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쥬논
작품명 : 흡혈왕 바하문트
출판사 : 드림북스
책을 읽으면서 본인이 생각하기에 옥의 티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생각나는데로 썼으며, 편의상 평어를 사용하겠습니다.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흡혈왕 바하문트를 읽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다크포스 충만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기대했고 그 기대에 부흥하여 재미있게 읽었다. 두근두근거리면서 장면을 상상하고 다 읽고 나서 다음권이 몹시 기다려지는 걸 보면 재밌는 작품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이야기가 시원시원하게 흘러가면서 스트레스보다 카타르시스를 주었다고 할까.. 앞으로 더욱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하지만 설정상 뭔가가 불확실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읽는 동안 조금 불만이 쌓였다. 그리고 내 생각에 이런 점은 옥의 티라고 판단을 내렸다. 작가가 초반에 명확하고 확실한 설정을 보여주었으면 좋았을텐데 그 시대의 세계관과 그 세계의 문명수준, 국가간의 관계설정, 가장 중요한 플루토의 매커니즘에 대한 정확한 묘사가 없다는 점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았다.
우선 초반에 바하문트가 바바리안들과 싸우기 위해 전장에 있을때 붉은땅에 들어가서 신성플루토에게 죽을 위기를 겪는 장면이다. 그 땅이 고대 흉왕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플루토가 지키는 것은 알겠지만 왜 플루토가 아무 이유없이 침입자를 강한 무력으로 학살할 수 있는지 그게 궁금했다. 아무리 강대국이라고 해도 타국의 국민들을 그렇게 학살할 수 있다니 깜짝 놀랐다. 그리고 플루토는 확성기로 말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고한마디 없이(언어가 달라도 뉘앙스를 통해 느낄 수 있을텐데,아니 플루토가 공격하는 시늉만 해도 도망갈텐데) 그냥 냅다 창부터 휘두르다니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교국의 성기사나 다름없는 사람들이... 야만인보다 못한 학살자, 마치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침입자를 응징하는 몬스터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많이 비약해서한국인이 미국 대사관에 말없이 들어갔더니 갑자기 기관총으로 갈겨버리는 상황에 대입을 해 봤는데 너무 끔찍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렇게 타국민을 학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나라라면 세계의 질서가 루흘연합국과 그 주변의 노예국으로 정립된 것인가 싶으면 또 그런것도 아닌 것 같았다. 루흘 연합국이 실질적인 세계의 주인이고 모든 것을 통제하는 압제를 펼치고 있지만 주변국에 식민지보다 못한 종속적이고 굴욕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런 일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여왕은 그 때문에 전쟁에 패했는데도 거기에 따른 책임이나 배상을 요구하지도 못하다니... 아무리 바하문트가 붉은땅에서 기연을 맞이하는 설정을 위한 것이라지만 조금 억지가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플루토의 실체가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았다. A급 마정석이 마나를 받아들여 증식금속과 각종 마법이 활성화 되면서 플루토가 나타나는데 크기는 4.5미터 정도이다. 그런데 플루토가 인간형의 모습을 하고 있다면 2미터는 다리, 2미터는 상체, 0.5미터는 머리라고 간단히 생각했을때 도대체 어떻게 사람이 탑승해야 하는지 잘 떠오르지 않았다. 처음에는 마나를 주입하면 증식금속이 그 사람의 몸을 휘감으면서 플루토와 인간이 일체화하면서 거대하게 변하는건줄 알았는데 플루토가 나타나고 사람이 탑승하는 형태면 최홍만같은 사람은 탑승석이 어떤 모습이냐에 따라 절대 플루토 나이트가 될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서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작가가 플루토와 나이트간의 결합모습을 보다 자세하게 묘사했으면 더욱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플루토가 마치 자전거처럼 취급되고 있는데 이것도 좀 웃기다. 자동차도 주인이 키를 가지고 시동을 걸고 나름대로 보안시스템을 갖추는데 플루토가 자전거처럼 보안시스템이 없다는 사실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바하문트가 나이드 왕국의 플루토를 탈취하면서 소유하고 피에타 가문의 사람과 싸워서 전리품으로 플루토를 얻는다는 것은 플루토가 자전거와 다름없다는 설정이다. 이건 동네 자전거 밖에다 세워났더니 도둑놈이 살짝 자물쇠 끊어가서 자기가 잘 타고 나니는 것과 다를바가 없었다. 그 세계의 핵무기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는데 어떻게 이렇게 쉽게 주인이 바뀔 수 있는지 참 이상하다. 