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떤 스님이 쓴 수필집인가 그랬습니다.
그 스님 책을 보면 한때 득도의 경지에 이르렀으나 끝까지 정진하지 못하고 중간에 타락했다가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들 이야기가 종종 나왔습니다.
열심히 염불하고 기도하면서 예지력 비슷한 능력을 가지게 된 스님이 있었다고 하는데, 사람들 앞날을 예견해주고 그랬답니다. 처음에는 공짜로 해주다가 사람들이 ‘성의껏’ 내주는 재물에 물욕이 들어서 다음부터는 돈을 받았다네요. 그렇게 부를 쌓고 나니 수행은 뒷전이 되었고 점쟁이로 자리매김을 했는데... 나중엔 아예 환속하고 결혼도 하고 그쪽 길로 나갔답니다.
문제는 그 뒤로 신통력이 사라지면서 사이비로 전락했다는 거고 나중에 손님도 없으니까 모아놓은 돈까먹다가 결국 품팔이나 하면서 근근히 살게 되었다네요.
뭐 이건 그나마 양호한 거고...
득도한 스님 한 사람이 해인사에 나타났는데, 이 스님이 말도 무척 잘하고, 목소리도 쩌렁쩌렁한 게 힘이 있어서 신자들에게 상당한 카리스마를 자랑했답니다.
그래서 부처님 소리도 듣고 그랬다는데, 문제는 결국 교만에 빠졌다는 거고, 사찰 재산도 제멋대로 쓰기 시작했다는 거지요.
급기야 해인사에 있던 커다란 청동 솥도 팔아먹었답니다.
이게 대장경판을 건조시킬 때 사용한 물건이라는데... 진위는 알 수 없지만, 이 스님 보시기엔 아주 훌륭한 고철인지라 팔아먹고 맛있는 거 사먹으며 배를 두들겼다네요.
일이 이렇게 된 뒤에 그 카리스마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결국 절에서 쫓겨났답니다.
거지꼴로 떠돌다 나중에 참회하고는 동냥한 돈을 모아서 구리판을 사서 장경각 기둥 밑에 둘렀다고 하더군요. 기둥 썩지 말라고... 나중에 보수하면서 구리판은 뜯어내고 지금은 구리판 두를 때 못을 친 흔적만 남아 있다네요.(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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