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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29 스톤부르크
작성
09.12.04 01:45
조회
1,519

작가명 : 마이조 오타로

작품명 : 아수라 걸

출판사 : 황금가지

발행일 : 2007년 1월 8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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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 문단은 마이조 오타로에 푹 빠졌다!

질주하는 상상력, 정체 불명의 대형 작가 강림!

☆미시마 유키오 상 수상작

엽기 살인이 벌어지는 도시, 폭동에 말려든 소년들, 기괴한 저승의 환상, 살인범의 의식 속에 숨어든 영혼... 자유분방 여고생 아이코의 짝사랑은 어디로?

백만 볼트의 충격과 속도감, 대담하고 강렬한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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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며

'연기, 흙, 혹은 먹이'에서 그야말로 압도당하는 강렬한 느낌을 받고 단숨에 빠져버린 마이조 오타로. 이 '아수라 걸'이 두번째로 접하는 마이조 오타로 소설입니다. 이번에는 어떤 폭발적인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했습니다만,

기괴하네요. 진짜.

1. 미시마 유키오상과 마이조 오타로

마이조 오타로가 신분을 감춘 복면 작가라는 이야기는 했었습니다. 미시마 유키오 상은 순문학 계열의 상입니다만, 마이조 오타로와 사토 유야도 수상한 적이 있을정도로 꽤나 개방적... 이라고 해야하나, '환상' 쪽까지 폭넓게 다루는 상인 것 같더군요. 심사위원 중에 일본 SF 3대 거장 중 한명인 츠츠이 야스타카의 이름도 있었고. 또 마이조 오타로는 '좋아 좋아 너무 좋아 정말 사랑해'로 일본 최고 권위의 순문학 상이라는 아쿠타가와상의 후보에 오른 적도 있습니다. 이렇듯 확고한 개성과 기과한 취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본격적인 '문단'에도 호소력을 가진 작가라는 것이지요.

하여간에, 메피스토 상을 받았을때도, 미시마 유키오 상을 받았을때도,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을때도 "작품이 순수한 형태로 읽히기를 원하기 때문에 모습과 목소리를 감추고자 한다."라는 말만 전하고 출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항간에는 유명 작가가 자신의 이름을 감추고 활동하는 거라는 소문도 있습니다만...

하여간에 글은 물론 그림까지 손을 대며, 모든 책의 디자인은 자신이 한다고 하더군요. 저 '아수라 걸'의 표지는 한국판을 위해 작가가 직접 특별히 그린 것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판 표지도 귀여워서 좋아 보입니다만.

2. 줄거리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아이와 섹스해 버리고 그것을 후회하는 아이코. 그리고 다음날 등교해보니 그 남자아이는 실종, 집으로 신체 일부와 협박장이 도착해 유괴당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도시에는 '빙글빙글 마인'이라는 고양이, 개 살인부터 시작해서 연쇄살인으로 발전한 사건으로 떠들석하고, '하늘소리'라는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그 연쇄살인이 중학생의 짓이라며 마구잡이로 공격하는 '폭동'을 선동하는 무리들이 넘칩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에 의해 거리는 '아마겟돈'이라 불리는 난장판에 빠지고, 아이코는 자신이 짝사랑하던 요지라는 남자아이를 집에서 기다리다가, 폭동에 휘말려 정신을 잃습니다.

온갖 환상의 세계를 누비며 저승으로 떠나는 아이코는 자신을 되돌리러 온 오타쿠처럼 생긴 점쟁이 사쿠라바 단쎄쓰와 '글씨'로 자신의 의사를 전하는 요지의 힘으로 이승으로 돌아오는 듯 했으나...

3. 감상

'연기, 흙, 혹은 먹이'도 확실히 기괴했었지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현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였고, 이야기의 노선은 확고했습니다. 혼란스런 문체는 이야기의 분위기와 화자의 심리를 나타내는데 무척이나 잘 어울렸고, 중구난방으로 보이던 이야기는 최후반부에 하나로 통합되어 감정적인 '회복'의 경지에까지 이르는, 단순히 '특이한 글'에서 그치는게 아닌 주제 의식이 확실한 완성도 높은 '뛰어난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수라걸은 그야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아수라'의 신화에 빗댄 마지막 장면은 '연기~'에서 보이던 최종적인 승화와 회복의 기미가 보이긴 합니다만, 그 전까지의 내용이 영 중구난방에 쓸대없이 장황합니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아이코의 내용도 영 이입 이전에 이해가 힘들고, '하늘소리'로 대표되는 세상의 폭력에 대한 이야기 또한 전혀 해결되지 않고 불쾌함만을 제시할 뿐이니까요.

'연기 흙 혹은 먹이'에 비해 여러모로 스타일이 달라졌다고 할까, 혼란은 늘고, 감동은 줄었습니다.

4. 마치며

저번 '연기 흙 혹은 먹이'에서도 그랬는데, 이번 아수라 걸에서도 '사카키바라 사건'의 대한 언급이 꽤나 자주 있더군요. 현역 중학생이 초등학생을 살해해서 머리를 학교에 놔둔 엽기 사건입니다만, 편지로 정신이상적인 글귀를 적어두고 담담하게 행동하며 살인이 즐겁다! 라고 외쳐댄 탓에 엄청난 이슈가 된 사건이지요. 정신 이상적인 숭배 행위와 자기 찬양은 연기~와 아수라~의 연쇄살인범의 공통점입니다.

예전에 '살육에 이르는 병'이라는 추리 소설의 경우, 미야자키 츠토무 사건이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하고, 이런 식의 이슈적인 사건이 한 창작자의 영감과 '인식'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확인할 수 있겠지요.

뭐, 감상글은 이정도로 마치도록 하지요. 꽤나 많은 작품을 내 놓은 작가지만, 역시 국내 소개는 그다지 활발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아수라걸'도 2007년에 출간되었는데 이미 절판되었을 정도니. 오츠이치 정도라면 마구마구 소개되는데, 아무래도 마이조 정도가 되면 사람을 엄청 가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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