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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시대의 무역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
14.01.07 21:47
조회
6,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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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중세시대라하면 많은 분들이 무역도 없고 외교도 없고 경제및 기술적 교류도 없는 완벽한 혼란기라 생각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요. 중세시대는 분명 막장이고 대단한 혼란기니까요. 하지만 그런 혼란기에도 황금은 여전히 그 요사스러운 빛으로 사람을 홀리기 마련이고, 그 황금을 얻는 가장 쉬운 방법중 하나는 바로 무역입니다. 그리고 흔한 생각과는 달리, 무역은 중세시대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중 하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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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중세 초기부터 차근차근 살펴보기로 합시다. 중세 초기에 무역이라는 것은 사실상 동방에서만 통용되던 개념이였습니다. 인도 각지에서 데나리우스 은화가 유물로서 발굴됨으로서 증명 된 로마시대의 인도 무역로는 과거의 영광을 잃은채 어느정도 무너져내렸지만, 부자는 망해도 삼대는 간다고 여전히 풍요와 황금을 제국들에게 나누어주고 있었습니다. 비잔틴 제국은 이집트를 통제함으로서 알렉산드리아 -> 홍해 -> 인도양 -> 인도를 잇는 인도와의 육상무역로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사산조 페르시아는 비교적 동방에 위치해 있다는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해 중국과의 실크로드와 인도와의 육상교역로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해서 중세 초기의 서방세계에서 무역을 찾아볼 수 없냐면 그것은 아닙니다. 중세 초기에도 서방세계에는 동방과의 무역을 담당하는 2개의 대도시가 있었습니다. 바로 베네치아와 키예프. 우선 베네치아부터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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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는 아드리아해 북부에 고대시대부터 존재해온 지역으로서, 카시오도루스라는 인물의 기록에 의하면 서기 후 6세기 가량까지는 소금과 생선을 특산물로 가지고 있었다 합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초기의 베네치아는 딱히 특별한 것 없고 어디에서나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그저 그런 어촌이였습니다. 하지만 서기 후 6~8세기 가량에 이탈리아의 권력공백을 노리며 독일로부터 롱가바르드족이 남하하면서 비잔틴령 북이탈리아는 롱가바르드족에게 함락됬고, 북이탈리아의 대도시에 사는 많은 시민들은 약탈을 두려워하며 해안가의 섬으로 도주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베네치아에 많은 이민자들이 모여서 대도시로서의 베네치아를 시작했고, 콘스탄티노플의 황제로부터 실질적(De Facto) 독립을 인정받고 비잔틴 제국과의 거래를 허락받으며 크고 빠르게 급속도로 번성했습니다. 하지만 중세 초기는 아직 베네치아가 한참 성장할 시기이고, 전성기를 맞이하려면 좀 더 지나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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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키예프의 역사는 베네치아와 살짝 다른 방식으로 흘렀습니다. 키예프의 역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선 중세 초기 러시아의 역사를 살짝 얘기해봐야합니다. 서기 후 9세기 가량의 러시아는 바랑기아인이라 불리는 스칸디나비아계 이주민들, 쉽게 말해 바이킹들에 의해 지배받고 있었습니다. 서기 후 11세기 가량에 키예프의 수도승인 네스토르(Nestor)라는 사람이 쓴 역사책인 The Primary Chronicle에 의하면 슬라브족은 서로간에 싸우다가 하도 질린 나머지 법, 평화, 그리고 안정을 간절히 갈망하게 됬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서쪽에서부터 바이킹들을 불러와서(!?!?!?) 슬라브족 모두를 굽어살피며 법과 평화와 안정으로서(!?!?!?) 지배해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법, 평화, 그리고 안정을 원할 때는 바이킹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한다는 역사적 교훈이 여기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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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평화롭고 질서로운 광경이군요!!!



