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월인
작품명 : 두령
출판사 : 청어람
옛날에....
어떤 나그네가 숲 속을 여행하다 큰 나무 밑에서 잠시 쉬고 있었소
그때 마침 한 무리의 원숭이 떼가 나그네가 등을 기댄 나무위로 건너와 놀기 시작했소 한참을 무심히 원숭이떼를 구경하던 나그네는 아주 이상한 점을 발견했소
대개의 경우 무리의 우두머리는 가장 힘세고 큰 젊은 원숭이가 맡는 것인데 유독 그 무리의 우두머리는 늙고 체구도 작은 원숭이였소
그렇지만 그 어떤 크고 힘센 원숭이도 그 늙고 왜소한 우두머리에게 복종과 공경을 아끼지 않았소
그 점이 너무 궁금한 나그네는 그곳에서 여장을 풀고 며칠동안 그들 무리의 원숭이 떼를 관찰하기 시작했소
며칠 뒤 나그네는 그 이유를 차츰 차츰 알 수 있게 되었소
그 무리의 원숭이들이 먹이를 구할 때면 가장 높고 가장 위험한 곳에 있는 과일은 언제나 그 왜소한 우두머리 원숭이가 따서 다른 원숭이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었고 다른 무리들의 원숭이 떼들과 싸움이 일어날 때면 그 우두머리 원숭이는 항상 제일 앞에 서서 자신을 돌보지 않고 싸웠소
그리고 어느 날 한 어미 원숭이가 다른 무리의 원숭이 떼에게 새끼를 빼앗겨 울부짖을 때 그 우두머리 원숭이는 홀홀단신으로 뛰어들어 피투성이가 된 채 새끼를 구해와 어미에게 돌려주었소 그렇게 상처를 입은 후 더 이상 무리를 이끌 수 없게 되자 그 우두머리 원숭이는 날이 밝기 전 아무도 몰래 무리 곁에서 사라져 다시는 그 무리들 속에 보이지 않았소
사람이든 짐승이든 우두머리의 길이란 마찬가지라 생각하오
누가 옳고 누가 그런지 이젠 정말 모르겠소
난 단지 진정한 우두머리의 자격이 있는 사람을 따르려 할 뿐이오
사마쌍협의 작가 월인의 처녀작 ‘두령’ 의 서문이다.
이 소설을 읽고 느낀 건 몇 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 오랜만에 소장하고픈 소설이었다는 것이다.
고독한 주인공.
무협의 메인 테마 ‘복수’
주인공을 사랑하는 여인들
주인공을 따르는 무리들..
어떻게 보면 뻔한 이야기이지만, 그 뻔함 속에 재미를 이끌어 내는 일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두령’ 은 그 뻔함 속에서 재미를 이끌어 냈다.
처녀작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의 필력.
월인님의 작품은 먼저 사마쌍협을 읽고 나서 이걸 읽게 되었다.
사마쌍협을 읽고 두령을 읽으면서 느낀 건. 두 소설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마쌍협의 시점은 자운엽과 설수범 두곳이다.
두령의 시점은 장천호와 단리웅천 그리고 정사청 세곳이다.
단리웅천은 설수범을 닮았다. 자신의 가문에 무언가가 있다는 걸 알고 집을 나와 복수를 한다는 것.
장천호의 고독함은 설수범을 닮았다.
그리고 장천호의 여인 소혜와 능소빈 둘이며 자운엽의 여인도 북호 설수연 둘이다.
월인님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어두운 주인공을 내세워 소설 분위기를 어둡게 몰아가는 듯 하다. 어둡지만 재밌는 소설.
월인님의 다음작품을 빨리 보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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