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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41 큰곰
작성
03.11.20 00:38
조회
2,513

  가끔 요즘 작품보다는 조금 지난 작품들을 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위 두 작품은 모두 작가를 좋아해서 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다가 서점에 갔더니 저 구석에 '빙하탄'이 있더군요. 결국은 샀습니다. '농풍답정록'은 헌책방에서^^;; 사실 무협소설은 그다지 사보는 편이 아닌데 구하기 어려운 작품은 사게 되네요. 얼마전 공구에서 '등선협로'도 구하게 되었구요.

  음... 어쨌든 이렇게 구한 작품들을 쭉 읽었습니다. 읽고 난 후에 느끼는 것은 '농풍답정록'은 대만족, '빙하탄'은 좋긴 한데 약간 취향에 안맞는군요.

  '빙하탄'... 장경님을 워낙 좋아하기에 큰 기대를 걸고 봤습니다. 확실히 재미있었습니다. 심연호라는 캐릭터가 참 매력적이었죠. '나는 누구인가'하고 울부짖을 때는 뭉클했구요. 대사들도 멋졌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충분히 추천해줄 용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저 개인으로는 역시 이런 가족, 특히 부모쪽과 대립 구도인 쪽은 취향이 안맞습니다. 뭐 어머니와 갈등을 가진 구도는 장경님의 '천산검로'도 나왔고 운곡님의 '등선협로'에서 풍갑제도 그런 캐릭터였지만 이 작품들의 어머니는 타의에 의한 강압적 요소가 강했다면 이 작품은 좀 묘하더군요. 형과 자신의 복수는 과연 누구에게 해야 하는 것인가... 아버지야 자신이 걸어들어간 길이니 그렇다해도 결국 위혜련이 선택한 것은 아들이 아니었죠. 뭐 이제와서 아들을 선택한다해도 좀 그렇고. 이런 갈등구조는 복수라는 것도 애매해집니다. 그대신 주인공의 내면이 처절하게 묘사되니까 멋은 있지만... 예전에도 부친을 배신하고 자신을 버린 모친을 가진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을 본 것 같은데 좀 찝찝하더군요. 복수를 하면 패륜아이고 용서와 화해구도는 왠지 어색하고. 차라리 빙하탄이 보여준 해법이 가장 무난한 것 같은데 허무함이 밀려오네요. 저는 비장감도 좋고 다 좋지만 결말은 지독한 해피엔딩 매니아입니다. 수담옥님의 '도둑전설'도 호접의 연인이 희생하고 죽는 장면에서 책을 덮을 뻔 했다는... 요즘은 '괴선'이 마음을 아프게 하구요. 뭐 잡설은 여기까지 하고 어쨌든 주인공의 생사가 약간 애매하게 처리되는 결말 자체는 불만이 없습니다만 결국 심연호만 불쌍하다는 생각은 지금도 지울수 없어 답답합니다.

  한가지 궁금한 것은 마지막문장의 천하제일기검 몽검후 이야기는 뭡니까? 정독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무심코 건너뛰었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봐도 심연호 이야기같은데 다시 살아난다는 건지... 다시 읽어봐야겠군요. 또 갑갑해지려나?

  '농풍답정록'. 주연급은 누구하나 죽지 않는 완전한 내가 꿈꾸는 이야기입니다. 오호대 동료들은 물론이거니와  오세경과 이극양, 사마철군, 송곤까지 누구도 죽지 않았죠. 물론 조원산, 표왕 등이 죽긴했지만 어차피 주연급은 아니라 별로 와닿질 않네요. 뭐 처음에 글을 읽기 시작할 때는 무당에서 파문당하는 운검이 주인공인가 했다가 거렁뱅이 아이와 만두 이야기 나올 때 '아 운검이 제자를 받아들이는구나'하고 착각했죠. 근데 또 사마철군 나오더니 결국 사마진명이 주인공이더라는... 임준욱님의 작품답게 재미있습니다. 설정 자체는 그다지 참신하지 않지만(속가제자로 하산, 표국에 표사취직, 고수와의 인연...) 억지스럽다고 느껴지지 않을만큼 자연스럽구요. 게다가 주인공이 가진 무위도 그다지 높지 않죠. 뭐 마지막에 귀왕을 죽이긴 하지만 이미 귀왕 제금천은 내상을 입은 상태였고 아버지 사마철군과의 합공으로 이긴것이니 권왕 이극양이나 오세경보다는 떨어지는 듯이 보입니다. 물론 나이에 비한다면 엄청난 것이고 분명 초절정 고수의 일인이지만 그에겐 아직도 스승이 필요하고 동료가 필요하고 부친이 필요합니다. 임준욱님의 등장인물은 순박한 사람냄새가 난다는 점에서 좋습니다. 작가가 밝혔듯 완전한 악인은 없다는 설정으로 제금천, 왕인, 종리수, 종리구들에 대한 애정도 엿보였구요. 뭐 아무리 그래도 왕인만큼은 좋아지질 않았지만요. 한가지 특이한 것은 4권쪽에서 특이하게 해학적인 문장들이 많이 나오더군요. 요즘 판타지나 코믹 무협등에서 많이 나오는 식인데 왕인의 호화침대에서 자는 이는 시체 둘을 깔고 자는 거라는 설명이라든지 하는 부분이 의외였지만 또 나름대로 재미도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표국행을 떠나는 사마진명 일행의 이야기로 책을 덮으면서 뿌듯함이 밀려오는군요. 해피엔딩을 위해 초절정 주인공이 악당을 다 때려잡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주인공들이 다 행복해진다니... 흠. 우인복이 걸리기는 한데 별 애정이 없어 잊혀지는군요. ㅋㅋ

  '빙하탄'으로 인해 약간 갑갑했던 가슴이 '농풍답정록'으로 사르륵 풀렸습니다. 해피엔딩 매니아로서는 어쩔수 없는 것 같네요. 그래도 두 작품 다 한번쯤 읽어 볼 만한 작품, 아니 구할 수 있다면 꼭 봐야 할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빙하탄'이 코드가 안맞기는 해도 후회는 전혀 안드는 작품이니까요.


