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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A.F (기갑시녀급습부대) 감상

작성자
Lv.56 Eclipse
작성
07.05.15 22:14
조회
2,685

작가명 : 가뫼오

작품명 : A.S.A.F (기갑시녀급습부대)

출판사 : 현재 연재 중단, 리메 준비중.

...수능 200일도 안남았는데 뭐하는짓인진 모르겠지만 여하튼 Go-

1. ASAF, 왜 S인가

...에 대해서는 하도 궁금해서 가뫼오랑 이미 대화를 해서 알고는 있지만 여태까지 고민한게 아까워서라도 일단 써봐야겠다. 일단 제목의 한글명은 '기갑시녀급습부대' 줄여서 ASAF라고 한다. 처음엔 그런가보다 하고 그냥 넘어갔지만 원래 '고찰은 제목부터'가 내 습관이라..

기갑: 보통 Armored 나 Armourd 라고 한다.

시녀: Maid

급습: 보통은 Raid지만 A에 짜맞추면 Assault가 된다.

부대: Force

이렇게 맞춰보면 Armored Maid Assault Force, 즉 AMAF가 된다. 그런데 보다시피 ASAF란다. 시녀가 Maid가 아니란 얘기다. 제일먼저 든 생각은 'Shinou'의 S를 딴 건가(...) 였지만 그럴리가 없다는 판단에 어렵게 찾은것이 Soubrette. 뮤지컬에서 시녀 역할을 하는 배우를 칭하는 거라 하는데 잘은 모른다. 나중에 하도 궁금해서 가뫼오한테 물어본 결과 Soubrette는 아니였고 Servant 였다는게 밝혀졌다. (...서번트가 어째서 시녀냐!!)

2. 배경 or 설정에 관하여

시간적으로는 근 미래, 공간적으로는 영국. '데이터 버스터'라 불리는 현상으로 모습을 드러낸 아서왕의 무덤 아바론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미리 말해두지만 F모게임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  평가를 위해 배경이나 설정에 관한 몇몇 부분을 넣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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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세기 이후, 이 세계에서 인간에게 가장 큰 위협은 호환, 마마도 아니고 전대미문의 불치병도 아닌 몬스터(monster), 동방에서는 괴기(傀奇)라고 불리는 이종(異種)들이었다.

첫 발견은 제 3세기 말엽, 2020년 때였다고 전해진다. 그들에게는 각종 현대화기가 무용지물이 되었고, 오로지 검, 활과 같은 구식병기로만 상대할 수 있었다. 게다가 초기에는 손으로도 짓눌러 죽일 수 있었던 것이 이제는 말 그대로 집체만큼 커진 것도 있어, 일반인으로서는 손을 쓸 수 없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몬스터가 공식적으로 등장한 지 3년, 데이터 버스터(data burster)라고 불리는 수수깨끼의 생체 바이러스에 의해 전 세계의 정보망은 마비되었고, 스스로가 지배한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 버스터는 모든 화학무기의 무차별 폭격을 감행한다. 이 사건이 바로 데이터 버스트(data burst), 바로 제 3세기를 멸망으로 이끈 초유의 종족말살(genocide)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인류는 놀랍게도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소수의 인류는 잿더미가 된 문명 위에서 힘겹게 그들이 가진 극소량의 지식을 후세에 이어주었고, 인류는 느리게나마 과거의 영광을 회복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들에게 광명이 비출 때쯤, 몬스터는 또다시 등장했다.

그들은 한층 조직적이고, 한층 포악해졌다. 또한 한층 강해졌고, 한층 뛰어났다. 그들에게 인류란 먹이였고, 과거와 달리 인간은 먹이사슬의 정점에서 비참하게 미끄러졌다. 강철도 찢어발기는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 인간을 농락하는 놀라운 지능과 바위도 으깨는 힘은 이미 생물의 범위를 벗어난 초자연적인 무엇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러던 와중에 발견된 것이 바로 현자의 돌이라 불리는, 수수깨끼의 광석이다.

