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후시미 츠카사
작품명 :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 3권
출판사 : 대원씨아이 NT노벨
발행일 : 2009년 10월 15일
내 동생 키리노가 아무래도 창작활동에 눈을 뜬 것 같다.
그런데 키리노가 쓴 소설(휴대폰 소설?)인가 하는 게 마찬가지로 동인이자 소설을 쓰고 있는 쿠로네코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인 듯, 걱정한 대로 말다툼이 벌어지고 말았다.
게다가 뭐가 잘못된 건지 키리노가 멋대로 써재낀 휴대폰 소설이 인터넷 상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켜, 출판사에서 제의가 들어오기까지 하다니, 난 정말 진짜 놀라울 뿐이다.
이리하여 어떤 일에나 전력을 다 하는 키리노가 이번에 한 ‘인생 상담’으로 인해 나는 하필이면 여동생과 함께 크리스마스의 시부야 거리로 나가는 꼴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야, 키리노! 아무래도 그 장소는 남매끼리 가긴 좀 그런 데 아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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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며
항간의 화제작도 이제 3권. 일본에는 이미 4권과 작가의 다른 신작 하나가 나와 있습니다. 군대가기 전에 4권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문피아 감상란에 라이트노벨 감상을 계속 올립니다만, 조회수가 1000을 넘어가는 경우는 상당히 드뭅니다. 라이트노벨이 아닌, 러브크래프트 전집이라던가, 세계대전 Z, 나는 전설이다 같은 일반 장르계에서 유명한 화제작들의 감상은 조회수가 꽤나 높은 편이고, 그 외에는 금서목록, 풀 메탈 패닉 등의 인기작, 아니면 제목에 딸린 짤막한 소개글을 자극적으로 써 둔 몇몇 게시물 정도지요.
그래서 언제나 최대한 자극적이고 흥미를 끌만한 감상글 제목을 고민하곤 합니다. 뭐, 물론 언제나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요. 어쨌거나 많은 사람들이 제 감상글을 읽어주기 원하는 이유는, 제가 읽은 감상에 공감해 주는 사람이 있어도 기쁘고, 서로 상반되는 의견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것도 기쁩니다만, 무엇보다 제 감상글로 인해 그 글에 흥미를 가지게 되고 찾아보게 되는 것에서 가장 큰 기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제가 경험한 기쁨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고 그 기쁨을 선사해주고 싶기에 감상글을 씁니다.
문피아 내에서 라이트노벨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아직까지도 꽤나 드물기에, 단순히 작품 하나하나가 아닌 '라이트노벨'이라는 물건 자체에 대한 인식을 더 넓히고 좀 더 활발히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문피아 감상란을 기본으로 이 '소개'를 계속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전도사' 비슷한 성격의 자기만족인 샘이지요.
그렇기에 제 글을 조회수 순으로 정렬했을때 최하위에 깔려 있는 문학소녀 감상글들을 볼때마다 좌절하곤 합니다만(...). 지금 생각해보면 감상글들이 하나같이 감정 과잉이라 흥미롭게 읽을 만한 것이 아니라고 반성합니다만... 아, 이 이야기를 하려던게 아닌데.
하여간, 왜 조회수 이야기를 했는가 하니...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 1권 감상글은 현재 제가 작성한 감상글 중 조회수 2위, 2627회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감상글 제목 자체는 단순히 제목과 권수만을 적어 둔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 1권"일 뿐인데 말입니다.
... 정말이지 책 제목 한번 잘 지었어요.
1. 작품 개요 및 3권 스토리
1, 2권의 내용은 "엄청나게 잘난 오타쿠 여동생을,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 오빠가 몸을 날려 감싸준다"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잘 나가는 여동생이 실은 여동생 계열 에로게임 오타쿠'라는 충격적인 설정(그야말로 "그거 무슨 에로게임?")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그러면서도 최대한 현실적인 상황 묘사와 '가족애'를 중심으로 둔 스토리 전개는 이 소설을 '매니악한 설정을 가진 매니악한 소설'이 아닌, '특이한 설정을 가진 재밌는 소설'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어설프고 물렁한 오타쿠 옹호론이란 비판을 듣기도 했지만, 작 내에서 겉도는 단순한 주장이 아닌 스토리에 녹아든 '갈등 해결 장치'로 작용하는 그 코믹함과 진정성은 이 작품을 폭 넓은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양질의 가족 코미디이자 오타쿠들의 일상물로 만들어 주었지요.
허나 1,2권에서 들어난 '주인공의 자폭에 모든 후반 갈등을 떠맡기는 구조'를 3권에서 다시 써먹을 수는 없는 바, 3권은 앞 권들과 꽤나 다른 구성을 취합니다.
초반을 소소한 에피소드로 진행하고, 중반에서 위기가 닥쳐오고, 그것을 주인공이 해결한다는 구조 자체는 변함이 없습니다만, 그 '위기'와 '해결'에서 앞권과는 중심이 되는 것이 다릅니다.
