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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산의 파산검

작성자
혈영
작성
05.03.21 14:26
조회
1,650

작가명 : 조철산

작품명 : 파산검

출판사 : 시공사

* 2000년 천리안 무림동에 올렸던 글입니다.

작가인 조철산님은 익히 알고있는 오뢰신기(98년)의 작가분이시죠. 1971년생,

게임소프트 제작회사에 입사했던 경력이 있군요.

파산검의 줄거리

남송 말, 천하제일인자로 군림한 상씨검문의 십이대 문주인 상음괴는 어느날 책

을 읽다가 산을 부술 정도의 엄청난 위력을 가진 '파산검'에 대한 내용을 보게

된다. 그것이 정말 있는 것인지 궁금한 나머지 조사동부를 엄청난 철근으로

막고 '파산검지개문'이라고 써놓고 후손들에게 파산검을 익혀 철문을 열 것을

명한다. 세월은 흘러흘러 상씨의 대를 잇는 후손들은 저마다 병장기… 내공…

기타 등등의 방법을 써보았지만 계속되는 실패. 그리고 주인공 상운양이 탄생하

게 된다. 순박하기 이를 데 없는 그는 아버지로부터 파산검 입문 수련(?)을 착

실하게 받아온 청년. 그러던 어느 날, 원에게 끌려갔던 할아버지께서 선조들의

유훈이 담긴 '파산검을 찾는 법'이라는 책을 가지고 돌아오신다. 그리하여 상운

양은 파산검을 찾기 위해 강호로 첫발을 디디고… (하략)

일단 전체적으로, 파산검에는 무맹과 마맹이라는 일반적인 무협의 대립구조(작

가의 뜻대로 사건을 일으키기 가장 좋은, 전형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주인

공 상운양은 그 큰 줄기와는 달리 자신의 염원인 파산검을 익히는 것을 최우선

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는 그것으로 천하제일인자가 되지만 그것은 그에게는 아

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오직 후손들에게는 파산검에 얽매이지 않는 운명을 가져

다주려는 것 뿐… 이것이야말로 강호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 중의 하나가 아

닐까요?

그 누구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의 인생을 살 수는 없습니다. 지금 우리의 무협

을 보면 그 말이 무색해집니다. '백면서생(혹은 멸문지손, 자객)에서부터 천하

제일인으로, 협객행으로 마도의 무리를 무찌른다' 어째서 파란만장한 일생을 살

아야 하는 무림인이 이런 정도(?)를 걷게 되었는지… 그런 면에 있어 저는 이

파산검을 굉장히 높게 쳐주고 싶습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신무협일지도…)

자, 그럼 내용을 한번 분석해 볼까요.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파산검의 의미일 것입니다. 주인공 상운양은 수 대에 걸

쳐 내려오는, 얼토당토않은 무공 - 백만 관(3725톤)의 위력을 가진 파산검이라

니… - 을 익히기 위해 평생을 바친 선조들이 바보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단

지 '체념'하고 이 운명을 받아들입니다. 뭐 나중에는 파산검이기보다는 심검의

경지가 되어버렸지만요. 하지만, 솔직히 모든 무공을 통털어보았을 때 이러한

위력의 파산검이란 애초부터 존재할 수 없는 것이고 얻을 수도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결국 이것을 얻습니다.

한마디로 파산검은 '운명의 자물쇠'를 뜻합니다. 십이대조가 조사동부를 철문으

로 막아놓고 후손들에게 파산검을 찾으라고 한 것은 후손들의 운명에 자물쇠를

채운 것과 같습니다. 그로 인해 대대로 힘든 삶을 보냈고요… 상운양은 그런 운

명의 사슬을 끊기 위해 그토록 파산검을 찾아다닙니다. 사실 상운양이라는 인물

은 보통 사람보다 더 순진하고, 더 우둔하며, 더 감상적입니다. 이 세 가지가 '

파산검(즉 쓰잘데기없는 운명)은 나의 대로 끝낸다'는 굳은 결심을 가져오게 한

것입니다. 만일 파산검이 아니라 여의주라든지 성배(기독교쪽은 물론 안나오겠

지만…)가 대신이었다 하더라고 주인공은 갖은 고초를 겪어내며 이루고 말았을

것입니다.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것, 그것이 인간이기에…

파산검의 마지막 부분은 이것을 잘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이 뒤에 남겨진 게 천하제일의 검법인지, 천하제일의 고집인지, 그도 아니면

무엇인지 모르지만 이제 앞으로는, 절대, 절대로 후손들의 앞날을 가로막지 못

할 겁니다!" '이걸로 나는 자유다.'

- 파산검 3권 361p에서 발췌

파산검에서 카타르시스는 바로 이 부분입니다. 여러 고수들을 패퇴시키고 천하

제일인의 명예를 얻는 것도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파산검을 익

히고 조사동부를 깸으로써 족쇄를 풀고 자유를 찾게 되었다는 것이겠지요. 만일

저에게 이러한 운명이 닥친다면… 과연 저는 이 운명을 그냥 무시함으로써 자

유를 찾았을까요(자신은 비록 죄책감이 느껴지겠지만 자손들은 이러한 사실을

잊은 채 평범하게 살 수 있었겠지요), 아니면 이와 똑같이 도전을 거듭했을까

요. 상당히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습니다.