현자의 돌은 반투명한 하얀색을 띄고 있는 광석인데, 강도는 대단히 약해 조금만 힘을 줘도 으스러질 정도다. 그러나 이 광석에는 한 가지 특별한 힘이 있는데, 바로 몬스터들의 정신을 교란시켜 본능적으로 현자의 돌이 있는 곳을 꺼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살아남은 인류에게 이 힘은 놀랄 만큼 유용했고, 이 돌이 채굴되는 일부 광산을 중심으로 도시가 재건되었다. 그러나 현자의 돌은 극히 소량, 그것도 굉장히 오랜 정제기간을 거쳐야만 도시 하나를 보호할 만한 힘을 낼 수 있었고 그 결과 인류의 활동범위는 예전과 달리 굉장히 축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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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주인공 헤이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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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세기’의 용어를 빌려 말하자면 남녀추니인 것이다. 데이터 버스트(data burst) 현상 이전의 제 3세기에 널리 퍼졌던 그리스 신화에서 따온 말로, 남. 아무성과 여성의 성기를 함께 가진 간성(intersexual)을 일컫는 단어다. 소녀는 매일같이 울었다도 없는 후줄근한 아파트를 뛰어다니며 비명을 질렀다. 손톱이 부러지도록 벽을 긁으며, 창문을 갉아먹을 기세로 이빨을 내밀면서도 정작 밖으로 나갈 수는 없었다. 두꺼운 스커트로 가려봐도, 정작 자신의 정체는 숨길 수 없었다. 창문 밖에서 다른 사람의 시선이 느껴질 때면 옷 한 벌 입지 않은 나체가 된 느낌이 들었다. 그런 소녀에게 단 하나의 희망은, ‘부대’에 입대하는 것이었다.

유연한 신청제도로 대원을 선별하는 ‘부대’는 두 개의 조건을 걸고 있다. 첫 번째는 ‘능력’의 소유자일 것, 두 번째는 ‘범죄기록이 없을 것’이 바로 그 조건이다. 소녀는 두 조건에 부합했고, 그 결과 모국인 영국에 주둔한 ‘부대’에 입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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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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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에서 ‘부대’라 칭할 수 있는 조직다운 조직은 단 하나, 기갑시녀급습부대라 불리는 거대한 무장단체 뿐이다. 교황청의 성녀의 관(Saint's Organization)이라는 계획에서 발족된 기관인 ‘A. S. A. F‘를 모태로 급성장한 이 조직은 산하에 일곱 개의 지부를 두고 있었다. 인간이 오랜 세월에 걸쳐 모래알을 쌓아올리듯 수거했던 지식들을 일거에 무너뜨린 ’능력‘이란 이름의 비정상적인 힘을 사용하는 ’능력자‘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이 조직은 인류를 위협하는 먹이사슬의 폭군, 몬스터(monster)에 단독으로 대항할 수 있는 존재들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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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적인 특징으로 인해 '능력'이 여성에게만 이어지기 때문에 부대원들은 전원 여자.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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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몬스터에게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대원들의 욕구불만이란 심각하다. 이 지긋지긋한 지부를 벗어나는 시간이라고는 ‘일반인으로서는 해결할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와 짜디 짠 휴가철뿐이다. 그러다보니 지부에 남은 이들은 자연 시간을 보낼 엔터테인먼트를 찾기 마련이고, 그 중 가장 널리 퍼진 것 중 하나가 섹스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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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여기부터가 문제인 것이다.

갑작스레 등장한 몬스터와 그에 대립하는 인간의 구도는 꽤나 흔한 설정이지만 이에 결코 흔하지 않은 주인공의 IS(Inter Sexual)와 남성들의 모종의 상상(?)을 자극하는 메이드부대라는 설정은 참신하다.

