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흑야에 휘할런가 - 어두운 밤에 빛날런가라는 특이한 제목의 이 책은 제목만큼이나 특이합니다. 한국 무협의 세계관은 크게 둘로 나뉘죠. 한 가지는 중국 역사를 거의 무시하고 재창조 수준에서 쓰는 것으로 대부분의 작가와 작품이 이쪽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더 나가서 아예 중국삘 나는 자기 세계를 만들어 버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역시 풍종호가 본좌입니다. 다른 것은 어느 정도 중국 역사를 참조해서 고증을 보여주는 것으로, 좌백을 비롯해 소수가 간혹 하는 정도입니다.
이 작품은 양자 모두 아닙니다. 중국의 역사 한 가운데 작품이 끼워넣어서 무림이란 것도 없애고, 내공이란 것도 없애버린 무협입니다. 그러니 실제 역사의 흐름과 작중 이야기의 흐름이 서로 맞물리며 중국 역사에 보기 드물게 충실하지만 보통의 무협다운 점을 거의 볼 수 없는 특이한 색채를 내는 소설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시도와 성취는 가히 찬사받을만 합니다.
글 자체도 담백하고도 뛰어난 두 권 완결의 소설로. 기승전결이 훌륭하고 다양한 인간군상에 대한 묘사가 만족스럽습니다. 아쉬움이 있다면 복수담인 이 이야기에서, 복수에 대해 진짜 당위성을 가진 캐릭터는 얼마 되지 않고, 나머지는 좀 과중하게 감상적이라는 점입니다.
걱정거리라면 두 권이란 권수에서 세계관까지 전부 대여점 트랜드에 맞지 않아서 이 작가 작품을 앞으로 얼마나 볼지 걱정이라는 정도. 유료연재를 하시는진 모르겠지만 한다면 그게 잘 되면 좋겠군요.
2.권왕전생 17 - 딱히 대단한 작품은 아닙니다만 그럭저럭 평타는 꾸준히 쳐 주고 있어서 읽어왔는데 17권에 들어와서는 어이 없을 정도로 재미가 없었습니다. 누가 관심을 가질까 싶은 재미없는 설정 나열에 박진감이나 비장감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 전쟁 묘사. 매력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캐릭터... 일단 끝까지 읽기나 하자는 심정으로 페이지를 넘기려고 해도 안 될 정도였지요. 어쩌다 이렇게 까지 글이 망했는진 모르겠지만 하도 재미가 없어서 여기가지 읽어놓고도 18권은 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작가가 라노벨인가 뭔가 쓴다던데 그거 쓴다고 이 물건은 버려둔 건지도 모르겠군요. 어쨌든 다시 이 작가의 작품을 읽을 가능성은 낮을 것 같습니다.
3.금강불괴 - 소림쌍괴를 읽고 안 읽어본 좌백 작이 있으면 정리하자는 심정으로 읽었습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역시 아주 재미있었지요. 완결만 빼고 믿고보는 좌가시! 하지만 다소 아쉬운 것은 이 작품을 읽어보면 좌백이 소재나 진행에 있어 매너리즘에 슬슬 빠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는 것입니다. 이 아주 오래된 작품이 소림쌍괴에 겹치는 설정과 캐릭터가 적지 않으니 말입니다.
4.낭인천하 - 완결 났습니다. 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 완결된 한 작품으로 보자면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일단 주인공 부인을 그 꼴로 만든 진짜 원흉은 놔두고, 사실 제갈씨가 다 뒤집어쓴 감이 있죠. 적어도 그쪽은 진짜 사랑했던 것이고, 험하게 대하지도 않은 편입니다. 한데 부인을 납치해서 진짜 온갖 못볼꼴 보게 만든 것들은 그냥 놔두고 말았으니. 아들과 아버지의 사랑 이야기라는 작가의 변도 실제 작품에서 아들의 비중 생각하면 설득력이 전혀. ㅋㅋ 그러나 이런건 전부 다음 작품을 위한 일종의 복선이 될 거라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것이죠. 실제 이 작품은 이전 작품들과의 연결고리가 확실해 지면서 마지막 이야기가 정리되기 위한 가교 역할을 해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 반갑게도 백야의 태양바람 2부가 북큐브에도 연재되고 있습니다. 유료연재가 잘 돼서 마음먹은 대로 글을 끝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무림오적 시리즈도 성적 문제로 좀 축소된 거라는 가슴 아픈 이야기도 있던데 그런 꼴은 보고 싶지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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