3권에서 키리노는 '휴대폰 소설'을 쓰기 시작합니다. 휴대폰 소설이란 휴대폰의 인터넷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는 일본에서 나온 소설 장르로, 주로 젊은 여성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는 소설들입니다. 휴대폰의 작은 화면에 맞춰 잦은 줄 바꿈과 단순한 문체, 이모티콘의 대량 사용 등의 특징을 가지며, 한국으로 치면 귀여니류의 인터넷 소설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공' 같은 몇몇 작품은 한국에도 소개되었습니다. 내용은 뭐 흔히 말하는 막장 드라마 수준이라고 합니다. 키리노가 쓰는것도 플롯은 막장이고, 캐릭터들도 그야말로 소녀의 환상이 똘똘 뭉친 쿠로네코 왈 "죽여버리고 싶어졌다"인 소설이지요.
하여간, 이 휴대폰 소설이 인터넷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출판사에서 연락이 옵니다. 쿄우스케와 함께 편집자를 만나 다음 작품을 써서 출판하기로 하지요.
이 과정에서 동인 활동으로 소설을 쓰고 있는 쿠로네코와 서로의 작품을 가지고 말싸움을 하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소설 취재를 위해 쿄우스케와 함께 신주쿠와 시부야를 누비기도 합니다.
한 달 내내 모델일과 동아리일로 바쁜 와중에도 쉬지 않고 휴대폰을 붙잡고 무리한 덕에 감기에 걸려 들어누워버린 키리노.
그런데, 그 키리노의 소설을 다른 사람이 훔쳐서 출판할 상황이 됩니다.
키리노가 만났던 편집자는 명함만 진짜인 편집자 사칭범으로, 키리노의 소설을 그대로 가져가 자신이 썼다며 계약을 맺어버린 겁니다. 앞 뒤로 이리저리 교묘하게 손을 써 놔서 직접적으로 도작에 대한 증거가 될 만한 것들도 지워놓습니다.
독감에 걸려 누워있는 상태로 눈물을 흘릴 정도로 분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며 체념하는 키리노.
한편, 그런 키리노를 보며, 어딘지 모를 답답함을 느끼는 쿄우스케는, '인생상담' 요청을 받은것도 아니지만, 그녀에게는 비밀로 하고 키리노의 오타쿠 친구인 쿠로네코, 사유리와 함께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찾습니다.
2. 앞의 권들과의 차이
우선 키리노가 '대표하는 계급'이 변했다는 것입니다. 코우사카 키리노라는 캐릭터는 '요즘 여자아이'와 '오타쿠' 둘 다 자신임을 주장하는 캐릭터이지만, 일상에서는 '요즘 여자아이'가 강조되는 반면, 가장 중요한 '갈등' 부분에는 그녀가 '오타쿠'라는 것이 중점이 되었었습니다. 허나 이번 소재인 '휴대폰 소설'은 어디까지나 '요즘 여자아이'를 대표하는 물건이고, 그에따라 이번 권에서 '오타쿠'를 대표하는 것은 키리노의 친구인 중2병 고스롤리 소녀 '쿠로네코'가 됩니다. 초반 에피소드에서 서로가 쓴 소설을 그야말로 똑 닮은 어투로 비난하는 장면이 그들의 '대립'을 형상화하지요.
그에 따라 이번 권의 중심 내용은 '오타쿠 정당화'에서 벗어납니다. 이번에 정당화하는 존재는 말하자면 '모든 창작자 지망생(작중 표현으로는 '워너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도 이번 권에서는 자폭하지 않습니다.
각 캐릭터가 각자 '대표하는 계급'이 있다는 것이 이 작품 캐릭터들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주인공인 쿄우스케은 '일반인'을 대표합니다. 키리노는 '요즘 여자아이'와 '오타쿠'를 대표하고, 사유리와 쿠로네코는 '오타쿠'를 대표합니다. 주인공의 소꿉친구인 마나미와 그녀의 가족들은 주인공의 '일상'을 대표하지요. 그 외에 키리노의 '일상'을 대표하는 것이 아야세이고. 각 계급을 대표하기에 캐릭터들은 그 계급 자체를 캐릭터성으로 가지게 되어 그 묘사가 상당히 극단적이 됩니다. 허나 이 매우 이질적인 계급의 캐릭터들이 섞여서 벌이는 여러 에피소드들과, 계급 간 충돌의 묘사가 이 작품의 캐릭터들의 매력을 만들어내지요.
그리고 그 계급 차이를 넘어 '가족애', '우정'등으로 이어지는 화합의 이야기가 이 소설의 주제겠지요. 앞 권들은 '주인공의 희생'으로 대표되는 남매애가 이야기의 중심이었다면, 이번 권은 조연인 '쿠로네코'가 큰 활약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권에서는 우정이 부각되며, 더불어 '자폭'으로 채워졌을 해결부는 쿄우스케 내부의 정신적인, 동생에 대한 감정의 정체에 대한 어떠한 자각을 동반하는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3. 창작자들에 관한 이야기
3권 후반부분은 요즘 꽤나 유행하는 '라이트노벨 업계물'보다 오히려 내부 사정이 더 많이 나오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전격 문고(일본의 '내 여동생~' 출판 브랜드)를 모델로 한 '덴게키 문고'가 등장하고, 편집자, 작가 지망생(쿠로네코)등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휴대폰 소설과 라이트노벨의 편집자가 같다던지(이건 얼마든지 다른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둘 다 '상품'으로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점에서는 어느정도 납득되는 이야기지요. 한국에서도 인터넷 소설과 판타지/무협 소설의 출판사는 상당수 같고) 하는, 말 그대로 업계 이야기에서 부터, 쿠로네코와 페이트가 이야기하는 지망생들의 이야기까지, '현실적인 상황 전개'로 호평받는 이야기 답게, 진솔한 이야기가 오가지요.
