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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Lv.4 허벌란
작성
04.11.06 18:47
조회
1,461

작가명 : 최후식

작품명 : 표류공주

출판사 : 시공사

음,,감비라기보단 걍 추억을 회상하는 맴으로 올려본다

책이 나온지는 꽤 되었고, 절대강자가 무림을 지배하는 그런류의

소설을 원하는 거라면 딱히 권할만한 소설은 아니다.

그러나 보고 나서 별로 후회할만한 소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개개인의 취향이 있는 만큼 읽고나서 짜증내며 괜히 읽었다고

할 사람도 있을 거라고 여긴다. 그러나 읽고나서 짜증난다면 다음권을

읽지 않으면 된다 . 결단코 1권으로 완결나는 무협은 없을 터이다.

내가 표류공주를 읽기전에, 책의 한자를 모르던 터라

잘못된 오해를 범했다. 그것은..표류공주라는 제목에서 한자는 배제한체

강호무협을 어느 여협객이 주도하는 류의 내용으로 착각한 것이다.

그러나 내용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모진위라는 불행하지만 착한 아이가 주인공으로 나오고 ,제목 자체가

그 결말을 암시하는 소설이다. 나는 모진위가 언제 죽을지 몰라 너무

불안했었다. 그리고 모진위가 바보같아서 짜증이 났고, 모진위가

결국 그렇게 되버려서 안타까웠다.

아무튼 내 개인적인으로 이책을 간단히 정의 하자면

1.화가 치밀어 오를정도로 가슴이 아프지만 당당히 강추 하고시픈 책

2.지금 까지 내가 본 무협중 작가가 독자를 가장 확실하게 손아귀에 휘어 잡은책

3.두번 세번 읽고 싶지만 너무 강렬하게 뇌리에 박혀 손이 잘 안가는책

혹시 읽어보신분들 ,,맨 첫권에 나오는 내용 기억하시나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이태 전이었으니까 이 사부가 진위, 너 보다도 두어살

어렸을 적이겠구나. 그해 겨울, 난 고양이라는 동물을 생전 처음으로 견식하게

되었지."

"...?..."

"우리 마을에는 고양이를 기르는 집이라고는 한 집도 없었으니까... 마을을 전

부 소유하고 있는 지주(地主)가 탐탁치 않게 여겼으니 정 고양이를 기르고 싶

다면 그 작자의 경계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까짓 고양이때문에 소작을 포기할

농부가 어디 있겠느냐? 그 작자의 땅이 마을에서 사방 수십리는 됐으니 먼밖

출입이 흔치 않은 어린 나이에 마을에는 기르는 집이 없다보니 그동안 그 짐승

을 볼 수없었던 것도 일견 당연한 노릇이었지."

도학정이 그때를 회상하는지 눈을 찡그리며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런데 우리집 헛간에 어느날 고양이란 놈이 나타났더란 말이야. 헛간에서 나

오신 어머니가 곤란한 표정을 지으시길래 그때 내가 무슨 일이냐고 여쭈었지.

곳간에 고양이가 있다고 하시는게야. 들은 말은 있어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호기심이 생겼지. 단숨에 헛간으로 달려갔지. 표묘

(彪猫)였어."

"표묘...?"

"고향에서는 야생고양이를 그렇게들 불렀느니라. 거기 들고양이들은 작은 범

(彪)처럼 유달리 사납고 날래서 표묘라고 불릴 만 했구. ...표묘가 우리집 헛간

에서 새끼를 난게야. 그당시 주변에 커다란 산불이 일어나서 몇날 며칠을 꺼지

지 않았는데, 아무리

거친 들고양이라고해야 새끼가 든 무거운 몸인지라 이것

저것 마땅치 않았던 게지. 인가로 피난 내려와 어찌 어찌 우리집에서 새끼를

낳은 모양이야. 그렇치 않아도 그 녀석을 본 다음부터는 부쩍 들고양이들이 마

을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되었지. 집고양이들이 없는 동네이고 보니 쥐들이 극

성인 것은 당연했고, 먹을 것이 여의치 않은 산에서 고양이들이 집쥐들을 잡아

먹으러 몰려든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 아니겠느냐?"

