞 이야기를 기대하게 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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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가속 세계' 내의 대전에 대한 설정과 묘사가 상당히 흥미로운 것이 큰 장점. '버스트링커'의 열등감에서 비롯된 특색있는 아바타들. 각자의 특성을 가진 아바타의 능력을 사용하고, 지형지물을 이용하고, 전략전술을 활용하여 상대방과의 한판 승부.
능력자 배틀로도 상당히 뛰어난 재미를 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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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여러 사람들의 말대로, 하루유키가 여자들에게 호감을 얻는 이유를 모르겠어... OTL
그나저나 하루유키는 본편 일러스트보다 차라리 뒤에 실린 '카와카미 버젼' 일러스트가 훨씬 귀엽군요. 음(...).
주인공보다는 어딘가의 마스코트로 나올법한 캐릭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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