그와 더불어 '휴대폰 소설'에 대한 작 중 인물들의 반응은...
예, 누구 말마따나 확실히 예전 '귀여니'때를 떠올리게 합니다.
솔직히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정말이지 다들 철이 없었구나.. 싶긴 해요. 아니, 지금와서도 그다지 다른게 없어 보이기도 하니, 다들 자존심은 높구나 싶기도 합니다만(...).
"귀여니도 키리노처럼 무지막지 노력했을지도 모르잖아!"라는 말까지는 하지 않겠습니다만... 어쨌거나 그 당시 인터넷 소설에 대한 '까대기 열풍' 자체는 상당히 방향성이 뒤틀려 있었다는 느낌이에요. 국어 파괴다, 황당한 이야기다, 쓰레기다 등등 여러가지 이야기가 오갔었지만, 정작 그것을 읽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한심하다' 이상의 분석이, 적어도 이 장르계 내부에서는 나오지 않았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심해 보일지도 모릅니다만, 그것은 장르계 자체에 대한 외부의 시선과도 그다지 다르지 않을겁니다.
몇년 지나서 "그렇다면 과연 장르계에서는 그 '한심한 독자'를 위해 그 전후로라도 뭔가 했던게 있었나?"라는 생각이 든 뒤로는 그냥 덩달아 까던 제가 부끄러워서 인터넷 소설을 보는 시선이 꽤나 달라졌었습니다.
뭐, '내 여동생~' 3권의 주제에 따르자면, 인터넷 소설에 열광하던 사람들의, 거기에 공감하던 그 '감성' 자체와 그것을 창작하며 즐기던 이들의 '즐거움'은, 본질적으로 '창작자'와 '독자'의 단계로 환원하면 다를게 없다는 결론입니다. 예술을 하는게 아닌 이상, 이건 변함 없을거에요. '라이트노블 즐겁게 쓰는 방법'에서도 이런 류의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일본에서는 그래도 '오락을 위한 책'을 쓴다는 공감대가 창작자층에서 살짝 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하여간 그 열의 자체를 가벼이 여기는 것은 실례가 아닌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다른것을 떠나 그 '열의' 자체를 응원하는 작 내 편집자의 말은 편안하고 긍정적으로 다가옵니다.
뭐, 작 내에서 쿠로네코(중2병 먼치킨 2차창작 소설)와 키리노(막장 멜로 휴대폰 소설)는 서로의 작풍에 대해 "죽여버리고 싶어졌다"라고 말할 정도로 까댑니다만. 이걸 보자면 한국과 별 다른 차이는 없어보이기도...
3. 감상
... 위에서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습니다. 달리 감상을 적을 만 한 게....
음...
마나미 귀여워요. 마나미네 가족 멋져요.
쿠로네코 귀여워요. 이 애 정말 멋져요. 중2병도, 비틀린 우정도 그야말로 만만세.
애들 독설이랑 만담이 갈수록 재밌어집니다.
4. 다음 권
이미 일본에 4권이 나왔고, 이 4권이 여러모로 충격적인 전환점이라 이미 인터넷에 스포일러가 잔뜩 떠도는 중입니다. 이번 권에서 크게 어필한 쿠로네코도, "다음 인생상담이 마지막이야"라고 선언한 키리노도, 그야말로 시리즈 전체의 노선이 바뀔 이야기가 전개됩니다만... 뭐, 그걸 여기서 적으면 안되겠지요(...).
5. 마치며
쓸대없이 장황한 감상글이 되었습니다만, 결론적으로 자기 복제를 벗어나면서도 안정적인 이야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내 여동생'의 '이야기'의 장이 열리지 않았나 합니다. 작 중 시간이 꽤나 빨리빨리 지나가고 있고, 전환점이 많기에 차곡차곡 쌓이며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면이 있기도 합니다만, 적어도 각기의 캐릭터가 이야기 자체에서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느낌이에요. 조연들이 자체적으로 활약하며 비중이 늘어난 덕이겠지요.
극중극인 '메루루'와 '마스케라'의 설정도 패러디가 넘쳐나는게 '풋'소리가 절로 나와서 즐거웠고, 2권에서 쌓인 불안감을 멋지게 날리고 작품 자체가 튼실해졌다는 인상이었습니다. 언제나처럼 간결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문체도 읽기 편했고, 일러스트는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하나같이 작 내 분위기, 캐릭터와 잘 어울렸어요.
뭐, 결론은 재밌었다는 것. 이걸로 이번 감상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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