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주서군
작품명 : 크로스브리드
출판사 : 파피루스
글의 내용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감상문 (둔저님이 쓰신)에 있으므로 생략하겠습니다.
크로스브리드의 뒷 표지를 보면 고전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고전이란 무엇일까요? 무엇을 고전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정의는 사람들마다 다릅니다만, 1세대 판타지를 일컬어서 고전이라 칭한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또한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외국 판타지는 제외하겠습니다.)
그렇다면 고전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바로 모험입니다. 드래곤 라자부터 2세대 판타지 (지크 전까지)의 작품들은 모험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판타지의 모험은 신화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헤라클레스의 모험, 오디세이의 귀환 등 헤아릴수도 없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 판타지에 한정시켜 이야기 했을 때, 고전의 기원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D&D입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D&D는 캡콤이 만든 오락실용 게임이 아닙니다. 1970년대 후반에 등장하여 컴퓨터 RPG의 태동에 막대한 영향을 주었던 TRPG D&D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 D&D는 초창기의 한국 판타지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수많은 작가들이 D&D를 즐겼고 여기서 영감을 얻었으니까요. 대표적인 분이 이영도님과 휘긴경입니다.
D&D의 특징을 들면 던전으로 대표되는 모험과 파티입니다. 파티란 한 무리의 일행을 일컫는 말로서 전형적인 파티는 전사 한명, 성직자 한명, 마법사 한명, 도적 한명으로 이뤄집니다. (D&D의 성직자는 준 전사급으로 활약합니다.)
전사가 앞에서 적을 막고, 성직자가 뒤에서 치료마법을 걸며, 마법사가 적을 날릴 강력한 마법(크로스브리드에서는 보조마법)을 준비하고 도적이 주변을 엄호하는 모습은 지금에 와서 찾아볼 수 없는 고전의 한 부분입니다. (요즘 파티는 그냥 다 쓸죠...)
많이 본 구성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크로스브리드의 주인공인 낫슨의 일행이 바로 저 구성을 따르고 있습니다. (도적 대신 암살자지만...)
모험과 파티라는 이 두가지 요소가 크로스브리드를 고전에 가깝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아득한 옛날 (그래봤자 10년... 로도스도 전기로 따지면 더 올라가겠죠.)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죠.
여기까지 봤을 때 크리스브리드의 장점은 고전의 충실한 재현이 아니냐? 라는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그 말은 틀렸습니다. 재현이 아니라 재구성이라고 봐야 합니다.
주인공이 자신에게 풀린 강력한 저주를 풀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 라는 플롯 자체는 그리스시대 이후로 계속 쓰였습니다만, 주서곤님은 여기서 한가지 변형을 가했습니다. 바로 주인공을 인간이 아닌 존재로 만든 것이죠.
같은 주제를 쓴 작가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크로스브리드는 방향이 전혀 다르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억지로 짜낸 산파극이 아니고, 작가의 일방적인 주인공 두드리기도 아닙니다. 대장간의 대장장이처럼 쇠를 달궜다가 식히고 다시 달궜다가 두드리는 치밀한 과정을 통해 탄생된 작품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않았던 고전의 마지막 장점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바로 성장입니다.
성장하는 주인공은 참으로 많습니다만, 크로스브리드에서 느낄 수 있는 성장은 다른 소설에서 나오는 성장과 다르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모험과 성장 그리고 파티라는 고전의 향기가 버무려저 있는 작품, 크로스브리드. 한번 읽어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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