물론, 역시 일반적인 무림 관점에서 보았을 때 헛점이 많이 보입니다. 일단 본

작에서 고금절후라는 삼갑자 내공을 만들어주는 것이 너무나 간단하군요. 소림

사 고승 세 명의 6개월치 내공과 바꾸어 일갑자 내공을 만들고, 구파일방에서

영약을 마련하여 나머지 이갑자를 채운다… 글쎄요, 그렇게 따지면 소림사에서

는 1년에 두 명씩 절정고수가 탄생할 수 있겠죠? 영약이라는 것도 먹으면 먹을

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그 기운을 완전히 소화할 수 있어야만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뭐 언제나 그러했든 완전히 두드려맞고 죽을 고비를 넘

기면서 영약을 쑥쑥 체내로 흡수하게 되지만요.

무맹에서 척마단을 조직하여 활동하게 만든 남궁비의 의도는 좋았지만, 실제로

의 전과는 거의 없었고, 이는 충분이 뭇 사람들의 의심을 살 수 있는 일입니다.

…원래 무협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멍청하다고는 하지만, 마지막에 와서 누군가

가 그 죄목을 낱낱이 밝히기 전까지는 몰랐다고 하는 것이 매우 수상하군요.

하긴, 고위간부가 하고자 하는 일을 아랫사람들이 어떻게 알까 하겠습니까마는

정화의 남벌군에 참가하는 부분은 제가 위에서 언급했던 '남과 다른 일생'이기

때문에 상당한 점수를 주었지만 그와 동시에 전체적인 연결구도를 떨어뜨리는

면도 있습니다. 우선 흑철석을 그곳에서 구한다는 기연이라는 것이 그랬고 또

화족과의 전쟁에서 구출한 소미를 백치로 만든 것도 그다지 좋은 느낌은 아닙

니다. 뭐 그런 게 현실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주인공이 소미와 명군의

안전 사이에서 갈등한 노력을 생각한다면 화족의 족장을 속이고 소미를 구해내

는 곳에서 독자들에게 플러스 요소를 줄 수 있었으리라 봅니다.

그리고 문제가 된, 상운양이 검을 배우는 부분입니다. 솔직히, 심검의 경지에

이르는 길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세 명의 검도 고수를 차례로 찾아다니며 가

르침을 받는다는 것은 억지입니다. 그런 고수들 앞에서 무맹과 마맹이 서로를

먹어치우지 못해 아웅다웅하는 모습은 어린애 장난이 아닐까요. 작가분은 그 부

분을 도저히 뺄 수 없어서 넣게 되었다고 하지만 차라리 바꾸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막판에 등장한 의형검의 할아버지는, 어째서 전인을 두지 않았는지… 상운양이

파산검을 익혔다는 것은 불과 몇 년 전의 일이었는데, 마치 모든 것이 끝날 것

을 알고있었던 듯한 설정입니다. 차라리 의형검의 전인이 이후 파산검을 다시

찾을 것이라는 여운이 남았으면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차피 결말

없는 소설은 없고, 벌여놓은 일을 모두 끝마치는 것이 미덕(?)이긴 합니다만, 어

떠한 여운을 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파산검지개문을 주인공이 열었지만

과연 그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언급하지 않고 마친 것처럼요.

이러저러한 어색한 것들이 눈에 띄지만 파산검은 그 독특한 주제와 무리없이

이어지는 내용 전개만큼은 무협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작

품이라고 생각됩니다.


Comment ' 6

  • 작성자
    Lv.1 embare
    작성일
    05.03.21 16:25
    No. 1

    네....꼭 한번 읽어볼 만한 좋은 작품이시죠...
    요즘 고무림에 천하무쌍 연재중이시네요... 다 좋고 매일 올려주시는데 분량이 병아리 눈물만큼이라는....ㅜ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8 율도지영
    작성일
    05.03.21 16:34
    No. 2

    파산검... 작년에 우연히 책을 구하게 되어 읽었습니다.. 오래 전에 출간된 작품이었지만 작년에 읽어도 재미와 즐거움 그리고 신선함을 두루갖춘 것으로 저는 느꼈습니다.. 잘 쓴 그리고 내용도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서설
    작성일
    05.03.21 16:53
    No. 3

    오우 좋은글. 감상을 넘어 비평의 경지에 다다르신듯. 저도 파산검 재미있게 봤습니다. 권아 던가요 만화랑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좀 걸린다는점을 빼면... 여하튼 재미있게 봤으니 큰상관은 없었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은묘
    작성일
    05.03.21 22:12
    No. 4

    파산검 같은 작품 수배합니다 ㅡㅡ: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8 수아뜨
    작성일
    05.03.22 10:06
    No. 5

    은묘님// 감비란(이곳)에서 "남양군"이라는 이름으로 검색하시면 이분이 추천하시는 작가와 작품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수작입니다. 파산검도 물론 포함되어 있구요.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철종
    작성일
    05.03.23 17:40
    No. 6

    음....!구할데 없나.....ㅡ.ㅡ;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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