여하튼 바랑기아인이라 불리게 된 러시아 지역의 바이킹들은 루릭 삼형제의 지도아래 우왕ㅋ 굳ㅋ하며 러시아지역을 지배하게 됬습니다. 여담이지만, 훗날 이 루릭은 나머지 형제가 모두 죽자 러시아의 나머지 지역을 상속받아서 슬라브 러시아를 통일한 후 앞으로 수백년간 러시아를 꽉 붙잡을 루리키드 왕조를 시작하게 됩니다.


하지만 바이킹이 괜히 바이킹인 것은 아니지요. 바랑기아인중 일부는 몇년만에 러시아에 싫증이 났는지 세상의 황금이 모두 모인다는 짜르그라드, 콘스탄티노플을 무려 약탈하기 위해 배타고 강따라 남하를 시작합니다. 역시 바이킹다운 패기입니다. 정말 평화로워요. 여하튼, 소수의 바이킹들이 강따라 남하하다 카자흐족의 영향력에 놓여있던 초기의 키예프를 강가에서 발견했고, '어, 저 부동산 제법 있어보이는데?' 란 생각이 들었는지 그대로 그곳을 점령해버립니다. 그리고 이렇게 루스 러시아 최대의 대도시인 키예프의 역사가 시작했습니다.


키예프는 그 후 올레그라는 사람이 키예프를 수도삼아 러시아 전체에 영향력을 확장하면서 그의 팽창하는 제국의 심장으로서 급속발전을 시작했습니다. 러시아에 풍부한 상품인 털가죽, 밀랍, 꿀, 노예는 키예프에 모여져 지중해로 운송됬고, 콘스탄티노플에 모인 동방의 부는 다시 키예프를 걸쳐 발트해로 흘러가면서 키예프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주었습니다. 




쓰다보니 제법 길어지네요. 시간도 늦어서 전 이만 쉬다가 자러가야겠습니다. 중세 중기와 후기는 아마 다음에 기억나거나 하면 마저 쓰겠지요. 감사합니다.


Comment ' 12

  • 작성자
    Lv.67 서래귀검
    작성일
    14.01.07 22:17
    No. 1

    흑해-바이킹 무역은 바이킹이란 소설에 잘 나와 있던데 패기 넘치더군요. 전사-상인들이 물건가지고 가면서 노략질하고 노예를 잡아들이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3 로봇타자기
    작성일
    14.01.07 22:41
    No. 2

    바이킹이 무역을 ㅋㅋㅋㅋ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9 그믐달아래
    작성일
    14.01.07 23:07
    No. 3

    착각하시면 안되요. 근대에 들어와 1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의 현 세대가 정착하기 전까지의 무역로는 한편으로는 약탈의 문화이면서 또한 거래의 장이기도 했어요. 우리는 몽골의 침략을 오직 순수한 약탈의 장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실제로는 약탈과 무역이 혼재해 있었죠. 다만 비중에서 약탈이 더 주가 되었냐 아니면 무역이 주가 되었냐에 따라서 상인인지 도적인지가 결정되었을 뿐이에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9 그믐달아래
    작성일
    14.01.07 23:08
    No. 4

    바이킹들도 무조건적인 약탈만을 일삼지는 않았어요. 무역을 위해 왔다가 만만해 보이거나 수틀려서 뒤집는 경우가 많아서(거의 대부분의 거래가 이딴식) 그렇지요. 실제로는 무력을 가진 무역상입니다. 넵. 그렇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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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글
    작성자
    Lv.83 로봇타자기
    작성일
    14.01.07 23:12
    No. 5

    아니 바이킹이나 몽골 깡패들이 무역을 아예 안 한다는게 아니라, 깡패가 장사하는 거니 ㅋㅋㅋㅋ... 우리의 주력 무역품은 약탈품입니다^^ 이번 상품은 너에요^^ 이럴 기세라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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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99 푸른달내음
    작성일
    14.01.08 00:40
    No. 6

    대구무역을 처음으로 한 사람들이 바이킹이죠.

