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손승윤
작품명 : 천도비화수
출판사 : 청어람
작가명 : 손승윤
작품명 : 천도비화수
출판사 : 청어람
요즘은 고무림 수장작들에 대한 순례를 하고 있습니다.
보표무적에 이어 이번에는 천도비화수입니다.
1. 천도비화수는 전체적으론 잘 씌어진 글입니다.
문장력도 있고 간혹 드러나는 문학적 표현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한글이 아니면
드러낼 수 없는 표현이란 생각에 새삼 한글의 우수성과 그 우수성을 밝혀준
글솜씨에 찬탄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2. 중원에 고려인 또는 고려인2세의 등장 또한 신선하였습니다.
다른 무협에서도 간혹 고려인 또는 조선인의 등장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묘왕동주의 박한, 성라대연의 동방불패 등등이 그것이죠. 그러나 주인공으로서라기
보다는 비중있는 조연의 역할 정도에 불과하였던 것인 데,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군요.
이야기 전체를 흔들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이나마 이런 식으로 고려인 또는 조선인을
개입시키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렇게 되면 논객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무협소설이 중국 것인가 한국 것인가 하는
논쟁도 종막을 고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사족으로 무대 설정이 중원(중국)이고 거기에 나오는 인물 또한 중국인만이라
하더라도 그 소설을 지은이가 한국사람이라면 그건 틀림없이 한국소설(한국무협)
이라는 것이 저의 생각이고요.
잘 씌여졌고 등장인물 또한 비교적 신선함에도 불구하고 히트되지 못한 이유는
무얼까요?
그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기로 합시다.
1. 한자어투의 지나친 남용
전체적으로 이것이 가장 큰 장애요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 역시 오랫동안 한자를 가까이 하여 왔기 때문에 왠만한 한자는 익히 알고 있다고
여기고 있음에도 이 소설을 읽다보니 지나친 한자및 생소한 용어의 한자 때문에
집중력이 오히려 떨어지는 것을 수없이 경험하였습니다.
한자는 뜻글자이기 때문에 그 의미를 충분히 알고 접근하면 그 나름대로의 의미를
만끽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그 반대인 경우에는 오히려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
하기가 힘들어 몰입에 지장을 주는 부작용도 일으킨다는 생각인 데,
이 소설에서는 지나친 한자사용으로 그 부작용이 두드러진 것으로 보여집니다.
더욱 사용되어지는 한자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한자가 아니라 제가
생각하기에는 중국 본토에서 진짜로 사용하는 한자들인 것 같았기에 더욱
그러하였습니다.
그로인해 저같이 한물간 넘도 부담스러지는 데 하물며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어필
될 리가 없다고 여겨졌습니다.
2. 재미는 곧 흥미의 결과물이다.
재미를 느끼는 위해서는 먼저 이야기 진행에 대한 흥미가 일어나야 합니다.
그 점을 잘 포착하는가 그렇지 않은 가에 따라 인기작가 대열에 포함되느냐 아니냐
하는 기준이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문장력 여부에 대한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그런 전제에서 보면, 이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흥미를 유발케 하는 요소가 불충분
하였다고 생각합니다.
한자어의 지나친 사용으로 사뭇 딱딱해지는 문장에다가 이야기 진행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으니 독자들은 지루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안 좋은 부분이 이 소설의 제1권에서 바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니 성질급한 독자들이 조금 읽다가 덮어 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항상 정독을 하는 편입니다.
그건 내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고 작가를 위해서도 그렇게 합니다.
고심끝에 창조한 작가의 이야기를 몇십분에 쭉 훍는다는 것은 저는 작가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렇게 정독을 하여야만 자간 사이의 의미도 확실히 파악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1권 중반이후에는 아예 읽지를 않았습니다. 그리곤 곧장 2권으로
넘어갔는 데 그때부터는 다시 재미가 솔솔 있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자잘한 부분에 신경을 쓰는 것 같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이야기 진행이 성큼 성큼 되는 것이 저의 취향에 맞기 때문입니다.
있어도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없어도 아야기를 전개하는 데 하등 장애가 없는
그런 이야기는 과감하게 생략하는 것도 그 나름대로의 멋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3. 기타
잔인한 장면의 상세한 묘사도 역시 조금 부담스러웠고, 심심찮게 등장하는 남자
거시기의 속어 사용도 긍정적인 면으로 볼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위와같은 요소 때문에 히트를 하지 못한 것일 뿐 이 작품이 질이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이 소설 역시 우리들이 필히 읽어볼만한 작품인 것은 틀림없기 때문입니다.
교정을 확실히 보지 않은 것도 눈에 거슬리는 군요...
작가님의 후속작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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