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황규영
작품명 : 소환전기
출판사 : 청어람
소환전기를 막 다 읽고난 후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소환전기의 시장에서의 참패에도 불구하고 황규영작가가 "나는 내가 쓴 작품 모두가 재밌는데요.."라고 말했는지 바로 그 이유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소환전기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첫 작품 표사로 옛날 PC통신 시대를 잠시 격랑시켰고, 최근엔 특이한 주인공을 소재로 가벼운 분위기 속에 발랄한 사건들로 두근거림과 독특한 긴장감을 넣어 재미를 주었던 잠룡전설을 쓴 황규영 작가의 2번째 작품이었습니다.
구하기 대단히 어려웠던 터라 고생을 좀 했습니다.
처음 찾기 시작한건 두세달 전인데 이틀전에 겨우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이 소환전기란 소설은 구하기 힘들었다는 말에서 눈치채셨듯이 판매가 매우 지지부진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이 소설의 완성도나 재미가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라 시기를 잘못 만났거나 혹은 선전이 잘 되지 않았는지 이상하게 묻혀버린 작품입니다.
아무리 황금이라 할지라도 무수한 흙덩이 사이에서 떨어지면 주변에선 그게 떨어졌는지 안 떨어졌는지 조차 모르지요. 반품 이전에 애초에 보급조차 제대로 안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애써서 십여개의 대형 도서대여점을 뒤져보고 인터넷 중고서점을 뒤져봤지만 나오질 않았으니까요. 아마 운이 좋은 독자 몇이나 근처 책방에 운 좋게도 있어서 볼 수 있을까 어지간하면 찾기도 힘들 것입니다.
소환전기를 구해 읽은 감상은 과연 "역시나" 였습니다.
이 소설은 표사 이후로 다시 히트를 쳤던 잠룡전설의 다음 작품으로 나왔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소설의 시작부터 끝까지 한눈팔지 않고 뚜벅뚜벅 스토리를 이어간 작품입니다.
작가의 이름을 모른 상태에서 읽는다 할지라도 "어라 이 책 쓴 작가는 황규영 작가야!"라고 판단이 들만큼 문체도 똑같고 스토리도 개성있으며 무엇보다 작가 특유의 알콩달콩한 재미가 가득합니다.
이전의 모든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세상을 구한다는 명제에 충실하고 있으나 잠룡전설 그리고 그 이후의 가즈블러드와 달리 좀더 날카로움이 살아있습니다. 그것은 뭔가 숨가쁜 위기감이라고 할까요? 아니면 사람들의 추악함이나 돌발성에서 나오는 현실감이라고 할까요? 이러한 기풍은 소환전기의 참패 이후 잠시 수그러들었지만 근래 잠룡전설의 성공을 바탕으로 이후 곧바로 나온 천하제일협객에서 다시 보여지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이 납치된 자신의 여자를 구출하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모두 발휘해 안간힘을 쓰면서도 침착하게 단계를 밟아 나가는 모습에서 나오는 긴장감과 촉박함 그리고 체계적인 모습이 언뜻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다 읽고 난 후에, "아. 내가 세계를 구했구나." 하며 황홀함과 동시에 깊은 안도감을 느꼈다고 한다면 오버일까나요?
근데 진짜 그랬습니다.
그것도 갑자기 이룬 것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순서를 밟아 노력했기에 쟁취한 것이기에 충만감이 우러나왔고 결국 세상을 구하고 만 결과와 어우러지면서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 작가가 주인공에 대한 것을 감추기 좋아하는 것은 워낙 오래전 부터의 습관이라는 것을 결국 이번에도 통감하게 되었습니다. 시작부터 두리뭉실하게 짚고 넘어가던 주인공의 정체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끝의 끝에가서 풀어지게 되었고 그 결과물과 더불어 소설의 시작과 끝을 단단히 묶어 하나의 종결을 이루어내었습니다.
근래 반전이 워낙 판 자체를 뒤엎는 것을 좋아하는 터라 어지간한 반전엔 사람들이 놀라지도 않지만 소설 속의 통쾌하고도 시작부터 예고되었던 역전극이 독자에게 주는 시원함은 마치 한여름의 팥빙수와 같았습니다.
작가가 윈도우/엠베디드 프로그래머라서 그런지 분석하고 하나하나 붙여나가고 적용하고 쌓아나가는 성격이 소설에도 적용되나 봅니다. 소환전기를 다 읽고나니 잘 짜여진 프로그램을 본 것 같았습니다. 프로그램 맨 앞머리에 붙은 소스녀석이 끝의 마침표를 찍어버리더군요.
소설의 내용은 이러합니다.
천족들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미 신에게 버려진지 오래입니다. 이에 마족들의 세에 밀리고 있던 천족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자신들의 차원의 신이 아닌 다른 차원의 신을 소환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래서 마족들을 바로 쓸어버리려고 하지요.
그 소환마법은 다른 세계를 탐색해서 신을 찾아 소환하는 것이었는데 그 탐색식이 다른 차원에서 약간 변형되었는지 신이 아니라 다른 차원의 인간이 소환됩니다. 하지만 탐색식의 조건이 조건인 만큼 달라졌을 지라도 보통의 인간이 소환되는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인간을 쓰레기와 다름없이 천하게 보는 천족은 이에 낙담하여 소환된 인간을 버리고 방조하며 오히려 자신들의 소환실패에 대한 수치감을 감추기 위해 감시하고 여차하면 죽이려까지 하지만 소환된 인간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인물이었습니다.
바로 이 소환된 인간이 이계의 인간들을 구하는 이야기입니다.
작가가 작가인 관계로 이 작가의 작품들을 평소 좋아하시던 분께는 재미는 완벽 보장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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