    '이거 돈이 되겠다' 싶으면 사람들이 붙는 것은 요즘에만 그러는게 아니라 옛날에도 그랬죠. 중세의 배가 작았다해도 배 몇 척 뜨면 수십톤씩 나를텐데요. 뭐 지중해쪽이야 덜하지만 대서양이나 북해쪽은 바다에 나가긴 했는데 육지에 발 못 딛는 경우도 꽤 있었다고 하지만 그만큼의 위험을 감수할 수 있을만큼 돈이 된다 싶으면 배에 짐 싣고 배 띄웠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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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4.01.08 06:33
    No. 7

    사실 바이킹들이 상인의 모습 또한 택할 수 뿐이 없는게, 약탈하고나면 생기는 금, 노예, 다양한 상품들을 일단 팔아야 뭐 또 재산으로 변하지 않겠습니까? 근데 문제는 바이킹들의 고향인 스칸디나비아 반도는 황무지나 다름없는 땅이였고(고트랜드와 덴마크의 예외가 있긴 하지만) 바이킹이 약탈해온 귀중품을 구입할만한 구매력이 부족했습니다. 그럼 뭐 어쩌겠습니까. 이왕 약탈하러 지중해와 대서양을 누비는거, 약탈하는김에 약탈한 것도 팔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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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4.01.08 06:37
    No. 8

    그리고 바이킹이 왜 약탈을 합니까? 돈 벌기 위해 약탈하는거죠. 근데 약탈하러가는 것보다 무역을 하는게 더 돈이 된다면, 무역 하지 왜 약탈합니까? 어차피 무역하는 김에 겸사겸사 좋아보이는거 찾으면 대충 우르르 몰려가 약탈해서 무역품 위에다 던져둘 수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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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4.01.08 06:44
    No. 9

    사실 이런 모습은 서기 후 16세기 이후 서인도 제도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사략선은 흔히 단순히 약탈만 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사략선이 럼, 설탕, 금, 그외 이런저런 것들을 약탈한다해도 결국 그것을 어디에선가는 팔아넘겨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이왕 팔아넘기는거, 어차피 바다 잘만 누비는데 좀 더 비싸게 사주는 곳에 가서 파는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더 비싸게 사는 곳을 찾아갔는데 거기보니 괜찮은 상품을 제법 싸게 팔기도 합니다. 그럼 그거 사서 그것을 더 비싸게 사는 곳을 찾아가고, 가는 길에 괜찮아보이는 배가 몇척 보이면 슬쩍 다가가 맛들어지게 약탈해서 탈탈 털어먹기도 하고, 뭐 이런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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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1 멕라렌F2
    작성일
    14.01.08 11:52
    No. 10

    중세시대의 무역을 잘알고싶으면 대항해시대 온라인을 해보면 좋아요..게임이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그시대상을 잘나타내고있어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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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81 Asaris
    작성일
    14.01.12 10:40
    No. 11

    중세시대 무역의 중심은 이슬람쪽이 전쟁하는 와중에도 적에게 무기를 팔아먹는데 앞장섰던 전례가 ㅋㅋ. 용병사서 전쟁하다가 상대방이 재계약해서 망하기도 하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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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4.01.13 03:04
    No. 12

    중세 용병의 역사를 본다면 참 의외의 질서, 의외의 군기가 보이지만 가끔 전혀 예상치 못한 혼돈과 혼란이 황당하다못해 어이 없어 말도 안 나오는 방식으로 튀어나오기도 하더군요. 스위스 용병이나 바랑기아 근위대의 질서와 군기라던가, 르네상스 이탈리아 용병 콘도티에리들의 막장스러움이라던가... 한번은 고용주가 도시를 점령하래서 점령했는데 정작 점령하고 나니 고용주 ㅗㅗ머겅하면서 그 도시를 자신만의 영지로 삼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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