"... ..."

"어머니는 고양이를 내쫓아야 한다고 하셨지만 내가 그리 못하게 억지를 썼던

기억이 나는구나. 어머니는 그 나이까지 고양이도 못보고 자란 내가 측은했는

지, 아니면 그토록 성가시던 쥐들이 종적을 감춰서 도움이 된다 싶었는 지는 몰

라도 지주에게 들킬까봐 걱정은 하면서도 일부러 고양이를 몰아내지는 않았느

니라. 때가되면 어짜피 산으로 돌아갈 야수였으니까. 그리 모질지는 못한 분이

신 지라 오히려 거동이 시원치 않을 들고양이의 끼니가 걱정됐는지 잔반(殘飯)

을 잘 건사하여 고양이 먹이까지 마련해 주시곤 했지. 고양이에게 그걸 먹이는

일은 물론 내 차지였고... 나는 좋아라고 먹이를 주러 갔다가 처음엔 실망도 했

었지. 물그릇과 접시를 고양이들이 숨어있는 볏집더미 앞에다 갖다놓고 아무리

기다려도 고양이들이 먹으러 나오지 않더구나. 그저 볏단속에서 눈을 파랗게

번득이고 크르릉거리며 말이야. 나는 기다리다 지쳐 그냥 헛간을 나와버렸지.

다음날 가보니 접시는 깨끗히 비워져 있더군."

도학정이 모진위의 쾡한 눈을 새삼스럽게 쳐다보고는 빙그레 웃었다.

"세놈이었지. 어미는 끝내 얼씬도 안했는데 열흘쯤 되니 새끼 세마리는 그래도

내가 채 물러나지도 않았는데도 살금 살금 눈치를 보며 기어나와 밥을 먹더군.

자세만 바꿔도 깜짝놀라 도망쳐버리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중 한놈은 다른 두

녀석보다 그래도 경계심이 덜 했었던 것 같아. 나중에는 나한테 다가와 콧등을

비비기도 했으니까. 나도 왠지 그놈에게 더 정이 들어버렸지. 셋중에선 행동도

느리고 약해빠진 녀석이었지만 제일 순했었거든."

도학정은 그 놈이 어떻게 생겼는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도학정을 빤

히 바라보던 그 눈빛만 어렴풋이 기억날 뿐.

도학정은 다시 그의 많은 제자들 중에서도 단연 행동도 느리고 약해빠진 제자,

모진위의 쾡한 눈을 바라보고는 빙그레 웃었다.

"어머니는 아무도 들고양이를 길들일 수는 없다며, 표묘들은 머지않아 떠나고

말거라며 내가 그 녀석들에게 매달려있는 것을 나무라셨지. 헛간에 있는 내모

습을 보실 적마다 그랬느니라. '얘야, 표묘의 주인이 될 수는 없는 거란다. 괜히

정 붙혀서 헛고생하지 말아라. 어느 때고 황야로 돌아가버리고 말 짐승들이란

다.' ...그리고 그녀석들의 다리가 제법 여물어진 어느날, 고양이들은 흔적도 없

이 사라졌지. 나는 어머니 말씀마따나 제 어미따라 죄다 황야로 돌아갔구나 그

렇게 생각하고 크게 상심했었지. 나도 모르게 제법 정이 들어버렸던 모양이야.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세상만사는

잊혀지게 마련이지."

"!?"

"산불도 꺼지고, 겨울도 지나자 고양이들은 대부분 들로 산으로 돌아갔지만 그

래도 밤이면 고양이 울음소리도 들리고, 길을 걷다보면 황급히 달아나는 날랜

녀석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지. 고양이들도 민가에서 편하게 먹이를 얻는데 맛

이 들어버렸거든. 사람이 없는 틈을 타서 음식을 훔쳐먹고, 집안을 온통 어지르

는 고약한 도둑고양이놈들도 생겨났지. 마을어른들이 하도 불평을 해대니 나라

고 그 고양이들이 좋게 보일 리 있겠느냐? 괜히 들고양이란 짐승이 싫어져 버

렸지. 그때부터 한 삼년 지나선가 드디어 말썽이 일어나고 말았지. 본시 그 지

주라는 작자가 고양이를 꺼린 이유는 그 여식(女息)때문이었다. 그 딸년이 고양

이한테 된통 혼이 난 적이라도 있는지 고양이라면 아주 질색을 했다는 게야.

