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인 친구'와 보낸 시간이 너무 적은 것 같아서 오랜만에 데이트를 신청, 시내에 영화를 보러 감. 물론 러브러브~같은 상황은 '전혀' 없었음.
그 친구는 의여고에 재학 중이고 밴드부에서 활동 중인데 밴드부 선배 중 그 친구의 마음을 사로잡은 사람(지금은 대학생)이 있었던 모양. 선배 자랑을 막 하는데 대충 간추리자면 '남성적, 파워풀, 호탕함, 카리스마'라는 정도. 그 친구도 그런 여성을 지향하고 있었는지라 정말로 좋아하는 것 같았고 그 선배도 친구를 친동생처럼 아껴줬던 모양. 친구가 선배 사진이라면서 핸드폰으로 보여줬으나 사진이 흐리게 찍혀서 얼굴을 제대로 못 봄. 게다가 제대로 볼 생각도 안 했는지라...
영화를 보고 나서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카페에 들어가서 얘기를 하고 있었음. 그 때에도 선배 자랑에 여념이 없었던 친구, 선배에게 말 걸어본다면서 카톡을 보냄. 선배는 주말이라 그런지 카톡 받고 깨어난 것 같음. 선배는 귀찮다는 식으로 대꾸했지만 언뜻 보기에도 애정이 담겨져 있는 것 같았기에 친하긴 친한가보구나, 하고 생각함.
그 때 필자의 친누나가 의여고 출신인 것을 생각해내고 '우리 누나도 의여고 나온 거 알아?'라고 말함. 그 친구는 정말이냐며 누나의 나이를 물음. 22살이라고 답했더니 친구는 선배도 22살이라면서 혹시 서로 아는 거 아니냐고 설레발을 침. 필자는 의여고 동기라고 다 아는 건 아니라는 듯 설마, 라고 했고 친구는 선배에게 카톡을 보냄.
친구 : 선배뉨~
선배 : 왜
친구 : 혹시 강xx이라고 알아요?
선배 : 헐
선배 : 뭐야
선배 : 뭐야
선배 : 뭐야뭐야
선배 : 헐
낌새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필자는 카톡 속의 선배 이름을 봄. 헐, 아는 이름이다......
필자 : 잌ㅋㅋㅋ뭐얔ㅋㅋㅋㅋ태림이 누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 : 헐ㅋㅋㅋㅋㅋㅋㅋㅋ꺄앜ㅋㅋㅋㅋㅋㅋ뭐얔ㅋㅋㅋㅋㅋ
선배 : 네가 걔를 어떻게 알아
선배 : 헐ㅋㅋㅋㅋ
친구 : 선배 혹시 호윤이 알아요?ㅋㅋㅋㅋㅋㅋㅋ
선배 : ㅋㅋㅋㅋㅋㅋㅋㅋㅋxx이 동생이잖앜ㅋㅋㅋㅋㅋ
필자 : 으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 : 꺜ㅋㅋㅋ나 이런 거 완전 죠앙!
흥분한 친구는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고 곧 '태림이 누나'가 그 전화를 받았다. 스피커 폰으로 필자에게도 들리게 했다.
선배 : 야 뭐야ㅋㅋㅋㅋ
친구 : 저 호윤이랑 같이 있어요 ㅋㅋㅋ
선배 : 네가 왜 걔랑 같이 있어
친구 : 저랑 초등학교 동창이에요!
필자 : 태림이 누나아아아
선배 : 응, 안녕ㅋㅋㅋㅋ
친구 : 선배한테 태림이 누나라고 부르니까 너무 어색햌ㅋㅋㅋ
선배 : 잌ㅋㅋ 왜 ㅋㅋㅋ
필자 : 잘 지내고 계세요? ㅎㅎㅎ
선배 : 응, 잘 지내지ㅋㅋㅋ 야 근데 너무 신기하닼ㅋㅋ
뭐, 이런 식으로 헤프닝에 대한 소감을 한 마디씩 던졌고 태림이 누나는 필자와 친구가 데이트를 나왔다는 것만으로 '잘 해봐아'라는 식으로 놀리다가 전화를 끊었다.
태림이 누나...... 그녀가 중고교생일 때 단발 머리에 어색한 안경 쓰고 '치마'를 입은 그 모습만 알고 있다가 남자처럼 짧은 머리에 안경으로 여성적인 얼굴을 가리고 있으니 흐릿한 사진을 대충 본 걸로는 도저히 알아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날 친구는 카페에 거울을 놓고 온 것 같다며 다시 카페에 들렀는데 그곳에서 태림이 누나가 테이블에 앉아 친구와 얘기하고 있는 걸 보게 되었다. 단지 거울 찾으러 왔을 뿐인데 직접 만나기까지 하다니...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다.
사는 동네로 돌아와서 친구와 헤어지고 집에서 친누나에게 그 날 일어난 일을 얘기해줌. '세상 참 좁다...'라고 했더니 누나는 '그럼! 의정부가 얼마나 좁은데!'라면서 웃었다. 태림이 누나랑 요새 만나냐고 물었더니 내일 만나기로 약속했었다며 이야기를 마쳤다.
실화입니다.
Comment '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