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정상수
작품명 : 독문무공 외
출판사 :
정상수님의 작품에 대해 대략의 감상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제가 읽어본 작품으로는 현재 연재중인 폐기살수, 풍운검로와 기출판된 독문무공입니다. 자연검로는 조금 읽다가 말았습니다.
감상을 이야기하기 전에 혹시라도 있을 오해를 피하기 위해 우선 저는 정상수님의 작품들을 대체로 재미있게 읽었으며 특히 상당한 분량의 연재를 꾸준히 계속 해준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또 저의 감상은 정상수님의 작품 전체를 다 통독한 결과는 아니며 여러가지 저의 주관적 한계내의 것임도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제 감상을 이야기하기 전에 참고로 논단에서 금강님이 정상수님의 작품에 대해 논한 내용을 나름으로 요점정리 해봅니다.
1. 재미있다.
2. 캐릭터의 개성이 죽어있다.
3.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아 결국 식상할 우려가 있다.
4. 포맷의 유사성에서 탈피하지 못한다.
대개 공감하면서 제 나름의 감상을 부언해봅니다.
(하지만 제 감상은 호불호를 논하기보다는 정말 말 그대로 어떻게 느껴지더라는 정도에 그치는 것입니다. 그냥 나오는 대로 적어봅니다.)
일단 정말 재미도 있고 제 경우는 상당히 몰입도 되는 작품입니다. 무엇보다도 제 취향에 맞는 점이 있더군요.
저는 김용무협에 흔히 등장하는 우유부단한 캐릭터에 질색하는 편인데 정상수님이 어느 작품의 서에서 언급했듯이 그런 부분이 없는 것 같아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요즘은 나이가 들어 덜한 편이지만 예전에는 드라마 같은데서도 주인공의 우유부단함으로 상황이 점점 꼬이는 대목이 나오면 도저히 참지 못하고 채널을 돌리든가 아예 티브이를 꺼버렸습니다. -_- 독하지 않으면 장부가 아니니 모름지기 주인공이란 독보건곤의 노독행같아야...)
그리고 주인공이 도덕적이지 않고 현실적이면서도 한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게 스스로 제어를 하는 점도 역시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작품전체에서 뭔가 작가의 살아온 내력과 삶의 지향이 느껴지는 것도 같았습니다.
느낀 바로는 우선 정상수 작가는 '애'가 아니다. -_- 표현이 좀 그런가요?
작품 속에는 결국 작가의 세계관, 인생관 등이 표현되기 마련인데 이 '관'이 살아온 연륜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겠지요. 다르다는 것은 단순히 내용적인 차이만이 아니라 그러한 '관'을 형성한 배경의 차이도 포함하는 것입니다.
쉽게 예를 들자면 책 vs 경험, 도서관 vs 시장 ...
이 가운데 후자의 경향이 강한 것을 '애'가 아니다 라고 표현해 봤습니다.
뭔지 모르지만 지성적이지 않고 상당히 소박하고 투박한 느낌을 주거든요.
이 소박하고 투박한 느낌 가운데 다시 짚히는 것은 매우 권력지향적이라는 것입니다. 작품을 보면 개인과 개인, 개인과 조직, 조직과 조직간 함수의 주변수는 결국 힘입니다. 어떤 결정의 순간에 가장 강력히 고려되는 것은 현실적인 힘의 우열관계입니다. 심지어는 남녀간, 또는 한 남자를 둘러싼 여여간에도 이 '힘'이라는 현실이 최우선 결정 근거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들에서 문득 작가가 현실에서 무엇을 느끼고 살아왔으며 무엇에 맺혔고 무엇을 지향하는 걸까? 결국 고상한 이상 이전에 현실에서의 '힘'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 '힘'의 추구는 당연히 최고의 무력, 금력, 권력 그리고 심지어 요즘 무협에서는 좀 금기시되는 일부다처적 경향까지 드러냅니다. 그것도 주인공의 욕망을 현실적인 사정상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교묘히 합리화하면서...
(사실 구무협에서 삼처사첩은 너무 당연한 것이었는데... -_- 그때가 그리운 올드팬들이 혹시 계십니까? ^^ 전 다부다처적인 무협이 나왔으면 합니다만... 흠...)
이상의 것들은 사람마다 다를 수는 있지만 작품을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로 충분히 기능할만 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제가 문제로 느끼는 것은 작품이 좀 평면적이다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금강님이 지적하신 캐릭터 몰개성, 위기감 부족, 포맷 유사성과도 상통하는 것입니다.
어떤 느낌이냐 하면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배틀넷이 아니라 컴퓨터랑 하면서 치트키를 통해 상황을 통제해가며 하는 것 같거든요.
