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김재한
작품명 : 사이킥위저드
출판사 : 로크미디어
편의상 반말로 갑니다.
사이킥위저드는 현재 출판되는 책들 중에서, 아니, 아마도 옛날 것들을 따져봐도 가장 빠른 책일 것이다. 머신이라는 황규영 작가의 책도 이렇게 빨리 나오지는 않은 것 같다.
대개 출간 속도가 빠른 책들은,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질이 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가령, 떡밥을 회수하지 못한다던가, 아니면 오타가 좀 있다거나 하는 대충 막 쓴 티가 보인다.
그러나 사이킥위저드는, 놀랍게도, 정말 놀랍게도 오타가 한 글자도 없고, 글의 질도 상당한 편이다. 특히, 이번 7권은 그야말로 심리묘사가 압권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그랑 마기스트 지블란트와 강신혁의 대결이라거나, 아니면 진성과 리름의 관계에만 집중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는 휴페리아와 예(갑자기 이름이 생각이 안 나는군요......)뭐시기라는 엘프의 대화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미리니름이라 밝힐 순 없지만, 이번 권에서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바로 그 부분이었다. 읽는 사람들에게 '용서' 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는 부분이었다. 일종의 감동마저 주었다.
다른 심리묘사도 눈에 띄었다. 바로 주인공 진성의 심리다. 다른 권에서도 꽤 나오긴 했지만, 방금 전의 쓴 부분 덕분인지, 진성의 심리묘사도 꽤 절절하게 다가왔다. 그야말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심리 묘사였다.
애정 묘사가 좀 떨어진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글쎄다. 솔직히 말해 리름은 진성을 나름 좋아하지만 문제는 진성은 리름을 동생 보듯이 한다는 거다. 리름이 그 나이에 걸맞는 외모를 가지고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니 마냥 어리게만 보이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미적지근한 애정 묘사도 나름 납득이 가지 않을까 싶다.
끝으로, 사이킥위저드는 확실히 여타 판타지 소설의 용어, 예를 들어 엘프라든가, 드워프라든가, 드래곤은 따왔다. 하지만 반지의 제왕이나, 기타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종족들에 비교하면 확실히 차별성은 있다. 좀더 참신하단 얘기다. 엘프가 나무에서 태어난다든가, 드워프가 인간의 몸을 빌어 태어난다는가 하는 부분은 신선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드래곤은 좀 그대로인 모양이지만, 확실히 여타의 판타지소설에 나오는 드래곤들같이 마냥 흉폭하거나, 인간을 포함한 하위동물을 무시한다거나, 깨방정을 떤다거나 하진 않는다. 이것은 작가가 얼마나 신경써서 자기 책을 쓰는지를 보여준다. 요즘 나오는 소설들 중 비중있어야 하는 캐릭터들이 무개념을 장착하고 나오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에 비하면, 사이킥위저드는 대작이라고까지 하기는 뭐해도, 확실히 수작임에는 틀림없다. 이 정도 수준이면 기존의 1세대 판타지 작가들에 비해서 딱히 꿀릴 것은 없는 듯싶다. 작가가 더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대가의 칭호를 받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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