그리고 IS는 어떨지 몰라도 메이드부대라는 설정은 남성들에게 크게 어필한다(...) 약 한권분량에 달하는 스토리 전체에 흐르는 아서왕에 대한 설정과 주인공과 메이드 부대원들이 가진 특수한 능력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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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가라앉지 않은 흥분의 흔적을 마땅찮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소녀는 한참이 지난 후에야 정신이 맑아졌다. 아침에 일어나는 당연한 수순인지, 아니면 지난 밤 있었던 열락의 여파인지 소녀의 사타구니 사이로 일어선 ‘그것’은 전장에 나선 기사의 돌격용 창만큼이나 뻣뻣하게 그 위치를 고수하고 있었다. 하얀 피부색과는 다르게 그것의 색은 약간 검붉었고, 흉물스러운 핏줄이 한 꺼풀의 거죽을 걸치고 농염하게 제 몸을 비틀고 있다. 다소 일그러진 버섯머리처럼 보이는 귀두에는 탁한 우윳빛의 액체가 굳어있었다. 길이는 어림잡아 25cm, 소파에 몸을 맡기고 고개를 숙인 그녀의 코끝에서 얼쩡거리기에는 충분한 녀석이었다. ‘그것’은 이따금 들썩거릴 때마다 시뻘건 촛농으로 범벅이 된 하얀 가슴을 이따금 건들고 있었다. 일견 보기에는 언밸런스한 광경이지만, 소녀―헤이젤(Haizel)을 알고 있는 이라면 꽤나 익숙한 광경이었다. 소녀 또한 이 불유쾌한 광경을 혐오했지만, 이곳에 온 지 1년이란 세월이 흐르자 이 치명적인 신체적 불합리함에 익숙해진지 오래였다. 그녀는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검지를 세 개 쯤 뭉뚱그려 만든 크기의 바이브레이터를 꽂아두었던 질을 신경질적으로 짓눌렀다. 손가락 끝으로 전해지는 알싸한 느낌에도, 소녀는 단지 얼굴을 찌푸릴 뿐이었다. 음낭(陰囊) 밑에 난 이 흔적은 분명 그녀가 여성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비밀스러운 일이지만, 부대 내의 주치의에게도 확인은 받아놓은 상태였다. 그녀는 분명 임신도 할 수 있고, 시킬 수도 있다. 이를테면 능동형도 되고 수동형도 되는 만능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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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의 묘사가 여성독자분들을 얼씬도 못하게 만든다는 점과 대다수의 건전한 남성 독자들에게도 IS(간성)가 성행위를 한다는 것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는 것에서 독자들이 상당수 떨어져나간다. 주인공 or 주인공 주변의 미소녀가 난잡한 성행위를 매우 즐긴다는걸 알고 좋아할 독자는 얼마나 될까(...)

바이브레이터와 동성애에 익숙해진 여자가 아닌 뭔가 히로인이나 준 히로인은 '순수하다는' 이미지를 대다수는 원하고 있는 것이다.

난  이를 기성 미소녀캐릭에 대한 반란(...)으로 이해했다. 대단하다!  전형적인 미소녀캐릭터의 틀을 완전히 깨고있지 않는가? 그런 점에선 주인공의 IS도 그렇고 말이다.

그런데 물어보니... 그럴 의도는 없었던것 같다(...)

작가말로는 특수한 설정이 있다는데 그건 솔직히 내 입장에선 고려할 바가 아니다. 단지 난 독자의 입장에서 말하는 거니깐.

뭐 이런 노골적인 성 묘사의 문제점을 들어보자면, 첫째로 독자입장에서는 주인공 포함 여타 캐릭터들에게 그리 친밀하진 않은 감정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주요 캐릭터들에 대한 감정이입의 부족으로 나타난다.

사실 '감정이입'이라는 건 현대적 입장에서 볼 땐 비판해야 할 대상이다. 현대극은 관객에게 자신의 자리를 일깨워줌으로써 관객의 가사체험-주인공에의 감정이입-을 철저히 봉쇄하려 한다. 알기 쉬운 예를 들자면, 『End of Evangelion』에서 안노 히데야키가 실험했던 ‘영화관의 관객을 보여주기’ 등이 있다. 극을 보고 있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봄으로써 극 안에 자신을 위치시켰던 환상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현대극의 실험들은 가상 세계인 ‘극’이 관객의 감정이입을 통해 관객이 위치한 현실 세계를 가리려 한다는 비판에서 출발한다. 안노 감독의 말처럼 ‘극’은 ‘극’일 뿐, 현실이 아니다. 아무리 현실 세계와 비슷하게 그린다 할지라도, ‘극’의 세계는 관객이 진짜 서 있는 세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상업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감정이입이라는건 장르소설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이다. 독자들은 소설속의 주인공과 자신을 일치시킨다. 여기서 주인공은 영웅일 수도 있고, 마법사일 수도 있으며, 혹은 좀더 다른 것일수도 있다.  독자는 이를 자신과 동일화시킴으로써 마치 자신이 그 일을 겪는 듯한 감정을 느끼고, 거기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 '감정이입' 이 잘 됐을 경우, 장르소설에서는 이를 보통 '명작' 반열에 올려놓는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때, 독자들에게 친밀감을 급속도로 감소시키는 여러 요소들은 수정해야 한다고 본다.

