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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드씨의 기묘한 저택

작성자
Lv.1 클래지콰이
작성
09.09.07 14:05
조회
1,739

작가명 : 하지은

작품명 : 보이드씨의 기묘한 저택

출판사 : 이타카 (현재 다음 연재중)

 안녕하세요. 듣보잡 유령회원 감상란에서 처음 뵙겠습니다.

 앞으로 감상란에서 주로 활동할 듯하니 잘 부탁드립니다. 덜덜덜;;;

 최근 <얼음나무 숲>, <모래선혈>을 출간한 작가 하지은씨의 신작입니다. 다음 문학속으로에서 연재하고 있고요. 일단 보시는 곳은 여기입니다=>http://book.daum.net/story/weird/

 <모래선혈>은 미독이지만 <얼음나무 숲>을 엄청 재밌게 읽었습니다. 처음엔 뭔가 하다가 블로그에 리뷰 올라오는 걸 보고 바로 구매 결정! 별로란 평이 거의 없었죠. 게다가 제가 뭔가 괴이담이라거나, 광기 같은 코드에 격렬하게 반응하는 성미이기도 하고. 과연 대단히 재밌었어요. 뭣보다 차갑고 신비로운 분위기와 섬세한 묘사가 강렬했습니다. 제가 미스터리 덕후인고로 플롯 부분에도 감응하는 편인데, 그 부분도 좋았습니다. 여기에 대해선 나중에 차차 불타는 감상문을 기약하고(...)

 바로 관심작가 등록하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다음에서 신작을 연재중이더군요. 이름하여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입니다.

 하지은작가 작품 특징(이라고 생각되는 점)이, 제목이 인상적이라는 점입니다. 작품의 분위기에 호응하면서 호기심을 부추기는 수수께끼 같은 작명이에요. 이 작품도 제목만 보고 바로 감이 왔습니다. 아 이건 절대 내취향이다(...).

 뭔가 고딕 호러같은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제 머릿속에 <고딕 호러 = 음습한 대저택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이야기>라는 공식이 성립되어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요. 여기에 19세기 영국 테이스트가 들어가면 금상첨화입니다.

 이 예상은 반은 맞고 반은 빗나갔는데, 일단 작품의 배경은 19세기 영국스럽습니다. 정확히 일치하진 않고 판타지 월드라는 느낌이지만요. 매 연재마다 호화 일러스트가 들어있는데, 그 일러스트의 느낌이 딱 빅토리안 잉글리시입니다. 노렸구나! 싶을 정도로(...).

 한편 "저택"에 대한 취향은 아쉽게도 틀렸더군요(...). 대저택, 이라기보다는 아파트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보이드 씨>라는 수수께끼의 인물이 관리하는 공동 저택의 주거자들의 이야기를 짚어가는 에피소드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고딕호러 테이스트는 무대배경보다는, 각 인물들이 가진 '이야기'의 기괴함에 있습니다.

 이야기에 일관된 테마랄까, 모티프로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것>의 무서움이라고 할까요.

 보이드씨의 저택은 7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맨 꼭대기에는 소문의 보이드씨가 상주. 3층에는 적갈색 머리의 온화한 꽃미남 라벨 씨가 살고 있는데, 이 인물이 작품의 키 퍼슨입니다. 무려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는 수수께끼의 미남"! 그는 어떤 사람이 '가장 소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읽은 느낌으론 거의 자동적으로 발동하는 특수기인 듯. 프롤로그에선 정말 하잘것 없는 데 소원을 써버린 비운의 주민도 등장하시고(...).

 라벨씨와 얽히는 보이드 씨 저택의 주민들은 모두 '일생 일대의 딱 한가지 소원'을 이룹니다. 그러나 소원을 이룬다는 것이 반드시 행복한 결말과는 이어지지 않죠. 오히려 '재앙'과도 같이, 그들의 이야기에 불행한 결말이 엄습합니다.

