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메인 보드가 사망하셨습니다. 떨어뜨린 적은 없지만 아무튼 충격을 받아 죽었대요. 침대 위에서 충전하고 나간 것밖에 없는데, 왜 죽었을까요?
전기가 싫었나?
아무튼 오전에 어머니께서 핸드폰을 맡기고 나오시려 할 때, 스산하고 좋지 아니한 느낌과 함께 직원이 이르길.
"메인 보드 교체하시면 안에 있던 건 전부 죽어없어집니다."
"으아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그럼, 그럼! 전화번호만이라도...!"
"화면이 안 켜지니 그마저도 아니되옵니다. 포기하십셔."
저는 이 사실을 모른 채, 오전에 맡겼을 테니 지금쯤이면 고쳐졌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3시 30분 경. 집으로 당도하니, 내 진즉 잊고 있던 게 떠오른 바.
"열쇠... 열쇠가 없구나!"
동생에게 아침에 일렀던 게 떠올랐지만 신발장이나 화분 옆 그 어디에도 열쇠는 찾아볼 수 없던 바. 결국 정신줄을 놓고 어머니께 달려가서 고하길.
"열쇠를 주시옵소서!"
"가져가거라. 근데 핸드폰 내일 고쳐진댄다."
"예? 아니, 왜요? 오전에 맡겼잖아요."
"전산망이 죽었다고 못 고쳤대."
"30분이면 부품 교체할 수 있다면서요. 지금까지 뭐했대요?"
"전상망이 죽었대."
"아니, 전산망이란 부품 교체랑 무슨 상관인ㅁㅇㅁㄻㄹㅈㅇㅁㅇㄴ으아아아아아아."
제 1차 정신 붕괴 현상을 겪고 집으로 돌아와 열쇠를 꽂으려는 찰나, 현관이 열린 채로 본인을 환영하매. 입을 벌리고 나라를 잃은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다 터벅터벅 안으로 들어가니 아버지께서 막 일어나신 얼굴로 TV를 시청하고 계심을 볼 수 있었다.
내 방에선 동생이 침대에 누워 정신을 아득히 놓고 휴식을 취하고 있으매, 그것으로 제 2차 정신 붕괴 현상이 도래하옵고. 때마침 방안의 공기가 심상치 않아 고개를 돌리니 동생이 데우고 있던 된장찌개가 졸아 없어져 명을 달리하였다. 그것이 오후 4시 경.
아버지께오서 내게 언제 왔냐고 몇 자 물으시니 소자 대답하기를.
"문을 다섯 번 정도 두드렸사옵니다."
하고 이르니, 아버지 답하시길.
"못 들었노라."
아아, 신이시여......
문피아에 들어와 카테고리가 만들어졌을까 기대했으나, 그마저도 님은 오시지 않으려 하지 아니했겠지만 아니될 놈은 뭘 해도 아니되므로 이 또한 되지 않으리라는 것이 하늘의 계시. 라는 통탄할 공허함만 남기고 침묵만을 고수하매.
아아, 오늘 나는 글을 쓰면 컴퓨터의 메인 보드가 나가거나 키보드가 터지지 않을까? 하며 노심초사하고 이 글을 적으매.
갑자기 노트북이 미쳐 날뛰며 그간 썼던 글을 죄다 효수시켰노라. 이에 나는 다시 쓰노라. 엉엉.
신이시여... 아아, 오지 않는 님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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