내 생각엔 주인공의 IS를 수정하는건 그리 좋은 방법같진 않다. 실제 주인공 성이 미묘해도 인기를 얻은 경우는 어느정도 있고 말이다. (키노의 여행이나 고스트 바둑왕의 sai, 멀리서는 도화월탄)

하긴 작가도 주인공의 성은 작품 자체와 깊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고치기는 힘들다고 말했으니...

그보다는 결정적으로 독자가 거부감을 가지게 만드는 여타 성행위에 대한 거침없는 묘사의 수위를 좀 자제해 주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너무 마니악한 몇몇 부분도 '대중적으로' 고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런 마니악한 점을 뺀다면 ASAF가 훌륭한 세계관 또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3. 캐릭터의 매력에 대해

일단 헤이젤을 보자. 인터 섹슈얼(IS)인 것과 정력이 쌔다는 것, 외모는 초 미소녀라는건 그렇다고 치고 능력으로는 태허궁을 쓰고 몸에 신을 강림시킬 수 있다. 성격적으로는 성행위를 좋아하며(...) 대체적으로 무난한 사교능력, SM을 즐기는 듯도 하다.

...끝... 이랄까 더이상 특정지을 만한 게 없다.

별로 개성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대중적이지도 않고 그냥 무난하다.

그리고 주인공의 친구(?) 연인(?) 인 엘프 아리엘을 보자.

솔직히 말해서 나중에 지하실에서 적이랑 싸운거랑 초반에 주인공이랑 뜬거 밖에는 기억 안난다(...)

그냥 얘도 무난한 성격인듯 싶다.

발렌타인을 보자.

얜 지하실에서 만난것같은데 좀 똑똑하다. 벨드가 나서려고 할때 말린걸 보니 냉정한 면도 있는것 같다. 근데 잘은 모르겠다. 능력도 잘 기억 안난다.

벨드는?

그럭저럭 특징이 있다. 무투가 타입의 능력을 쓰고, 어려서 험한일이 있어서 강해지고 싶어한다. 게다가 다혈질이다. 조금만 개발하면 전형적인 무뚝뚝 무투가 소녀가 될듯 하다. 그나마 제일 성격적으로 튀었는데, 적에게 당해서 맛이 가 버린다(...)

적들의 경우도 뭔가 있을법할 놈들이 있는데 지금은 별반 기억이 안난다.

아서왕이 좀 괜찮았다는 점만 머리에 남는다.

즉, 이런 말이다.

뭔가 개성적인, 또는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 만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가 거의 없다.

세계관의 설정에 비해 캐릭터 성격 쪽엔 좀 신경을 덜 쓴 느낌이다. 여타 미소녀게임처럼 전형적인 캐릭터의 타입(모에)을 들고나온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다수의 양판소같은 전형적인 성격도 아니고, 싸이코적인 성격도 아니고... 아, 이건 하나 있다.  데이비드(...) 싸이코 SM 마니아. 개인적으로 보면서 즐거웠다.

결정적으로, 개그 캐릭터가 없다!

웃기는 캐릭터가 없고, 보면서 부담없이 웃음지을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도 없다.

미소녀인 여자 캐릭터들의 매력을 거의  살리지 못하고 있다. 정말 안타깝다. 덛붙이자면 귀여운 로리 캐릭터도 없다. 난 거유누님캐릭은 싫다. 벨드같은 성격에 어리버리하고 부끄럼 좀 타면 정말 좋겠다(...)

