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명 : 용의자 X의 헌신
출판사 : 현대문학
*미리니름이 있습니다. 책이든 영화든 관람 계획이 있으신 분은 보지 말아주세요.
우선, 이거 여기다 써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판타지나 무협이 압도적으로 많이 보여서 여기에 올려도 되는지 잠시 고민 했습니다.
일단은 미스터리, 스릴러, 추리쪽이니까 기타 장르로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합니다만... 일단 시작합니다.
용의자 X의 헌신은 바로 어제(12시가 지나버렸네요) 4월 9일 개봉한 영화의 동명원작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씨는 일본에서 이 쪽 장르로는 굉장히 유명한 분인 모양이더군요. 이 장르는 그다지 즐겨보는 편이 아니라 저는 책을 보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일단 미리니름이 있는고로 이 감상을 보시는 분들은 이미 내용을 알고 계시다는 전제하에 줄거리 따위는 뭉텅뭉텅 스킵하겠습니다.
책이나 영화의 광고 카피로는 천재 물리학자와 천재 수학자의 치열한 두뇌싸움이라는 식으로 나와 있는데 저는 딱히 그렇게 생각되지는 않더군요. 저런 문구에는 차라리 데스노트가 더욱 어울린다고 생각됩니다. 용의자 X의 헌신은 이시가미가 만들어 놓은 미로를 유가와가 추리를 통해 조금씩 탈출구로 찾아간다는 느낌입니다.
작가는 도입부에 이미 살인장면을 독자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범인을 알려주되 이시가미가 시체를 어떠한 방법으로 처리하여 수사에 혼선을 주는지는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트릭이라는 시계의 톱니바퀴로 사용되는 부품들을 유가와의 추리와 형사들의 수사라는 형태로 노출하여 독자들 개개인이 나름의 추리를 하게끔 하는 것과 동시에 선입견에 빠지게 유도하여 판단력을 흐리게 합니다. 그리고 절정에 이르렀을 때 반전을 통해 독자들이 세운 가설의 허점을 찌르고 들어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재미는 바로 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작가에 의해 선입견이 무너진 독자들은 충분히 작품의 재미를 느꼈을거라 생각됩니다. 형사는 사건을 다양한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창의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반전 외에 이 작품의 또 다른 포인트는 이시가미라는 사내의 위대한 사랑입니다. 제목처럼 경악스러울 정도인 그의 '헌신'은 작가가 말하고자 한 소설의 가장 큰 주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단, 아쉬운 부분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용의자 X의 헌신은 중요한 부분에서 굉장히 많은 우연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유가와가 트릭의 어떤 헛점을 파고들거나 조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명백한 자료들을 통해 가설을 세우고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보다는 (물론 그런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시가미를 의심하게 된 이유나 그의 트릭을 확신하게 만드는 요인이 모두 추리력보다는 대학생때의 친분을 통해서라는 점입니다. 앞서 말한 광고 카피처럼 속이고 꾀어내고 반대로 그것을 역이용하고 하면서 일진일퇴의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면 미스터리 장르로서 결말에 이르는 과정이 좀 더 즐겁고 박진감 넘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이시가미의 '헌신적인 사랑'에 비중을 더 두기 위해 일부러 의도한지도 모르지만 말이죠. 사실 책의 2/3 부분까지의 내용은 루즈하게 느꼈던 게 사실이니까요.
아무튼 굉장히 재밌게 읽었다는 것은 흔들리지 않는 감상이라 이번 주말엔 색다른 재미를 위해 영화를 보러 갈 예정입니다. ㅎㅎ
길고 지루한 감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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