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이 땅에 무협이 소개된 이래 번역무협시대를 거쳐 1979년, 본격적인 창작무협이 등장하면서 한국무협은 중국무협과 다른 독창적인 발전을 거듭해 오고 있습니다.
중국무협이 그네들의 역사와 터전을 배경으로 개연성 짙은 역사무협이 주종을 이루었다면 한국무협은 남의 역사와 터전을 빌려오는 한계로 인한 판타지 성향이 강한 작품이 주류를 이루어 왔습니다.
그래서 태생적으로 중국무협에 비해 조금 가볍다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한국무협이 중국무협에 못하다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예컨대, "장경"의 무협은 중국무협이 보여주지 못한 웅혼한 기상과 유장한 깊이를 보여줍니다. 비단 장경만이 아닙니다.
"임준욱", "송진용", "운곡" 등등 중국무협에 비견할 만한 작가와 작품이 한국무협에도 배출되고 있습니다.
강산은 10년마다 변한다고 합니다.
한국무협의 역사도 어언 40년의 나이를 먹었습니다.
4번의 탈태환골을 거치면서 한국무협은 구무협, 신무협이라는 갈래를 나눌 만큼 질적, 양적으로 성장했습니다.
한때 한 손이면 충분히 꼽았던 좋아하는 작가도 이제는 두 손으로도 미처 꼽을 수 없습니다. 무협소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빛나고 있는 별이 있습니다.
바로 "금강"입니다.
가장 오랫동안 빛나고 있는 무협소설이 있습니다.
바로 "발해의 혼"입니다.
중2 무렵으로 기억합니다.
우연히 형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3권의 책을 보았습니다. 제목이 빨간 글씨로 쓰여 있었는데 마직막 글자가 한자여서 옥편을 뒤적이는 수고 끝에 "혼"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발해의 혼"
예. "발해의 혼"입니다.
무료하던 차에 페이지를 넘기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평생 헤어날 수 없는 "NEVERENDING STORY"의 세계로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무협을 옆에 끼고 10년 이상의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좋은 무협소설을 만나면 가슴을 주체할 수 없게 됩니다. 아마도 평생을 그렇게 보내겠지요?
아무튼 "대운풍"을 만나고 나서부터는 셜록 홈즈가, 괴도 루팡이, 오뒤세우스가 시시해 지더군요?
"발해의 혼"은 북송 인종(1022-1063)때에 발해의 후예들에 의해 전개되는 발해의 복국운동이 기본 줄거리입니다.
생각하면 간단한 이야기 같아 보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결코 간단치가 않습니다.
우선 사서에 버금가는 방대한 자료와 교과서에서 볼 수 없었던 역사적 진실을 보여주며, 더해서 독자로 하여금 우리역사에 대한 자긍심과 역사적 문제인식을 자연스레 심어주고 있습니다.
여느 역사책, 교과서에서도 알려주고, 심어주지 못한 찬란했던 우리 고대사의 진실과 자부심을 삼류소설의 대명사로 취급하는 무협소설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진정 분통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스개 소리로 저는 삼국사기의 저자 김부식을 무조건 미워했더랬습니다. 반대로 발해사를 처음 우리 역사에 편입한 "발해고"의 저자 유득공은 무조건 좋아했습니다.
아마도 "발해의 혼"의 영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하하...
또 하나 "발해의 혼"은 한국무협의 교과서로 불릴 만하다는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무협적 재미와 요소가 총 망라되어 하나도 빠지지 않고 담겨 있습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정통무협이라 할 수 있겠지만 "먼치킨류"를 선호하는 신세대도 편히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특히 10대의 독자들과 먼치킨류로 처음 무협을 접한 이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우리역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먼치킨류에서 희미하게 보이던 "무협"의 의미를 분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수미개자 대유정력"
아직도 이 글귀가 뇌리에 선연합니다.
제 책장에는 아직도 1987년, "정신세계사"에서 초판 발행된 "발해의 혼"이 꼽혀 있습니다.
당시 가격이 3000원이었으니 물가가 두배 이상 뛰었군요?
최근에 시공사에서 재간행 하기도 했지만 왠지 이게 더 마음에 듭니다.
고서의 향기라고 할까요? 히히히...
항상 미천한 필력으로 인해 책 소개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꼭 일독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 그리고 "발해의 혼"과 더불어 "위대한 후예"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고무림"에 연재 중인 장경의 "황금인형"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성격은 판이한 작품이지만 주인공이 국산이라는 것과 한국무협에서 흔하지 않은 역사무협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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