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안현일
작품명 : 죽어야 번다.
출판사 : 파피루스
제목이 참 양산형 같아서 거들떠도 안보던 책인데, 호평이 많아서 읽어봤습니다.
뜬금없는 드래곤과의 계약이나 원래부터 주인공이 군사전략의 천재라는 설정이 좀 거슬리지만, 그런 사항을 제외하곤 아주 준수한 글입니다.
정교한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면서 구동하는 기계 같다고 할까, 대화 한 마디, 서술이나 묘사 한 줄 허투루 쓰이는 게 없이 긴밀하게 조직되서 스토리가 진행되는 게 정말 일품입니다. 우리나라 장르문학의 범작들이 사건 서술이나 배경 묘사에서 좀 산만하게 여기 저기 노닥거리는 느낌이라면 이 [죽어야 번다]는 하나로 뭉쳐서 목표를 향해 돌진해가는 ,묘파해가는 힘이 강력한 게 큰 미덕이더군요.
글을 읽어가면 등장인물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희노애락은 물론 일상의 세세한 심리까지 체험 하듯 빠져드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전투부분에서의 전술도 독자들이 그럴듯하게 느껴져서 크게 흠잡을 만한 단점도 보이지 않고, 기본 필력이 아주 좋습니다.
뭐 약간은 단순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오랜만에 정말 좋은 판타지가 나왔다고 봅니다. 올해 읽었던 무협 중 최고가 절대강호라면, 판타지에선 [죽어야 번다.]가 그 자리를 차지 할 만하다 싶네요.
제목이 좀 아니지만, 시험삼아 읽어보시면 여러 독자분들도 만족하시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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