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터 마존이님과 그 집에 수감생활을 시작한 아기고양이를 위해, 야매로 배워먹은 지식과 제 경험담을 위주로 한 매우 근거없는 글을 끄적여봅니다. 중간에 말이 이상하더라도 이해해주세요. 알바 중간중간 적는 거라 다듬지 못할 거에요 ㅋㅋ
일단 간략하게 제 약력을 소개하면, 제 부산 본가에 페르시안 화이트 모자를 2마리가 서식중이며 제가 알바하는 회사에서 과거 어미묘 1마리와 지금은 그 어미묘에게 버림받은 생후 1~2개월된 아기묘 2마리에게 매 주말마다 삥뜯기는 불쌍한 영혼입니다. 밥주는 회사 사람들이 네다섯정도 됩니다만 야외 화장실까지 따라오고 손에 부비는 사람은 저 밖에 없으니, 일단 제가 제일 친하다고 우겨보겠습니다.
고양이랑 사람을 대할 때(혹은 친해지고 싶을 때) 가장 기본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역지사지입니다. 흔한 말이지만 막상 적용하기는 쉽지 않죠. 고양이의 체고는 눈대중으로 약 20센치 내외, 몸무게는 평균 3~5kg입니다. 키는 10배, 몸무게는 많게는 20배 이상 나갑니다. 따라서 고양이와 인간의 관계는 비유하자면 인간과 5층 아파트 높이의 에일리언입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매우 위협적이고, 산만하고, 때론 재빠르고, 집요하며, 시끄럽기까지하고, 가끔 무서운 친구들(드라이기나 청소기등의..)도 함께 있습니다. 만약 사람이 이런 생물과 좁은 공간에 갇힌다면 구석을 찾아 숨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 생물이 자신만 따라온다면 더할나위가 없습니다. 억지로 끌어낼 수록 숨을 것이고 더 무서워합니다.
그럼 이 녀석을 끌어내려면 어떻게 해야될까요? 우선은 안심시켜야겠죠. 첫째로 이곳이 위험한 곳이 아니다. 둘째로 이 생물이 너를 해치지 않는다. 첫째는 스스로 할겁니다. 고양이는 본래 새 환경을 접하면 냄새를 맡으면서 한바퀴 둘러보고 몸을 부비면서 자신의 체취를 남깁니다.(정찰돈다고도 하고 자신의 구역을 정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 정찰도 무서운 생물이 돌아다닌다면 못합니다. 나올 엄두도 내지 못하겠죠. 따라서 첫째를 달성하려면 둘째가 선결되어야합니다. 둘째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인내입니다. 앞의 비유를 생각해보죠. 우리는 어떻게 해야 5층 아파트의 육식에 난폭한 에일리언이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 있을 까요? 이건 사람 관계와 같습니다. 자신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을 해주면 됩니다. 무서워하는 생물이 얌전히 있고(따라다니거나 소리치거나 크고 빠르게 움직이지 않고) 숨거나 움직일 공간이 확보되어 있으면 됩니다. 즉, 고양이가 숨고 돌아다니고 장농 위로 올라갈 공간을 있는 그대로 놓아두시고 그 행동을 쌩까시면 됩니다. 아마 지금 마존이님 고양이가 울면서 뛰어다는 것도 매우 불안한데, 숨을 곳을 다 막아놔서 은신처를 찾지 못해서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까 그냥 구멍 다 뚫어 두세요. 그리고 미리 한번쯤 간단하게 쓸어 두시는게 좋을겁니다. 먼지 투성이 고양이가 싫으시다면요. 구멍을 막는 건 충분히 안심해서 소파나 마루 등에서 퍼질러져 잘 때 쯤에 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됩니다. 이게 제일 중요합니다. 갑자기 문단을 바꾼 이유도 이걸 강조하기 위해섭니다. ~_~;; 고양이는 일반적인 동물이나 강아지랑 매우 다릅니다. 개체마다 특성이 다르지만 독립성이 강하고 경계가 심하기 때문에 한 발을 다가서면 우선 한 발 물러나고 봅니다. 때문에 앞서 말했다시피 고양이랑 친해지려면 매우 많은 인내가 필요합니다. 순수하게 얘가 다가와주길 기다려야 되거든요. 이 시간을 단축해 주는 것이 맛있는 간식이라던가, 필요한 걸 제공해주는 것입니다. 흔히 잘못된 상식으로 고양이가 주인을 못 알아본다지만, 고양이도 제 밥주고 화장실 치워주고 놀아주는 간수는 알아봅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 조그만 아이를 품 안까지 끌어내는 것은 매우 지난하고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혹시 도움이 될까해서 제가 길고양이들과 친해지는 패턴을 소개해드릴께요. 우선은 고양이랑 마주쳐서, 몇 번 얼굴을 익힙니다. 그리고 이 녀석의 성격(사교적인지 사람 손을 탄 녀석인지 낯을 심하게 가리는지)을 파악하고, 1,2번이면 바로 다가가지만 3번의 경우 우선은 눈인사만 해둡니다. 그리고 다음 만날 때 쯤에 먹을 걸 준비해줍니다. 참치라던가 간식 같은 걸로요. 지금처럼 추운 겨울철엔 약간 따스한 물도 좋죠. 얼음뿐이라 목이 마르거든요. 이때 절대 제가 먼저 다가가거나 크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조심조심, 미끼를 적당한 자리에 두면서, 필히 눈을 마주치고(내가 이걸 준다는 건 인식 시켜야되니까요) 슬며시 뒤로 빠집니다. 그리고 곧장 집으로 가면서 슬쩍 보면 미끼의 냄새를 맡는 고양이가 보이죠. 그걸 수 차례, 많게는 수십차례 반복하면 이 녀석이 저를 알아봅니다. 그때부터는 이제 조금씩 내가 다가가줍니다. 먹이를 주면서도 몇발 뒤에서 바라보고 있고, 가끔 조심스래 주먹을 뻗어주면 와서 냄새를 맡다가 부비기도 합니다. 이쯤되면 게임이 끝난거죠. 이 고양이는 이제 제껍니다.
저는 완전히 새로 입양된 고양이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만, 이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애묘인의 한 사람으로써, 마존이님과 고양이의 투닥거리는 사연이 안타까워서 작은 도움이나다 될까해서 이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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