그런데 하필이면 들고양이 한 마리가 그 계집애 식탁에 난입해서 소란을 일으

켰다지 아마? 계집애는 대경실색해서 다 큰 처녀가 오줌까지 질질 흘렸다니 지

주가 노발대발한 것은 당연한 노릇. 다음날로 들고양이 소탕령이 내려진게야.

그리고나서 표묘들이 줄초상나는 꼴을 나도 심심찮게 봤지. 삽시간에 마을에

들고양이들이 씨가 마르다시피 했느니라. 이상한 건 우리집 주위를 배회하는

고양이가 있더라 이거야. 온 마을에 고양이가 거의 자취를 감춰버렸는데도 말

이야. 당시 이 사부는 모친상을 당하고 혈혈단신 고아가되어버린 신세라 고양

이가 훔쳐먹을 만한 양식도 없었고... ...그런데 신경쓰고 다닐 경황도 없었는

라 되는대로 내버려두었지. 그런데 또 난리가 났지. 고양이가 다시 지주댁 귀하

신 따님을 면접하고 만게야. 우스운 건 알고보니 그 고양이가 먼저번 소란때의

그 녀석과 동일한 놈이라는 것이야. 알아듣겠느냐, 진위야?"

"예, 사부님."

"이번에는 현상금이 걸렸지. 지주는 그 들고양이를 잡아오는 사람에게 은 다섯

냥을 주겠노라 공언을 한게야. 마을사람들은 저마다 그 짐승을 잡겠다고 난리

가 났지. 하지만 그놈이 얼마나 영물인지 아무도 잡지를 못했구나, 글쎄. 상금이

은 열냥으로 대폭 인상되었고, 게다가 따로 돈을 풀어 타지에서 소문난 사냥꾼

들을 불려들였다는 소문까지 있었지. 그래도 그놈을 아무도 잡지 못했지. 그러

던 와중에... ..."

도학정이 지그시 눈을 감고, 마른 침을 삼켰다.

"그날따라 무슨 일때문인지는 기억이 나지않지만 낫을 쓸 일이 생겨서 헛간에

갔다가 그녀석을 보고 말았지. 낫을 챙기다가 무슨 기척이 있는거 같애 쳐다보

니 커다란 들고양이 한마리가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게 보이더군. 그때 문득 생

각했지. 옳다구나! 이놈이 바로 그 은 열냥짜리 고양이로구나."

"... ..."

"하루 한끼도 버거운 고아녀석에게 은 열냥은 엄청난 것이었지. 무섭다는 생각

도 없더구나. 온통 '저놈만 잡으면 열냥이 생기는 구나.'하는 생각뿐이었지. 어떻

게 내리찍었는지도 모른다. 섬찝한 울부짖음에 정신을 차려보니 낫은 고양이

뱃가죽에 꼽혀있고, 그놈은 두눈을 시퍼렇게 뜬 채

나를 노려보고 있더라."

도학정이 감겼던 눈을 번쩍 뜨며 천장을 응시하였다.

"언젠가 본 적이 있는 것같은 눈빛이었지... ...마을사람들이 의아해하더구나. 마

을장정들이 그렇게 설쳐대도 잡을 수 없었던, 용하기로 소문난 사냥꾼들도 고

개를 설레설레 저었던 그놈이 어떻게 열두어살 먹은 꼬마녀석의 서투른 낫질도

피하지 못했는지, 그 큰 칼과 창에 상처를 입고도 날래게 달아나던 녀석이 낫질

을 당하고도 도망가지 않고 그 헛간속에서 낫에 찔린 그대로 누워서 죽어갔는

지, 그 용맹한 놈이 왜 이 꼬마녀석에게 한 번도 반항하지 않았는지..."

한참을 숨을 헐떡거리다가 도학정이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를 노려보던 그 고양이의 모습이 왠지 낯설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지. 어

쩌면 산불이 있던 해, 우리집 헛간에서 태어난 그 약해빠진 녀석일지도 모르지.