 라벨씨가 어쩌다가 그리 된 건지는 아직 묘연. 뭔가 사연이 있겠죠. 그 배경에는 '탐미백작'이라 불리는, 역시 라벨과 함께 전체에 일관된 키 역할을 하는 '마라'라는 이름의 캐릭터가 얽혀 있는 듯합니다. 이쪽은 라벨이 '소원을 들어 준' 사람들에게서 '대가'를 취하여 수집한다는 알 수 없는 취미의 소유자인데, 역시 평범한 인물은 아닙니다. 별명부터가 무려 '탐미'백작이니(....).

 1층부터 시작해서 현재 4층의 이야기가 진행중인데, 1층 이야기부터 만만치가 않아요.

 기괴합니다.....

 1층은 박제사의 이야기. 노쇠하고 성질 괴팍한 장인(?)입니다. 어느날 그에게 탐미백작으로부터 "조금 큰 동물을 박제해 달라"는 주문이 들어오고.... 박제사라는 직업에서 느껴지는 섬뜩하고 그로테스크한 이미지, 그런 것을 형상화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임팩트가 강했어요.

 2층은 시인의 이야기. '시처럼 죽고 싶었던' 한 로맨티스트의 달달하지만 조금 섬뜩한 일대 연애사건(...)이 펼쳐집니다. 1층 이야기가 너무 강렬해서 여기서는 또 무슨 사단이 날까 두근두근하며 읽었죠.

 3층은 제일 취향인 이야기! '연인'들의 이야기입니다. 아아, 이게 또 빅토리안 잉글리시스러워서 흥분의 도가니였습니다. 무려 귀족 아가씨와 미남 하인(바렛이라고 불리더군요)의 엇나간 로맨스! 게다가 미남하인은 마약중독자(............). 에피소드 중 제일 퇴폐적이고 어딘지 귀족마님 향수 냄새가 나는 감상이었습니다. 역시나 라벨씨와 탐미백작이 얽혀들면서 전개는 퇴폐기괴비극이 되고....

 4층은 현재 연재중이라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데, 당찬 여경관 루서와 매력(이라 쓰고 '똘끼'라 읽는다)넘치는 자작도련님이 보이드씨의 저택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살인/변사사건을 추적한다는 내용입니다. 본격 라벨씨 대핀치, 라는 전개일까요. 잘 하면 이 부분에서 중간 클라이막스가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앞으로 두근두근 기대중입니다.

 아직 완결되지 않은 작품이라 섣불리 총평을 하긴 좀 그런데, 인상론으로만 말하자면 '친근한 괴담' 이라고 할까. '친근한'이라는 표현이 좀 어폐가 있습니다만.

 <얼음나무 숲>밖에 안 봐놓고 속단하기도 민망하지만 이 작가의 작풍은 기담 내지 고딕호러에 어울리는 것 같아요. 일단 그런 종류에 필요불가결한 게 장면의 연출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기묘한 맛'의 흐름을 섬세하게 표현해 내는 필력이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이드씨>도 그런 맥락에서 읽히고요. 또 하나 탐미적이고, 어딘가 예술지상주의적인 느낌이 있지요. 기담/고딕호러와 탐미는 뗄 수 없는 단짝 관계입니다. '박제사'라거나 '시인'이라거나 '초미남'(...) 같은 소재가 이런 느낌과 대응하지요.

 한편 '친근하다'는 건 도를 넘을 정도로 엽기적이지 않다는 얘깁니다. 화사하고 섬세한 맛이 있죠. 기담 싫다 그로테스크 싫다 하시는 분들께도 접근하기 쉽습니다. .........1층 이야기에선 좀 강렬한 소재도 나옵니다만, 탐미적인 터치가 살아있어서 많이 커버되고요.

 여튼 고단한 일주일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메이저포탈 연재작이니 마지막까지 잘 달렸으면 좋겠군요. 추천추천!


Comment ' 2

  • 작성자
    Lv.11 벽글씨
    작성일
    09.09.08 00:10
    No. 1

    어, 거울에서 활동하셨던 님 아니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4 혈중카페인
    작성일
    09.09.10 08:16
    No. 2

    마약중독자 아닙니다. 작가님께서 그런 효과를 노리고 쓰신듯한데(아리송하게 만드는 효과), 생꽃 뜯어먹는다고 마약중독자 되지 않아요.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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