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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
13.02.12 03:08
조회
2,585

(6) 황재: 80년대와 90년대를 풍미했던 무협만화가들중 가장먼저 명성을 날렸던 이가 아닌가싶다. 무협만화 뿐만 아니라 스포츠·현대활극 등에도 왕성한 활동을 했었던 그는 80년대만해도  전 장르에 걸쳐 이름이 높았고 타장르 만화가들과의 전체적인 지명도 비교에서도 상당한 우위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특히 주인공인 태풍(용태풍)의 독특한 코는 황재표 만화(?)의 상징처럼 되어있다.


부드러우면서도 끝 부분을 날카롭게 터치한 코는 명랑만화에서나 쓸법한 모양으로 극화에서 쓴다는 자체가 아이러니 할수도 있었으나 어쨌든 다른 만화주인공들과 확실한 구분선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고 이후 이를 모방한 다른 만화가들의 시도가 줄을 이었다.


물론 황재라는 만화가가 인기가 좋으니 그 후광효과를 노린 케이스가 많으리라.

 

 대표적인 후발주자로는 역시 황성 작가와 오일룡 작가. 지금은 오히려 더 잘나가고 있는 황성 작가 같은 경우는 황재 작가의 제자로만 짐작하고 있을뿐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고 오일룡 작가 같은 경우는 필자가 어린 시절 만화가지망생이라는 청운의 꿈을 품고 잠시 가출이라는 극단책을 선택해 문하생을 꿈꾸며 화실로 찾아갔던 시절(아버지의 불호령과 학업이라는 문제 때문에 이내 집으로 컴백할 수밖에 없었지만) "황재라는 작가가 워낙 잘 나가는 관계로 그 독특한 코를 일정 부분 모방했다"고 직접 들었던 기억이 난다.


만화가 선생님과의 첫 대면이라는 매력 때문인지 이야기를 하는 내내 마냥 즐거웠었다.

극화체 그림과는 너무 동떨어진 듯한 이질적인 모양의 코에 대해 안티팬들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되지만 어쨌든 바로 이것하나로 황재라는 작가는 다른 작가들과의 차별성을 구축할 수 있었던 전기를 마련하였던 것 같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수도 있겠으나 만화시장의 붕괴, 다작 등으로 대본소 납품용 국내 만화가들의 그림실력이 땅에 떨어지고 있다는 팬들의 평가가 분분한 지금의 현실을 돌아 볼때(어쩌면 실력보다는 시간이 없어서 날릴 수도 있겠지만) 앞서 언급한 황재, 황성, 오일룡 3인은 정말 그림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그렸던 것 같다.


주인공의 코만 비슷할 뿐 각자의 다른 캐릭터들은 철저한 차별성을 이루었으며 이같은 경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뚜렷해져갔다.

80년대 초반 당시에는 대본소를 가도 장편만화를 보기가 드물었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일본장편만화의 일부를 거의 배끼다시피해서 탄생한 단편만화들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길어봤자, 전·후의 2부작 아니면 상·중·하의 3부작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인기만화가 그룹에 속했던 황재는 5권 이상의 장편을 자주 선보였는데 얼핏 생각해도 20여편이 넘는 것으로 기억되고있는 '소림사의 영웅들'은 무협만화매니아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자주 다니던 만화 대본소에 동일작품으로 무려 세질이 준비되어있었는데 전부다 사람의 손을 어찌나 많이 탓던지 너덜너덜해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성룡, 이소룡의 붐을 타고 쿵푸 만화 위주로 무협만화의 스토리가 돌아가던 시점에서 장풍, 강기 등 대형액션(?)이 추가된 그의 스케일 큰 만화들은 책도둑들의 범행대상 1호로 지목되기도 했다.

 

 

80년대중반이후 장편 무협만화가 본격적으로 보급됨에 따라 이전의 단편전문만화가(?)들의 모습은 많이 사라져갔다. 여기에 세대교체의 바람을 타고 신성(新星)들이 속속 등장했고 새로운 환경에 무난히 적응한 이재학, 하승남, 장윤식 등의 만화가들이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물론 황재표 만화도 전혀 꿀리지 않는 경쟁력으로 버티고 있었다.

특히 이때는 천제황이라는 엄청난 신예가 등장했는데 작품의 재미도 재미려니와 일주일이 멀다하고 계속 발표하는 작품양산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공장형 시스템의 효과라는 것을 몰랐던 당시에는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중국무림의 고수들과 일본낭인들과의 한판승부를 그린 '영웅의 땅', 기억을 상실한 젊은 고수가 바보로서 잠깐을 살아가다 아름다운 처자와 사랑을 나누게되는 '용의 후예', 소림사의 일상을 세세하게 다뤘던 '사형대형', 무림을 떠난 살수가 어쩔 수 없이 강호로 다시 돌아와 개정대법이라는 내공 인식 방법을 통해 영웅으로 거듭나는 내용의 '쿵후 일진광풍', 화려한 권법만화의 진수 '일월풍' 등 그의 작품들은 지금까지도 기억이 생생할 만큼 생동적이고 인상적인 내용일색이었다.

그중 유년기의 로봇에 대한 환상을 완전히 떨쳐버리게 만든 '쿵후 4대천왕'이라는 작품은 몸서리쳐질 만큼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거기에 나왔던 빙백장, 화염장, 달마삼검, 교탈조화 등의 화려한 초식들이 중국무협작가 와룡생의 '강설현상'을 모방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후에 큰 실망을 하기도 했다.

 

뭐니뭐니해도 황재표만화의 최고 진수는 '쾌걸 흑나비'시리즈이다.
한창 잘나갈 때 자신의 작품 한쪽에 '흑나비프로'라는 브랜드까지 걸어놓았던 그는 쾌걸 조로처럼 눈에 나비모양의 가면을 쓰고 일본군과 싸웠던 이 영웅들을 통해 인기만화가로서의 큰 발돋움을 할 수 있었지 않나 싶다.


80년대 초반을 뜨겁게 달군 흑나비는 쾌걸조로 같은 외모를 가지고 허영만의 인기작품 '각시탈'처럼 일본군 또는 악당들을 통쾌하게 혼내주는 멋진 캐릭터였다.


평소에는 바보처럼 굴다가 나비가면을 쓰고 결정적인 순간에 멋있게 악당들을 물리치는 모습은 당시의 전형적인 영웅코드였던 것 같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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