그러길래 그 낡은 헛간에 살았고, 내가 낫으로 내리치는데 도망조차 가지 않고,

나를 물거나 할퀴려고 하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물론, 아닐 수도 있어. 아니,

아니라고 믿고 싶었지. 표묘에겐 주인이 없는 법이니 그 녀석이라해도, 더군다

나 나를 알아봤다고해도 내 낫에 방심하거나 도망도 안 간다는 건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그저 우연히 우리집 헛간에 숨어들었고, 지쳐서 내 낫질을 피하지 못

했고, 게다가 낫까지 찔리고 나니 도망갈 힘도 없어서 그렇게 죽었다고..."

도학정의 시선이 천장에서 모진위에게로 향했다.

"진위야, 그 고양이가 우리집에서 태어난 그놈일것 같으냐?"

"그럴 것도 같습니다. 사부님."

"그렇다치고, 들고양이란 놈이 혹여 며칠 먹이를 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기억하고 알아볼 것같으냐?"

모진위는 대답할 수 없었다. 모진위가 알기에도 여간해서는 들짐승따위를 길

들일 수 없었다. 만약 길들이는 일이 있다해도 며칠은 커녕 수년은 족히 걸리

는 일일 것이었다.

"이 사부도 그때 그 고양이였는지, 그리고 그 고양이가나를 잊지않고 내 주위

를 서성거렸는지 알 길은 없구나. 다만... 다만 낫으로 내리치고 그 들짐승과 눈

이 마주쳤을 때, 내가 아직 옛날의 그 새끼고양이를 잊지않고 있었음을 깨달았

다. 사람은 표묘를 길들일 수 없고, 표묘는 사람과 살기를 원치는 않지만 그렇

다고 서로가 정을 나눌 수 없는 것은 아닐테지... ...진위야?"

"예."

"사부앞에 그때처럼 다시 그 고양이가 나타나고, 이 사부가 낫을 들고 있다면

이번에는 사부가 어떻게 할 것같으냐?"

"... ..."

"낫으로 내리칠 것같으냐?"

"아니옵니다."

"하면?"

"그 고양이가 옛날 그 고양이인지 생각해내려고 애쓰실 것같습니다."

"바로 맞추었느니랴. 너라면 어떻게 하겠느냐?"

"저도 사부님과 같이 할 것입니다."

"지금 네가 바로 그 고양이니라."

"?!"

"녀석... 너를 그 고양이라 가정한다면 너는 우연히 우리집 헛간에서 마주친 낯

선 고양이가 아니라

바로 내가 먹이를 준 고양이, 그래서 이 사부가 낫으로 휘

들러도 피하지 않는 그런 고양이란 말이다."

"사부님?"

모진위가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어서 되물었지만 도학정은 이미 모진위에게

서 눈길을 떼고,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 고양이가 아직 살아있다면 말해주고 싶구나. 나도 널 잊지 않고 있었다고,

나도 너에게 정을 느끼고 있었다고..."

"사부님?"

"이사부는 그 고양이가 왜 자기를 죽이려는데 피하지도 도망가지도 않는지 잘

살펴보지 못한 걸 후회했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실수를 안하겠다고 다짐했지.

그래서 진위, 네가 나에게 무얼 얘기할려고 그렇게 애쓰는지도 잘 살펴보았다.

그리고 잘 알아들었다. 이 사부가 죽기 전에 진위, 네가 꼭 나에게 알려주려고

하는 너의 마음이 무엇인지..."

"...진위, 너도 이 사부를 죽어가던 그 고양이라고 생각하고 이 사부의 눈을 잘

들여다 보거라."

모진위가 언제나 피하기만 했던 도학정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았다.