잠시 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전 어릴 때 역사부도 책 보는 것을 참 좋아했습니다. 원래도 역사에 흥미가 있었지만 역사부도에 나오는 수많은 제국들의 흥망성쇠가 선과 색깔의 변화로 표시된 것이 참 재미있더라구요.
그래서 저 혼자 연습장에 가상의 대륙과 나라들을 그려놓고 그 가운데 자그만하게 저의 나라를 표시해 놓습니다. 그 다음에 마음속으로 갖은 시나리오를 그려가며 영토를 확장해 결국 연습장 한페이지 전체를 통일합니다. -_-
물론 숱한 음모와 계략이 판을 치고 여러번 위기가 닥쳐오지만 저의 자그마한 나라는 그 모든 어려움을 독일전차군단이 마지노선을 궤멸시키듯이 격파하며 나가 천하제패를 이루고 맙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아시겠지요. 작품속에 나오는 수많은 세력과 개인의 얽히고 섥힌 사연과 음모, 충돌과 타협 가운데서도 주인공이 겪고 넘어야할 위기와 난관이 별로 험로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교묘한 안배를 베풀어 놓아도 결국 짜고 치는 고스톱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왜 이런 것일까? 정상수님이 머리가 나빠 그런건가?
그건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왜냐면 폐기살수 같은 작품에서 등장하는 두뇌싸움이나 세력간 퍼즐맞추기식의 전개는 읽으면서 따라가기도 쉽지 않더라구요. 사실은 확실히 파악도 못하고 우선 그냥 읽어 제낍니다.
그렇다면 두뇌 플레이상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무엇 때문일까?
제가 보기에는 정상수님이 '단순한' 분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복잡하게 스토리를 전개하는 사람이 단순하다니 이 무슨 모순이냐 하는 분도 있겠습니다만...
제가 말하는 단순함은 '머리'가 아니라 '인격'입니다. 이는 인격이 고매하냐 저열하냐 하는 문제와는 궤를 달리하는 것이니 오해는 마시고...
제 생각에 훌륭한 작가는 다중인격자, 정확히는 다중인격자이면서 어느 한 인격에 매이지 않고 통합적으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작가는 주인공이 아닙니다. 작품에 나오는 등장인물 모두이면서 - 심지어 '켁'소리로 등장과 동시에 사라지는 단역까지 - 그 누구도 아닙니다. 또 아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등장인물들은 각각의 고립된 (것처럼 느껴지는) '자아'를 가지고 서로 엮이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갑니다. 지킬과 하이드처럼, 아니 한 소스에서 유래했지만 최후의 날까지 생사투를 벌이는 네오와 스미스처럼... 캐릭터들을 창조한 다음에는 다 알면서도 나몰라라 하고 생까는 것이죠. 그래야 판이 돌아가고 이야기가 나오니까.
(어찌보면 이는 인간사의 실상이자 창조의 비밀같기도 하군요. -_- )
그런데 정상수님의 무협에서는 하나의 인격만이 느껴집니다.(물론 제 주관입니다.) 그 인격은 정상수님입니다. 등장인물 그 누가 말해도 한 사람이 말하는 것 같습니다. 남녀노소적아를 불문하고... 그러므로 스토리 얼개 자체는 평면적이지 않은데도, 또 작품이 바뀌어도 결국 한맛으로 느껴지는 것입니다.
(서두에서 자연검로를 읽다가 말았다고 한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자연검로를 나중에 읽었거든요.)
극단적으로 말해 정상수님에게는 인격과 정신의 분열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물론 통합이 뒤따라야겠지요. 태극이 음양, 사상, 팔괘, 육십사괘 그리고 무한으로,,, 다시 태극으로... (너무 거창하게 나갔나요? -_-)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는 것에 대한 대답은 이 감상의 한계와 제 주제를 한참 벗어난 짓이라 봅니다.
이상으로 제 감상을 마무리합니다.
(할 말이 좀 더 있을 것 같은데 이야기하다보니 점점 수습하기가 곤란해질 것 같고 또 제가 무슨 비평하는 사람도 아니고 해서...)
제 감상은 정상수님께 흠집을 내고자 하는 것이 아니며 이제까지의 감사와 앞으로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올리는 것입니다. 폐관에 드신 정상수님의 신공성취를 기원합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덧붙여)
감상이 아니라 지적입니다. 맞춤법 오류와 비문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연재분만 그런게 아니라 출판분도 마찬가지더군요.
맞춤법은 작가분이 놓친 것이 있으면 출판사에서 제대로 교정을 봐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비문에 대해서는 작가님의 노력이 뒤따라야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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