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인 노인의 전쟁 시리즈에는 이런 저런 재미있는 도구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 중 ‘뇌도우미’는 무척 인상적인 물건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뇌와 직결되어 있으며, 범우주적인 네트워크와 연결되어 있는 생체 컴퓨터. 제법 신간에 속하는 작품인지라 여러 방면의 다양한 (스마트폰을 연상케 하는) 활용부터 텔레파시나 다름없는 상호간의 교류. 나아가서는 상대와의 동조(싱크로)를 통해 거의 모든 감정과 생각마저 읽을 수 있는...... 뭐 아무튼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다른 것이므로 이 뇌도우미라는 도구가 나오는 소설을 읽고 싶어지신 분은 ‘존 스칼지’ ‘노인의 전쟁’을 검색해 보시기를 바란다.
각설하고, 이 뇌도우미라는 설정을 읽을 때 하나 궁금했던 것은 다름이 아니라 종종 나 스스로 생각을 할 때면 ‘참 내가 이따위 생각을 잘도 하고 있구나’하는 것들... 비루하고 추악하고 천박하고 변태적인... 뭐 굳이 글로 적고 싶지도 않고 다시 떠올리기도 싫어지는 것들... 누구인들 없으랴... 이런 생각들을 하는 것이 사람인데, 서로가 서로의 생각을 즉발적으로 읽고/읽히고 한다면? 뭐 아무튼 제법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연한 사고를 당해 죽게 된다면 아마도 ‘내 PC에 있는 황조롱이(아니 뭐 다른 이름일지도) 폴더만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아야 할텐데...’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만큼이나 두려웠다.
글을 쓴다는 것에 부쳐 한 마디 하고 싶어진 이유는 별 것이 아니다. 마치 뇌도우미라도 장착된 듯한, 즉발적이고 정제되지 않은... 머리와 키보드가 바로 연결된 것 같이 사고의 폭이 좁고 편협한 글들을 접하게 되어서다. 자기 자신만 읽는 글, 일기를 쓴다고 해도 결국 나중에 그 글을 읽는 자신, 독자를 위해서 명확한 글을 써야 하는데... 애초부터 타인에게 읽힐 목적으로 쓰는 글들임에도 배려나 자기 자신에 대한 고찰이 전무한 것에는 한숨을 내쉴수밖에 없다.
잡문 하나를 올릴 때에도 하나 하나의 단어를 고르고 한 번 더 생각하라는 말을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웃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는 대놓고 말했다. “아니 이 스마트 시대에 무슨 낡은 생각이야? 트윗 하나 보내는데 뭔 생각을 하고 앉을 시간이 있냐고?” 옳은 말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게시판과 트위터는 다르다. 트위터는 뇌도우미니까. 하지만 게시판에서 글을 쓸 때만큼은 설익은 표현을 그대로 내보이고 싶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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