4. 글의 문체, 사건 진행력에 대해

작가가 이제 고3인걸 감안한다면, 꽤나 뛰어난 편이다. 객관적으로 봤을때 왠만한 판타지 작가보다 낫다. 괜찮은 실력이다. 나이답지 않은 고풍스러운 묘사에 감탄했다. 문체도 딱히 흠잡을 건 없고, 상황 설정이라던가.. 전투씬의 묘사도 좋은 편이다. 전반적으로 흠잡을 게 없다. (개인적으로 무척 부럽다.)

위기 상황에 대한 묘사나, 주인공의 내부 변화에 대한 묘사, 인상깊었다. 사건 진행도 무난하고 괜찮은 편이다. 종종 사건 진행이 빠르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는 저절로 해결될 거라 믿는다. 사실 사건의 진행이 느리다고 욕먹는 경우는 있어도 빠르다는건 왠만큼 빠르지 않은 이상은 단점이 안 된다. (참고로 난 무지 느리다.)

4번 항목에 있어서는 아마 AM(집필단체)의 최상위권이 아닐까 한다. 특히 '묘사'에 있어서는 굉장하다. 복선도 몇개 깔아놓은것 같던데, 나로서는 거의 대부분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이건 특히 멋졌던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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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젤은 섣불리 문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아사프에 입대한 뒤, 금단으로 취급받아 강력한 봉인으로 사로잡힌 자신의 ‘능력.’ 그 능력은 ‘터무니없이 강하다’라는 이유만으로 특별 한정 지정을 받았다.

특별 한정 지정을 받은 능력은 제각기 그 특징이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사용자가 잘못 사용할 경우 국가 하나가 흔적도 없이 제로(zero)로 역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능력을 제어한다는 건, 날개 달린 호랑이에게 고삐를 채운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기에 속박당한 능력.

그렇기에 버림받은 능력.

그렇기에 □□당한 능력.

족쇄를 풀기 위해, 문에게로 다가선다. 성큼성큼, 내딛는 발걸음에 신념은 없다. 의지조차 없다. 한 줄기, 구원을 향한 열망만이 있을 뿐. 그 구원조차 거짓인지 진실인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옥의 수렁을 구르는 소녀는 자물쇠를 붙들었다.

『죽어.』

정수리에 내리꽂히는 한 줄의 사념(思念). 그것은 망각이 빚어낸 기억의 파편일까, 아니면 미래를 경고하는 감성의 외침일까. 소녀는 자물쇠를 잡아당겼다. 온갖 능욕과 멸시로 새까맣게 변색된 머리카락이, 어둠 속의 폭포처럼 철렁 움직였다.

『열면.』

『죽어.』

수십 년은 된 낡은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듯, 짙은 노이즈에 뒤덮인 목소리. 하지만 소녀는 그 목소리를 알고 있다. 아니,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오히려 직접 들었을 때 낯설다. 그 목소리는 자신의 것.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신의 목구멍을 타서, 자신의 성대로 직접 만든 특유의 울림. 헤이젤은 눈을 감았다.

『열지 마.』

『‘이번에는’ 열면 안 돼.』

『열면.』

『죽어.』

울림은 경고하고 있다. 죽는다고, 그렇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능력을 열면, ‘죽어야만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물론, 확신하고 있다. 열면 죽을 것이다. 한 번, 단 한 번 죽을 것이다. 하지만, 이 ‘죽음’과 저 치들에게 당하는 ‘죽음’이 다르다는 것 정도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어째서인지 알 수 없지만 여기서 능력을 사용하면 ‘헤이젤’이라는 인간이 완전히 나락으로 덜어질 것을 알 수 있다. 지옥의 마귀들조차 겁을 먹고 가지 않는, 무저갱의 저편으로.

『열지 마!』

『열지 마!』

『열지 마!』

울림은 외치고 있다. 그 외침은, 이미 비명과 다를 바가 없다. 심호흡을 하고, 자물쇠를 끊는다. 그 육중함에 비해, 연결고리는 터무니없이 약한 것일까. 신념도, 의지도 담기지 않은 손짓에 최후의 보루는 그렇게 속절없이 끊겨나간다.

터져 나오는 빛(암흑).

터져 나오는 쾌락(고통).

터져 나오는 환호(비명).

터져 나오는 재생(죽음).

