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카마치 카즈마
작품명 :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1권
출판사 : 대원씨아이
뒤늦게 금서목록 1권을 읽고 감상을 몇 자 적어봅니다.
금서목록이 요새 애니화도 되고, 인기도 높아서 몇 번 이야기를 들어봤지요.
과학과 마법의 대결이라던가…….
저는 과학과 마법을 이분법적으로 나눈 세계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히 과학과 마법이 서로 대립하는 구도를 갖추고 그 안에서 '과학이 김왕장이라능!'이나 '마법이 짱이셈. 과학? ㅋ' 하는 이야기는 정말 싫어합니다. 그래서 여태까지 읽기를 미루고 있었지요.
사실, 과학과 마법은 칼로 두부 베듯이 나누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첨단 과학 기술 중에는 사전 지식이 없는 경우 마치 마법처럼 보이는 것도 많습니다. 게다가 지난 역사를 살펴보면, 마법과 마술로 유명했던 사람은 동시에 훌륭한 과학자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머리빡에 사과 맞고 만유인력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도 연금술에 푹 빠져 있었다는 이야기는 하도 유명해서 진부할 정도지요. 듕귁에서 화약을 개발한 사람들도 기술자가 아니라 불로장생의 비약을 만들려던 도인들이었고요.
금서목록은 그 배경 세계가 과학과 마법이 조화를 이루는 것 같기는 한데, 애초에 이런 구도 자체가 과학과 마법을 이분법적으로 나눈 것이어서 썩 좋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후반 부분에서 토우마와 마술사들이 전화 통화를 하는데, 뇌의학에 무지한 마술사들이 토우마의 달변에 꿀 먹은 벙어리마냥 침묵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런 식으로 마술과 과학이 서로 단절된 듯한 모습이 보이는 것도 영…….
배경 세계에 대한 평은 이쯤으로 해두고, 줄거리 전개에 대한 얘기해보지요. 금서목록 1권의 내용은 한 줄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우울한 삶을 이어가던 열혈무능불운소년이 우연히 소녀를 만나서 염통에 큐피트의 핵탄두를 맞고는, 소녀를 노리는 강적들을 근성만으로 '무다다다다!' 무찌르는 이야기지요. 예. 엄청 뻔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뻔한 이야기여도 어떻게 끌어나가느냐에 따라 작품의 수준이 달라지지요. 요즘 들어 같잖은 머리통 굴리면서 잘난 척하는 주인공을 하도 봐서 그런지 토우마 같은 단순무식한 놈이 은근히 사람 끌리게 하더군요. 이야기 전개는 전형적이기에 오히려 괜찮게 느껴졌습니다. 옙.
다만, 처음에 카미조 토우마와 스테일 마그누스가 조우하여 싸우는 장면에서 서로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모습은 대단히 유치했습니다. 싸우면서 기술과 재주 열심히 설명해주는 건 일본 서브컬쳐 전반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 소년만화는 거의 예외없이 이 특징이 아주 극명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물론 금서목록의 대상 연령층은 10대 중후반인 듯하니 이건 어쩔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주 싫어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 뇌내 평점이 확 내려가더군요.
아, 그리고 처음에 레일건 소녀가 "이런 코인도, 음속의 세 배로 날리면 그럭저럭 위력이 나오는 거지. 하긴 공기마찰 때문에 50미터 정도 날면 녹아버리지만."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일단 동전 정도 크기와 질량을 가진 물체를 음속의 세 배로 날리면 5.56mm 소총탄 위력이 나옵니다. 그럭저럭 수준이 아니라 사람 하나 죽일 수 있는 수준이고요. 아울러, 동전을 갈륨으로 만들지 않은 이상 50미터가 아니라 50킬로미터를 날아도 안 녹습니다. 설령 녹더라도 질량과 운동에너지는 그대로 보존하고 있기 때문에 맞으면 죽는 건 매한가지입니다. 토우마와 마술사의 통화 장면에서 이런저런 마취제 이름 늘어놓아도 초반에 이런 식으로 고증 오류를 내놓으면 과학과 마법 어쩌구 하는 게 전혀 설득력이 없어집니다. 옙. 솔직히 이 정도는 고교 물리 수준만 알아도 다 알아챌 수 있을 텐데……?;;
감상 후의 느낌을 점수로 환산하자면 5점 만점에 3.5점쯤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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