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신전기 던브링어 - 홍정훈 작가에 대해 기본은 가지만 캐릭터의 작기복제가 너무 심하다고 비판을 한 적이 몇 번 있는데 이번에도 전혀 달라진게 없습니다. 주인공은 다른 작품 주인공들의 클론이고, 개그를 위해 사용하던 오덕 캐릭터 클론도 마찬가지도 등장합니다. 여성 캐릭터는 한층 심한데 완전히 개성이랄게 없는 양산형 히로인들입니다. 시나리오는 그냥 평범합니다. 마왕전생 레드보다 플롯 면에서는 더 못하지요. 한권에 이야기를 우겨넣다 보니 기승전결이 단순화 되어 있습니다. 장점이 없진 않습니다. 이번에도 평타는 친다는 거죠. 개그도 괜찮고 다양한 정보를 버무릴줄 아는 것도 좋습니다. 홍정훈이란 작가를 모른다면 볼만한 작품입니다. 강간 같은 쓸데없이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전개를 피하게 된 만큼 이전 작 보다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경우 아키 블레이드 쪽이 훨씬 추천할만 합니다. 그리고 작가의 작품을 꾸준히 읽어온 독자라면 크게 실망할 것입니다. 이래서는 그냥 홍정훈표 양산형일 뿐입니다.
2.하즈키 리온의 제국 - 상업에 대해 다루는 작품들이 자본주의 자체에 대해 거의 이해를 보여주지 못하고 기껏해야 기술이나 발상의 사소한 우위로 짱을 먹는다는 식의 전개를 보여주는 것이 장르판의 한계입니다. 예를 들어 마왕용사가 그렇습니다. 군산복합체론을 진리처럼 숭배합니다. 경제에 대한 초급 수준의 개론서만 읽어도 못할 헛소리들입니다.
하즈키 리온은 거기 유일하게 벗어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자본주의 자체가 어떻게 발전해서 공황까지 이르는가를 쭉 따라가면서 주인공을 성장시킵니다. 초기에 그냥 행상처럼 물건을 팔다가, 신용을 가지고 장사하고, 주식으로 기업합병을 하고, 돈으로 돈을 버는 금융 상품을 다루고, 아예 주식 시장 자체를 만들어내고, 자본을 통해 경제전쟁을 일으키고, 거품을 일으켜 마침내 빵 터뜨립니다. 물론 완벽하지 않습니다. 거기까지 이르기 위해 주인공 캐릭터들에게 먼치킨적인 능력을 부여하고, 초월적인 미모나 인기를 가지게 하죠. 하지만 그런건 어떤 흐름이나 주제에 이르기 위한 도구일뿐입니다. 그런 능력으로 성공하는 모습을 그려 대리만족하게 하려는게 아닙니다. 심지어 이 작품은 캐릭터란게 거의 의미없을 지경일 정도니까요. 그래서 이 작품은 캐릭터 면에서는 완전히 버려야 됩니다.
그리고 주인공 일행이 하고 있는 일은 실상 어마어마한 악행입니다. 이건 서브프라임 사태를 열배로 뻥튀기 시켜 터뜨린 거나 다름 없고, 사기도 치죠. 분식회계를 저지르다 다 말어먹을 뻔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악행이라 단순하게 잘라 말할 수 없는 것은 캐릭터들의 목표가 자본주의 그 자체의 전복이라서입니다. 그래서 혁명부고, 심지어 일부러 금융위기를 일으키는 거죠. 작가는 서브프라임 사태를 보고 자기 소설이 현실에 추월당했다면서 10권에서 정리해야 하겠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러면 한권이 남은 셈이군요. 저는 이 작품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 될지 굉장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3.이세계 용병 - 5권에서 저는 이 작품에 대한 모든 호평가를 버리기로 했습니다. 자기 설정을 못 지키는 정도를 넘어서 아예 캐릭터를 파탄시키더군요. 주인공은 3500만원을 아끼기 위해서 죄 없는 사람들을 망설임도 없이 학살합니다. 그냥 리셋하면 될 것을 억지로 퍼펙트 게임이란 걸 하기 위해 그 학살을 저지르는 거죠. 주인공이 이런 살인마 였습니까? 그 3500을 포기하지 않아야 될 당위성이 있습니까? 그것도 3500이 그렇게 아까우면 그냥 레벨 손해를 감수했으면 충분했지요. 양판소 쪽이 차라리 더 납득이 가는 전개입니다. 뜬금없이 엄마 등장 시키면서 주인공을 몇 년이나 집안 사정도 모르고 백수 짓 하던 병신으로 만들더니 이번엔 돈 좀 아까겠다고 사람들 학살하는걸 망설임 없이 택하는 사이코패스로 만들다니... 게임이니까 그들을 인간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하실 분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면 게임 내에서 그가 다른 사람들을 상대하며 보여주는 격렬한 증오심 같은건 어떻게 설명해야 하겠습니까. 주인공은 그 게임 내 등장인물들을 분명히 인간이라 인식하고 학살을 택하는 것입니다. 전개가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작품은 오랜만에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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