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정담이 글로 넘쳐나는군요.
외로우신 분들이 많으신 모양입니다..
저도 예전엔 엄청 연애하고 싶고 막 그랬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체념을 한건지 달관을 한건지, 딱히 연애같은 거에 관심이 없어지더라구요. 대충 이런 생각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1. 연애하고 싶다, 애인 사귀고 싶다라고 하면 주변에서 항상 말하는 것이 있습니다.
“살빼고, 옷 좋은거 사입고, 외향적으로 성격바꾸고, 센스도 키워야 한다”
(그치만 항상보면 예외는 있습니다. 불행히도 그 예외는 우리가 아니죠.)
2. 조건을 다시 곱씹어봤습니다.
살빼려면 시간내서 운동도 많이 하면서 철저하게 먹는거 관리도 해야되죠.
옷 좋은거 사입을려면 바로 돈이 문제.
외향적으로 바뀌는거, 조용히 살던 사람들한테 이건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아예 근본부터 바꿔야 되는거라서 성공하기도 쉽지 않고 유지하기는 더 어렵습니다.
센스...... 먹는건가요? 우걱우걱.
이만큼의 ‘기본적인’ 조건을 갖추고 나면, 그제서야 연애의 일반시장 ‘입구’에 발을 걸쳐놓은 상태가 되는겁니다.(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여러가지 연애 유형 중에서도 정형화된 일반론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상대를 만날지,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기약도 없습니다. 이건 게임의 구조도 보수도 모르는 불비정보게임에 가깝다고 봅니다.
3. 연애를 ‘시작하는 것에’ 드는 비용이 위와 같다면, 그에 따른 편익을 살펴보았습니다.
......
......
......
제대로된 연애를 못해봐서 잘 모르겠지만 뭐 대충 안 외롭고 안 서글프고 같이 시간보내면 즐겁고 하겠죠. ;ㅅ;
4. 또 연애 자체의 리스크도 여러가지 있죠.
혼자 사는게 아니니까 항상 상대방을 배려해야하고, 그러다보면 감정소모도 심해지고, 거기에 투자되는 시간과 비용이 막대하며, 무엇보다 나 혼자서 노력한다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거라고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5. 현재의 자신의 상황을 반영하여 결론을 도출해냅니다.
연애를 하게되면 수많은 희생의 댓가를 통해 불확실한 보상으로서 일정한 심리적인 만족감을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서 연애에만 신경을 끄게된다면, 그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수많은 자원들을 다른 곳에 전용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돈과 시간을 사용하고 싶은 곳에 사용하고, 딱히 남의 눈치 볼 일도 줄어들죠. 불확실한 보상을 대체할 수 있는 일종의 확실성 대등액과 같습니다.
여기에 저의 현재 상황까지 추가되면...
공부에 집중해야되고, 그러다보니 따로 뺄 시간도 거의 없고,
무엇보다 돈벌러 나갈수도 없는 처지에 연애한다고 돈쓰고 다닐 상황도 안되고,
그런 상황에서 그런 감정적 충족이 뭐라고 내가 목매달아야하지? 라는 결론에 도달한겁니다.
있으면 그것도 좋겠죠. 그건 인정합니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면 굳이 없다고 크게 불편한 것도 없드라구요. 그냥 기호품같은?
세상엔 해야할 일도 많고 하고싶은 일도 많은데, 한정된 자원을 특정 부분에 집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도 손해같고... 뭐 그렇습니다.
나중에 돈벌면 고양이나 키우면서 유유자적하게 살아야지...라고 주변사람들한테 말하면 어째서인지 기겁을 하더군요. 고양이 귀여운데.
Commen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