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동네 책방에 신간이 안나오더니
갑자기 연작물이 쏟아진다. 약속이나 한듯이 한꺼번에.
좀 시차를 두고 나오면 안되는지...알 수 없는 일이다.
게시판 보고나서 동네를 몽땅 뒤졌는데...
신승,지존록,학사검전.
다 대여중이었다. 지존록은 아예 들여놓지도 않았고...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면서도 답답해서 물어보았다.
책 대여중인가요?
네. 예약되어 있어요.
그럼 저도 예약할께요.
예약도 밀려 있어요. (이런...)
한두달은 아예 마음 비워야겠다. 그래도 보고 싶은 마음은 어쩔수가 없네.
해서,
서론이 너무 길어졌지만,
몇달전에 사다놓고 보지 않았던 책을 집어들었다.
이게 바로 제목에 썼던 아미출사 였다.
종린 이 분이 주로 무협중에서도 특히 불문무공에 정통한 소설을 많이써온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읽어본건 별로 없었다.
책의 내용은 간단하다.
아미의 촉망받는 최고 무승인 현암이
선대의 사승들이 약속했던 사십년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문을 나서서
마침내 소림의 최고 기재인 회향과 맞대결을 벌이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것이다.
그런데 현암과 회향의 대결에 대해서는 거짓말 안하고 딱 한페이지에서
설명해주는게 전부다.
오히려 현암이 익힌 천축나라지각이라는 무공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상진결, 대상마벽, 탄궁고...등
어찌보면 소림의 금강불괴를 연상케 하는 무공이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흥미로운 논지를 전개한다.
잠시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중원무림에 전해진 무공의 기초는 천축의 천축나라지각이며
소림의 무공으로 알려진 역근경이나 나한권도 천축나라지각에서 발원했다.
소림을 세운 발타선사나 중시조인 달마대사도 천축에서 온 제자들이며
이들은 이미 천축에서 천축나라지각을 익힌 사람들이다.
이렇게 중원에 전해진 천축나라지각의 진수가
아미와 소림으로 전해지는데
소림에서는 나한동에서 형의권으로 나타나고
아미에서는 법호장을 통해서 온전히 전승되고 있다.
보통 불문무공 하면 소림이 정통인것으로 생각을 하게 되는데
저자는 애초부터 아미파를 염두에 두고 책을 쓰다보니
제목이 아미...라는 걸 빼고나면
글의 내용은 소림인지 아미인지 도통 구분이 안갈 정도로
아미는 불가로 그려지고 있다.
이제까지 내가 읽어본 무협에서 아미는 흔히 금정사태나, 금정신니
정도로 대표되는 여승들의 문파로만 그려졌지만
이 작품에서 여승들은 주인공이 아니다.
현암이라는 무승이 불가의 깊고도 깊은 사상을 하나씩 깨우쳐 나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을 뿐이다.
저자가 후기에서 밝히고 있지만 석가여래팔상성도의 고행 방법을
무협으로 펼쳐낸 것이다.
따라서 지루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얻은 것이 전혀 없지도 않다.
보통 불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불교를 좀 알고자 하면
대개 입문서 정도를 찾아 읽어볼텐데 그게 쉽게 와닿지가 않는데
그나마 무협소설의 틀을 빌어서 이걸 표현했기에
그럭저럭 불가의 도리에 대해 조금이나마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점 필자에게 고마워 해야 할 일이다.
앞으로 이 책을 능가할만한 불문무공에 관한 책은 쉽게 나타나지 않을것 같다.
엄청난 자료와 불교에 대한 지식이 수집되지 않고서는 써낼 수 없는 작품이다.
세권의 책중 두권 정도는 싸우는 내용이 없다.
애시당초 신나고 화끈한 걸 기대한다면 절대 추천할 수 없다.
요즘 작품들의 트렌드와는 너무나 다르다.
그러나, 이 책이 주는 점 또한 분명하게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정통 불문무공이 어떤 점에 근원을 두고 있는지
이론적으로 학문적으로 그 배경에 대해 그리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다.
거듭 밝히지만 전혀 어렵지 않다.
단지 이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느냐 하는게 문제인데
의외로 종린 작가의 책은 중고 사이트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그리 인기는 있어보이지 않아서 잘 안팔리는 책들이기도 하고.
새삼 안타깝기도 하다.
종린 작가의 다른 작품은 몰라도
아미출사는 자료 수집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작품이다.
석가탄신일도 다가오는데 신간에만 목숨걸지 말고
이 책 한번 읽어보는게 어떨런지.
아미타불.
P.S. 글을 쓰기 전에 검색을 먼저 해보았더니 하나도 안 나타나더군요.
아무도 안 읽어보신거 같아서 걱정이 앞서네요.
저의 글이 종린 작가님의 노력에 대한 작은 위안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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