Comment ' 7

  • 작성자
    坐照
    작성일
    03.11.20 09:07
    No. 1

    두 작품 모두 나름대로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5 호리서각
    작성일
    03.11.20 12:34
    No. 2

    현실이 옳고 그름이 뚜렷하지 않는데 소설이라고 다를 순 없겠죠?
    그런 면에서 심연호의 마음이 더 와닿았던 것 같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대설
    작성일
    03.11.20 15:41
    No. 3

    임준욱님의 최초 작품들중 전 진가소전보다 농풍답정록이 휠씬 좋았습니다. 진가소전의 경우 아직 좀 매끄러운 면이 부족하고 초반의 강호활동과 후반의 관부활동이 서로 좀 어색한 면이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농풍답정록은 구성면에서 휠씬 안정되었다고 할까요...

    빙하탄과 같은 작품은 읽고나면 가슴이 답답해지는 그런 작품입니다. 작품이 싫다는 말이 아니고 뭔가 풀리지않은 매듭이 가슴에 박혀있는 것같은 느낌이 뇌리를 스칩니다. 작품을 떠올릴때마다 항상 그렇더군요. 그래서 비극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것이겠지요?
    위분이 자신은 해피엔딩매니아라고 하셨는데 저도 동감합니다. 하지만 빙하탄에서 과연 해피엔딩이 가능할까에 대해선 좀 의문이 납니다. 제 개인적으로 어머니 위혜련이 마지막에 남자(조원홍?)를 선택하지않고 그냥 떠나 절같은데로 가서 자신으로 인해 희생된 자신의 남편과 자식에 대해서 명혼을 비는 식으로 끝났다면 조금이라도 나았을것같은데 그녀는 끝까지 자신의 감정을 중요시하죠. 좀 요즘에 이혼하면서 남은 인생을 불행하게 사느니 지금이라도 행복을 찾아야한다고 말하는 젊은 부부의 인터뷰장면이 연상됩니다.

    그리고 몽검후는 심연호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분이 후기에 이 작품 연작을 쓰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것같은데 '만약' 그 연작이 나오면 심연호가 몽검후로서 하는 활약이 나오겠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둔저
    작성일
    03.11.20 17:04
    No. 4

    몽검후는 심연호가 맞을 것 같습니다.
    심연호가 일종의 가사상태 비슷한 것으로 들어갔으니...
    사정을 모르는 이가 본다면 그런 별호가 붙을수도..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太乙劍仙
    작성일
    03.11.20 17:27
    No. 5

    저도 지독한 해피앤딩 마니아입니다. 하지만 악당들은 다 죽고 주인공만 잘되는 그런 해피엔딩 아니라 저 역시 너나 할 것 없이 다 잘 되는 그런 해피엔딩이 좋더군요. 사실 소설보다 더 극적이고 힘든 현실인데, 소설속에서 조차 그렇게 허덕이고 싶지는 않더군요. 소설속 주인공과 하나가 되어 현실속에서는 누릴 수 없는 성취감과 해방감을 누리는 것 그 것이 무협세계에 중도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1 큰곰
    작성일
    03.11.21 03:27
    No. 6

    대설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래서 빙하탄은 아쉽다는게 아니라 취향이 다르다는거죠. 위혜련이 아들쪽으로 돌아선다하여도 그게 진정한 해피엔딩은 될수없습니다. 오히려 그간 그녀의 설정으로 볼때 작품이 엉성해지죠. 비정함까지 엿보이는 이런 부분이야말로 심연호의 마지막을 더욱 빛내준다고 생각합니다.

    태을검선님 말씀도 일리가 있죠. 상대편도 죽지않는 것이 좋고 다 잘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무협만큼 적과 아가 뚜렷히 대비되는 소설도 드뭅니다. 그리고 대부분 친인의 목숨과 관계된 은원을 가지고 있지요. 악인이 꼭 죽어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복수라는 모티브를 가지고 있는 이상 모두가 완벽히 행복해지는 이상적인 완결이 굉장히 드뭅니다. 오히려 주인공의 복수 모티브를 강화시키고자 친인들이 계속 죽어나가는 경우가 많죠. 저는 이런게 싫다는 겁니다.

    또 죽음의 장면에서 제금천,종리수,종리구,우인복,심지어는 왕인까지 원한을 가지고 죽음을 맞이하지 않습니다. 무인답게 떳떳히, 아니면 연인의 시체옆에 누워서 죽게 됩니다. 오히려 살아남은 적송도장은 우인복을 죽임으로써 후회하는 삶을 살게 되죠. 농풍답정록에서 작가는 악역일수도 있는 안티 캐릭터에게까지 그 애정을 보여준다는 이야기가 바로 이것입니다. 아들의 죽음앞에서 자신의 야욕을 후회하는 제금천의 모습은 그에게 연민까지 느끼게 하구요. 비록 죽음이 끼어있기는 하지만 농풍답정록은 모두를 위한 해피엔딩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드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현수(玄修)
    작성일
    03.11.21 12:12
    No. 7

    왕인이 아니라 왕진...^^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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