누구의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헤이젤의 것일 수도, 벨드의 것일 수도, 이리엘의 것일 수도, 발렌타인의 것일 수도, 데이비드의 것일 수도, 혹은 이 세상 어딘가에서 흙바닥을 뒹구는 벌레의 것일 수도 있다. 터져 나온다. 환호(비명)를 지르며. 쾌락(고통)에 이기지 못하고 나뒹군다. 추하게 나락으로 떨어지는 ‘뭔가.’ 온갖 비의가 순식간에 바다를 이루고, 산을 쌓는다. 그 앞에서 지식을 논하고 힘을 찾는다는 것이 무의미해진다.

거대한 용.

열 네 개의 머리를 휘두르며, 그것은 포효하고 있다.

환상.

어릴 적부터, 갓난아기였을 때부터 봐왔던 초록빛의 환상.

깔깔거리는 웃음소리와 함께 그것은 불을 뿜고, 대기를 얼리고, 바람을 휘두르고 있었다. 강철로 치장한 용은 신화와는 괴리된 최신식의 병기를 이끌고 세계를 부순다. 모든 것은 환상이었다. 그래, 환상이었다.

쨍강.

귀청을 찌르는 소음과 함께, 환상(문)이 깨졌다.

빛.

순수한 빛이 오른팔에 머물며 맹렬히 회전하고 있다. 손가락 끝부터 쇄골까지 이제까지는 볼 수 없었던 적색의 선이 한 줄기 그어져 있다. 검은 바탕에 붉은 줄. 불길할 정도로 혈관을 연상시키는 그 선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숨을 쉴 때마다 벌컥벌컥 약동했다. 헤이젤은 시선을 돌려, 벽에 몸을 기댄 발렌타인을 바라보았다. 숨은 쉬고 있어서 살아있다―정도는 알 수 있지만 정신을 차릴지는 의문이다. 재수 없다면 식물인간. 머리 부분을 심하게 다친 것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게다가 이 모습은 도저히 지인(知人)에게 보여주기 싫은 모습일 테지. 줄이 그어진 오른팔로 정신을 집중하자, 붉은 선은 나무가 뿌리를 뻗어가듯 자신의 가지로 팔을 덮어가기 시작했다. 지네 수십 마리가 피부를 기어가는 감각도 이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나는 북천(北天)의 지배자. 날카로운 바람(north storm)을 품고 얼어붙은 대지에 두 마리 까마귀를 풀어놓는다. 세계를 휘도는 뱀을 사로잡고, 신으로 포식하는 늑대를 구금한다. 나는 독안(獨眼)으로 삼라만상을 꿰뚫는 자. 세상을 구성하는 세계수의 가지를 뜯어내어, 발밑의 샘에 떨어뜨린다. 나의 이름은 오딘(Odin). 나의 이름은 괴수(Mystery). 신조차 찾을 수 없는 비전의 지식을 이곳에 개방한다.」

그리고 외친다.

「―――――――신의 창(Spear of Replica), 가동.」

세계가 떨린다. 그야 당연하겠지. 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되는 신(神). 정확히 말해 신의 모조품께서 내려오신 것이다. 오른팔에 새겨진 붉은 줄에 이끌려, 마치 인연을 찾듯 이 땅에 신이 강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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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작가,작품의 배경 지식

소설을 보면 이과적 지식은 거의 나오지 않지만 여러 유럽 신화에서부터 카발라까지 여러가지 잡다한 인문계적 지식들이 나열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보았을때 작가가 종교나 신화쪽에 있어서는 빠삭한 편이라는걸 짐작해 볼 수 있다. 솔직히 이제 고3주제에 문과도 아니였으면서 이정도로 알고 있다니 놀랍기 짝이없다. (참고로 작가는 현재 이과에서 문과로 전과했다.)

여러 신화라든지 사상적인 토대가 뒷받침되어 있으므로 설정의 백 그라운드가 탄탄하다고 해야 할까. 뭐 그런 느낌이다. 비록 여러 요소들로 ASAF는 대중적으로 아주 말아먹었지만 앞으로가 매우 기대된다.

6. 어중간한 후기

힘들어서 더이상은 못쓴다 GG.