"녀석! 비록 이 사부가 너를 심하게 다구치기는 했지만 그것이 네가 미워서 그

런 것이 아니란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도학정은 아직 모진위가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

만 어린 가슴속에 서려있는 저 복잡다단한 심정을 어찌 일시에 풀어줄 수 있을

것인가? 아쉽게도 도학정에게는 더 이상 어찌해볼 만한 시간이 없었다. 언젠가

월이 흐르면 모진위도 자신의 의도를 알아주리라. 도학정 자신은 그렇게 오

랫동안 고양이에게 의문을 품었고 끝내 답을 못 찾았지만 모진위는 자신처럼

그렇게 오랫동안 괴로워하지는 않으리라. 그렇게 위안하며 도학정은 도학정을

사랑한다고 눈으로 절실하게 말하고 있는, 도학정도 그렇게 눈으로 대답해주고

있는 제자 모진위의 눈물속에서 편안하게 숨을 거두었다.

"어디로 갈거라구?"

"무한(武漢)이라더라."

목선민이 묻고, 모진위가 답했다.

"벌써 내일이면 떠나는 구나. 짐은 다 챙겼니?"

내일이면 모진위는장이라는 사람을 따라 무한으로 가게 되어있었다. 무한에

서 신검반이라는 단체와 합류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모진위는 신검반에 입문하

게 되는 것이었다. 모진위도 황경과 하상곤에게 들어서 이미 대충은 알고 있는

일이었다.

이제 모진위는 발육기가 끝나고,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할 수가 없게 되는데

그리되면 필경 근골이 급속도로 경직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신체가 굳는 것

을 억제하기위해 유연성을 강화시키는 훈련을 해야하고 그 가장 좋은 훈련법으

로 신검반의 비전인 비연류(飛燕流)라는 무공을 전수받아서 단련하라는 이야기

였다.

"짐이랄게 뭐 있니? 꼭 가져가야 하는 건 이것밖에 없어."

모진위가 조심스럽게 비단주머니를 보듬었다.

"그 속에 뭐가 들었는데?"

목선민이 손을 뻗어서 모진위의 허리춤에 달려있는 금낭을 만지작거렸다.

"어, 어..."

모진위가 황급히 금낭을 목선민의 손에서 빼내었다.

"뭐야? 아무 것도 안들었구만... 꼭 깨지는 물건라도 든 것처럼..."

하지만 모진위는 여전히 깨지기 쉬운 귀중품이라도 들었다는 듯이 주머니를

조심스럽게 갈무리했다.

목선민이 계속해서 놀려댔지만 모진위는 게의치 않았다. 모진위의 금낭은 그

의 스승, 도학정이

준 것이었고, 금낭의 장식끈은 그의 둘도 없는 친구, 목선민

이 사준 것이었다.

"진짜 뭐가 들긴 든거야?"

"응."

"뭐가?"

"사부님, 그리고 너."

모진위는 주머니속에 도학정의 사랑과 목선민의 따뜻한 마음이 들어있는 것만

같은 심정이었다.

모진위는 마치 고치를 깨고 나오는 나비처럼 자신의 유년시절을 두텁게 감쌌

던 장막을 벗어버렸다. 그리하여 이제 세상을 사랑하고, 원망하며, 기뻐하고, 슬

퍼하는 다정다감한 소년으로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모진위를 감쌌던 껍질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단단하기만 하

던 것이 한없이 약해지고, 두껍던 것이 아주 얇아졌으며, 커다랗던 것이 아주

작아졌다. 작은 유리병처럼.

모진위는 자신을 담아두었던 이제는 작은 유리병같이 되어버린 그것에 다른

것을 담았다. 인간에대한 사랑, 자비, 환희 그런 것들을. 그리고 그 작은 알같기

도 하고, 주머니 같기도 하고, 유리병같기도 한 것을 그의 가슴속 깊은 곳에 숨

겨두었다. 깨지기 쉬운 그 것을, 깨지기만 하면 일순간에 날아가버릴 것들을 담

고서...>


Comment ' 2

  • 작성자
    Lv.4 야옹
    작성일
    04.11.08 01:34
    No. 1

    항상 읽어 봐야겠다고 생각만 하던 책...
    이번 주가 지나면 꼭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운엽샤량
    작성일
    04.11.08 14:40
    No. 2

    왜..우리동네엔..엄냐고요...--;;..아무리..갖다놓으라구..부탁&애걸&복걸해도...굳건히..안갖다놓으시더라구여...--;;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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