중간에 꾸루와 격투클럽에 갔을 때 격투장에서조차 신원 확인하는데 스캔시스템을 활용하는 걸 보면 많이 이상하다. 차라리 주인공의 권능으로 다른 사람의 플루토를 소유할 수 있다고 해도 이해할까말까한데 그런 설명이 없어서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바하문트가 힘들게 루흘연합국과 싸울필요가 없다. 바하문트가 세계 최고의 도둑이 되는 수련을 하고 아르곤을 이용해서 세계의 모든 플루토를 훔친다음(반항하면 손으로 상대를 잡아버리면 끝) 네스토가 준 약품을 바른 다음에 자기가 가진 플루토로 다 때려부수면 게임 끝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플루토가 가진 힘이 엄청나다고 해서 거기에 따른 '안티'가 없다는 설정도 조금 이상했다. A급 마정석을 이용해서 플루토를 만들고 B급 마정석을 이용해서 비행선을 만드는 가히 첨단의 시대라 할 만한데 마정석을 이용해서 플루토에 대항하는 방어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이 아쉽다. 너무 한 방향으로 발달했다고 할까 플루토만 부각시켰다고 해야할까 플루토는 첨단인데 사람들은 말타고 다니는 설정이 어울리지 않아 어색했다. 장갑차가 나오면 대전차미사일이 나오고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 나오면 미사일 디펜스 시스템이 나오는게 마땅한데 플루토에 대항하는 힘이 전무하다는게 조금 이상했다. 또 그런 첨단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중세시대의 의식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성을 쌓고 영주와 소작농의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는 모습과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명수준과 의식수준의 괴리감은 읽는 내내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였다.
4권인가 에서 피에타 가문과 로롤스시간의 전쟁이 일어난다. 여기서 피에타는 상대의 전력을 제대로 탐색하지도 않고 약해진 전력으로 갑자기 전쟁을 일으킨다. 전쟁을 하면서 상대의 플루토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없이 전략을 짜고 전쟁을 시작한다.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플루토가 전장에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지 적의 플루토는 몇기가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없이 평원에 모여서 함성을 지르고 뛰쳐나가서 맞부딪친다. 그러다 갑자기 플루토가 나타나서 적은 2기고 우리편은 1기니까 후퇴한다. 그것으로 전쟁은 끝.
그럴거면 애초에 플루토를 동원하여 싸우지 않았을까?('플루토를 운용하는 데는 나이트의 마나가 필요한데 마나에 따라 플루토를 소환할 수 있는 시간이 다르다'라는 설정이 있었다면 다르게 생각할 수 도 있지만 플루토가 마나를 통해 소환할 수 있다는 설정만 있을 뿐 나이트의 마나 차이와 무력의 관계라든지 마나의 양과 플루토소환과 운용능력에 대한 묘사는 없다. 다만 바하문트처럼 뇌가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사람이 멀티태스킹능력이 있어 잘 운용할 수 있다는 설정인것 같다.)
바하문트가 마법사들을 매복을 통해 습격할때 마법사들이라면 아르곤을 통해 플루토를 살피는 것이 당연한대도 플루토를 소유한 바하문트에게 기습을 당한다는 것도 이상했다. 오히려 숨어있는 별동대에게 바하문트때문에 매복이 들통나 역기습을 당하는 것이 자연스러웠을것 같았다.
그리고 필리아가 전장에서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창을 손과 묶는 장면은 '이건 또 뭐지?'하는 생각이 들게했다. 창은 양손을 이용해서 회전하기도 하고 앞부분을 잡았다가 뒷부분을 잡는 등의 거리에 따른 싸움방식이 다른데 검처럼 찌르거나 베는 무기도 아니고 창을 목숨을 건다는 이유로 갑자기 손과 묶어버리다니 이게 무슨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1대 1 격투를 하면서 각오를 다지는 것도 아닌 적으로 둘러싸인 전쟁통에 언제 칼침날라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창을 손으로 묶는 장면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이외에도 셰로키의 플루토가 가동할 수 있는 건물의 천장이 10미터 밖에 안 된다거나(플루토 4.5미터, 창 4미터: 창을 잡은 팔을 위로 뻗고 점프하면 천장 무너짐) 초반에 호부의 서열 4위 진이 뒤에는 서열 3위로 나오는 것도 옥의 티라고 볼 수 있을것 같다.
읽는 동안에 내가 생각하기에 이런 점들은 '옥의 티'라던가 '무리한 설정'이라는 것들을 두서없이 적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깊이 생각하면서 읽는다는 자체가 작품을 재밌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이다. 미운자식 떡하나 더주는 것이 아니라 이쁜 자식 매 한 대 더 때리는 마음으로 감상을 썼는데 앞으로도 재밌는 작품을 보다 완벽한 상태에서 맞이하고 싶다는 독자의 욕심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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