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아슬릿
작품명 : 좀비 버스터
출판사 : 파피루스
일단 제목의 네이밍센스가 정말 마음에 안들어서 연재당시 추천에도 불구하고 안 보고 있었다는 건 넘어가자.
(결국에는 하도 말이 많길래 슬쩍 가서 봤지만...)
그래서 보던 도중 분량이 남아있음에도 책으로 나온다는 소리를 듣고 안보고 덮어두었던 작이기도 하다.
(왜? 책으로 보는게 훨 나으니까...)
일단 서론은 여기까지 하고 이 글에 대해 파헤쳐보자.
일단 분류는 판타지로 하긴 했지만 정확히 말하면 이 글은 판타지라 볼 수 없다.
SF? 퓨전?
일단 퓨전이라 보는게 나을것 같다.
기본 설정은 700여만의 좀비가 우글거리는 서울에서 주인공과 그의 여동생이 '살아서' 3일안에 탈출하는데 목적을 둔다.
이 글의 주인공(=플레이어)은 신적존재(=작가)에 의해 무려 25670여년의 경험을 갖고있다. 2567번이나 10 여년의 인생을 다시 산 것이다. 그러면 이건 흔히 말하는 리셋물인가?
그러나 기존의 리셋물과 다른 점이 있다. 그 25670여년의 경험은 언제나 비슷한 상황(좀비 등장으로 인한 말세)에서 비슷한 방향(좀비와의 전투)으로만 전생의 기억이 없는 상태에서 쌓였기에 중복되고 거대한 발전을 이루지 못한다.
흔히 보통 리셋물에서 검사로도, 마법사로도, 귀족으로도 살아왔던 기억을 가지고 여러방면으로 강해지는 것과는 다르다.
한번 생각해보자.
거지로서의 10년 인생을 100번 산 사람이랑 일반인 10년, 거지 10년의 인생을 1번 산 사람이랑 비교하면 전자가 거지 경험치가 100이라면 후자는 일반인 70, 거지 70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어느쪽이 더 효율적이라고 보이는가. 물론 전문성으로 보면 전자지만 인생의 경험은 전문성 만이 아니다. 다양성도 중요시된다. 다양성을 갖추지 못한 전문성은 독선으로 변해 다른 분야에서 실수를 연발하게 만들수도 있다.
고로 이 어설프게 양만 많은 경험은 오히려 플레이어의 발을 잡게 될지도 모른다. 이미 플레이어는 2권에서 실수를 저질렀지만 말이다.
그리고 좀비 버스터라는 이름에서 단지 좀비를 통쾌하게 죽이는글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이 글에서 중요한건 좀비를 죽이는게 아니다. 물론 좀비와의 전투신도 멋있고 재밌지만 그보다 눈여겨보아야할 점은 주인공의 행동으로 인한 인과관계와 인간관계이다.
이건 스토리가 정해진 슈팅액션게임이 아니다. 여러 방향으로 미래는 변할 수 있고 그걸 결정하는건 주인공의 행동이다. 다양한 인간성을 보여주고 그에 얽히는 인간관계도 보여준다. 생각없이 했던 행동도 나중에 결과가 되어 돌아올 수 있다.
작가는 그걸 보여주기 위해 여러가지 시점을 사용한다.
플레이어 시점, 3인칭 시점, 1인칭 조연시점등...
이런 시점의 변환을 사용하면 조금 혼란스럽거나 어설퍼지기 십상인데 그런 느낌은 받지 못하고 자연스러웠다. 아마 이건 신적 존재와 그가 만든 게임이라는 설정이 뒷받침되기에 그런것 같다.
게다가 독자들이 작가의 글에 자신이 만든 캐릭터를 등장시킬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주인공과 그의 여동생을 제외한 모든 캐릭터들이 독자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니 더욱 흥미롭고 재미를 더한다.
책의 뒷편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설명도 마치 게임 캐릭터를 분석해놓은 듯해 재미있다.
[이름-김 명수
외모-키 174의 보통 키에 보통 체형. 보통 외모의 23살 대학생. 그러나 현재 몸의 군데군데가 좀비화 되어있다.
성격-그저 그렇게 살아가며 딱히 열정도 없이 살지만 기본적으로 선함. 자신이 정한 도덕률을 생존보다 우선시하기도 함.
캐릭터 어필-지진으로 인한 충격에 심장마비로 인해 죽었으나 좀비 바이러스로 인해 변이되려는 순간 왠지 모르게 기적적으로 심장이 다시 뜀. 좀비 바이러스의 변이가 완전히 일어나지 않아 사람도 좀비도 아닌 반 좀비 상태. 파티 플레이어도 에네미 플레이어도 보스 플레이어도 조커도 될 수 있는 범용 캐릭입니다.]
이런식으로 좀비버스터 게시판에 신청이 가능하니 한번 해보는 것도 좋을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이 판타지라기 보다는 요새 말하는 라이트 노벨?인가 시드노벨 같은거에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특이한 소재, 독창적 구성, 글 자체가 독자와 이루어지는 색다른 시도 등 기존의 판타지와는 많이 다르다. 흔한 양판소에 질리신 분이라면 추천할만하다.
다만 그냥 우워워워 하면서 좀비를 죽이는 글을 보고 싶다거나 주인공이 나쁜 놈이면 안 본다든지 하시는 분은 비추가 될 것같다. 주인공은 굳이 말하자면 아주 이기적인 놈이고 전투보다는 선택에 중점을 둔 글이니까 말이다.
끝으로 좀비버스터 게시판에서 감상글 이벤트를 작가 분이 하고있지만 글을 알리려면 거기에 쓰기보다는 감상란에 쓰는게 좋을것같아 그냥 이벤트를 포기하고 올립니다...
(그냥 이벤트로 할 걸 그랬나?)
Commen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