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전영훈
작품명 : 철혈검가
출판사 : ROK
'[철혈검가] 의 주인공 검치우는 이기적이고 교활하다.
하지만 그의 주변 인물들은 그를 영웅이라 떠받들고, 대협이라 칭송한다'
책 표지에 쓰여진 소개글의 문구인데, 이 문구는 '철혈검가' 의 전체적인 흐름을 잘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주인공인 검치우는 공명정대한 위인은 아니다. 그는 이기적인 사고관을 가지고 있고, 교활한 행동으로 그의 사사로운 이익을 챙긴다. 고향에 돌아와서 행한 가장 첫 번째 일이 자신의 검가에 속한 어린 관원들을 괴롭히는 백가의 다른 어린 관원들의 발목뼈를 은근슬쩍 격산타우로 부러뜨리는 일이며, 어릴때 집안 땅문서를 팔고 도주한 것을 용서받기 위해 집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척 하면서 아버지가 보지 않으면 은근슬쩍 딴짓을 하는 것을 보면 검치우의 성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을 해도 그가 미워 보이지 않는 것은, 충분히 선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자신의 사리사욕을 취하긴 하지만 인정사정없이 당하는 사람의 간 쓸개 다 빼먹고 매몰차게 몰아치는 행동은 보여주지 않는다. 이득을 취하면서 적절하게 선을 지키고 상대방을 나락 끝으로 몰아세우는 일은 하지 않는다. 물론 이야기를 진행하다 보면 일신상의 안위를 위해서 살인을 행하기도 하지만, 밝혀져선 안되는 자신의 과거를 감추기 위해서 행해지는 일인 만큼 - 도덕적인 관점에서는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 어느 정도의 논리적인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주인공의 성격이 성격인 만큼 이야기는 어느 정도 유쾌한 면을 띄고 있다. 몰락한 검가를 괴롭히는 중소 사파를 혼내준다거나, 고리대금업자를 혼내 주는 장면에서 이러한 유쾌한 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흔히 볼수 있는 무협처럼 단순한 힘의 과시와 파괴를 통해서 유쾌함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검치우의 교활함을 충분히 드러내면서 유쾌함을 준다는 것이 다른 무협과는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이러한 면이 식상한 전개를 통해서 느낄 수 있는 식상한 유쾌함보다는 좀 더 신선하고 흥미로운 유쾌함을 느낄 수 있게 해서 좋았던 것 같았다.
그렇지만 유쾌함을 추구하는 무협이 빠질 수 있는 가벼운 전개의 단점이 보이진 않는다.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작가는 철저하게 선을 지키고 있다. 상투적인 내용 전개라면 주인공은 일당백의 실력으로 각종 사파들을 혈혈단신으로 쳐들어가서 혼내주겠지만, 철혈검가에서는 그런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세작의 배치와 정보망의 확보, 검가장 재원의 확보, 암살 청부, 독의 사용 등등등... 확실하게 현실적인 대응 방법으로 결전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점은, 아무런 생각 없이 단순히 주인공의 무력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려는 현재의 대세와는 확연히 차별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야기 전개가 단순히 유쾌하지만은 않다. 검치우는 무림공적으로 몰린 야월회의 유일한 생존자. 자신이 야월회 소속이라는 정체가 드러나지 않게 무공을 숨겨야 되고, 거대 문파들의 추적을 피해야 한다는 점이 읽는 이로 하여금 유쾌한 분위기로만 젖어들 수 없게 한다. 이러한 사실을 간간히 상기시킴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약간의 긴장감을 유지시키고,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한없이 가볍게만 만들지 않는 효과를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과연 검치우가 어떻게 자신의 정체를 끝까지 숨기면서 검가의 재중흥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인가 다음 편이 기대되는 소설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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