Comment ' 15

  • 작성자
    Lv.1 현성(玹成)
    작성일
    07.05.15 22:34
    No. 1
  • 작성자
    Lv.11 서뇽
    작성일
    07.05.15 22:54
    No. 2

    상업적으로는 괜찮은 작품일지 모르겠으나, 설정은 억지 같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2 김갑환
    작성일
    07.05.15 23:23
    No. 3

    좀 하드한 후타물을 많이 탐독하시는 듯 하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2 김갑환
    작성일
    07.05.15 23:56
    No. 4

    작가분이 나스씨를 넘 좋아하시는 듯. 한글소설을 써주셨으면 하는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6 Eclipse
    작성일
    07.05.16 17:58
    No. 5

    2// 상업적으로 괜찮다니.. 읽어보긴 하신건지(...)
    분명 말아먹었다고 말했습니다만;
    설정이 억지스럽다는 말은 맞지만 그럼 안 억지스런 작품은 어디 있나요? 제가 보기에 ASAF는 기본적인 설정의 인과성은 갖춘 작품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6 Eclipse
    작성일
    07.05.16 18:01
    No. 6

    3,4// 저 그런거 그닥 안 즐깁니다.-_- ASAF는 단순히 예외였고, 작품 어디에도 나스와 연관된 내용은 안 나옵니다만. 그리고 문체로 따지자면 나스보다 이쪽이 오히려 더 나아요.
    그리고 물어본바 작가분은 나스 별로 안 좋아합니다. 좀 개념 댓글좀 부탁.-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꼬꼬넨네
    작성일
    07.05.16 19:57
    No. 7

    이클아;;; 문피아 캠페인 '숫자'//은 되도록 사용 금지임(...)
    그리고 ASAF 문피아 연재 중인거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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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12 김갑환
    작성일
    07.05.16 21:47
    No. 8

    후타탐독은 Eclipse님께 한 말이 아니라 작가님께 말한겁니다.
    그리고 나스를 좋아하던 말던 저리도 나스냄새가 쩌는 글체를 보고 말한건데 작가분도 인정하더군요. 제 3자인 Eclipse님이 갑자기 왜 이리 나서는지 모르겠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2 김갑환
    작성일
    07.05.16 21:49
    No. 9

    그리고 아직 어리신 것 같은데 함부로 댓글 달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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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1 혼천일월장
    작성일
    07.05.17 04:47
    No. 10

    작가라...

    일본소설중에 "기갑기사 발챠드"란게 있고 이걸 번역해서 올려
    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설정부터 시작해서 거의 모든게 유사하군요.
    물론 저랑 코드가 맞지 않는 관계로 건성으로 훑어 보기만
    했습니다만.. 심지어 남성이 달린 여성 파일럿.. 이런것까지 -_-;

    근데 나스가 뭡니까? 표절이 아니길 바라면서.. 한번 보러
    가봐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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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24 마법시대
    작성일
    07.05.17 17:30
    No. 11

    혼천일월장님//
    나스 키노코를 말하는 겁니다. 월희와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라는 게임의 시나리오 라이터이고 공의 경계라는 소설을 썼지요.
    그런데 나스글은 비쥬얼 노벨로 보면 괜찮은데 소설로 보면 영...;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4 마법시대
    작성일
    07.05.17 19:15
    No. 12

    그런데 나스랑 비슷했나요? 그런느낌은 별로 못받았었는데... 설렁설렁 봐사 그런가...

    뭐, 작가분께서 인정했다면 그런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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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Personacon 文pia돌쇠
    작성일
    07.05.17 23:47
    No. 13

    댓글들이... 좀 우려스럽군요. -_-a
    감상란이니만큼 조금만 상대방을 배려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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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75 악돌이
    작성일
    07.05.19 20:13
    No. 14

    이 비평을 보고 ASAF를 한번 읽어보고 싶은데요 어디에 있는지 찾을수가 없군요 어디서 볼수 있는지 가르켜 주실분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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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61 꼬꼬넨네
    작성일
    07.05.19 23:23
    No. 15

    악돌이님// ASAF는 예전에 가뫼오가 문피아가 고무림 시절에 연재했다가 중단한 소설입니다. 현재는 저희 A.M 카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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