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존기
80년대 무협의 매너리즘에 비틀기를 시도하는 작가서문에서의 거창한 포부와는 달리 1장을 채 넘기기도 전에 작가의 의도를 무색케 하는 작품.
내용은 가볍고 유치하며 졸렬하기 그지없다.
최근 범람하는 말장난으로 권수를 늘리는데 그치는 소위 판타지무협과 하등 다를 게 없다.
무협이라는 의미를 전혀 찾을 수 없는 작품.
전신
도무지 책 무게만큼도 담겨있지 않는 내용의 가벼움과 빈약함이란...
작가는 서문에서 재미있는 무협과 오락성을 강조하는데 상식을 벗어나는 웃음과 말장난만으로는 작가가 내세우는 오락성에 치중하는 작품에도 미치지 못함을 깨달았으면 합니다.
작가에게 운곡의 "등선협로"와 "표변도"의 일독을 권하고 싶군요.
작가가 말하는 "수준 있는 작품"과 "재미있는 무협"의 정답에 가장 가까운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자연검로, 대군룡회
"신존기"와 "전신"은 그나마 이 두 작품에 비하면 양질의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2003년 상반기 최고의 졸작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싶은 작품.
이유는?
-백문이 불여일견-
단 1권씩만 빌려볼 것, 2권 이상 빌린다면 후회하기 십상이다.
소설은 개연성을 바탕으로 한다.
개연성(蓋然性)이란 논리학에서는 현상의 발생이나 지식에 관한 확실성의 정도를 의미하나 문학에서는, '허구의', '그럴듯한', '있음 직한'이란 의미로 사용된다
물론 무협의 본질적인 특성상 개연성이 모호할 수 있다.
그러나 3살에 유모를 젓가락으로 살해하고(신존기), 10살에 검강의 경지를 넘어서고(전신), 17살에 신의 경지를 넘보는 것은(자연검로, 대군룡회)은 지나치지 않는가?
무협소설은 넓은 의미에서 판타지의 한 장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협이 판타지와 다른 점은 실제 존재하는 장소 또는 공간과 역사와의 사실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즉 중국이라 장소와 그들의 역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것은 판타지와 달리 무협의 개연성에 엄청난 이점을 부여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한국무협이 자기네의 역사와 장소를 바탕으로 하는 중국무협과 달리 판타지무협의 경향을 가지고 흘러왔다는 것은 분명하다.
80년대 무협이 분명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80년대 무협에서는 최소한 무와 협은 보여준다.
그렇지만 최근에 범람하는 젊은 작가들의 무협작품을 보면 무협이라는 의미를 찾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서양판타지를 보는 듯 하다.
혹자는 퓨전장르라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무협의 진정한 맛을 모르는 자들의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또 하나같이 가볍고 단순하며 말장난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는 작품들이다.
책 무게만큼도 들어있지 않은 내용의 빈약함은 물론이요. 상식을 도외시하는 내용은 그저 쓴웃음만 짖게 한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책에서 사람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 같지 않은 인물이 어찌 독자와 가까워 질 수가 있으며, 독자가 작품에 동화될 수 있겠는가?
무협소설을 집필하고 있는 젊고 재능 있는 작가들에게 김용의 "소오강호", 금강의 "발해의 혼", 장경의 "천산검로", 임준욱의 "촌검무인" 그리고 운곡의 "등선협로" 같은 작품들을 읽어보길 권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진정 무협의 맛이 어디에 있는지 찾기를 바랍니다.
예. 적어놓고 보니 독설과 명령형의 글이 되었네요.
조금이 아니라 많이 주제넘어 짓을 하고 말아습니다.
죄송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설을 퍼붓고 있는 것은 한국무협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90년대초의 무협의 침체기를 안타까워하기에, 다시는 그러한 침체기가 오지 않게 하기 위해 젊은 작가들이 좀더 분발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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