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는 바로는 카타르시스 즉 해방감이라는것은 억압받던 것들이 해소될 때 나온다고 알고있습니다. 그래서 아주 오랜 옜날부터 영웅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자신이 시련을 겪고 그것을 이겨내던가, 혹은 억압받고 압제당하는 우리들을 구원해주는 역활을 해온것이라 생각합니다.
헌데 요즘 흥하는 글들을 보면,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도입부의 주인공에 대한 배경설정으로 왕따피해자라던지 인생을 실패했던 사람이 회귀라던지 하는 식의 배경이 프롤로그 혹은 1화에서 잠깐 언급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해소하는 이야기가 약 15~20화정도 진행되죠. 여기 까지는 영웅의 성장 혹은 탄생입니다.
그리고 거기까지는 저도 재밌게 봅니다만, 그 이후 시작되는 주인공들의 행보는 영 거시기 하더군요. 이유인즉슨, 주인공들이 더 이상 영웅이나 해방자가 아닌, 영웅이야기의 전형적인 악역으로 밖에 안보여서입니다. 뭐 현실에서야 위대한 영웅이 타락한 독재자로 진화하는게 일반적이라지만, 소설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인다는건 으음...... 게다가 그런 주인공의 행동을 정당화 하는 서술들이 이어지는데 그게 별로 공감되지 않더군요.
갑질이라는것을 당해서 억울하던 주인공에게 힘이 생겼습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걸 되갚아주고 다른 사람들에게 갑질하는 악당이 되겠죠. 하지만 이야기의 주인공이라면 그 힘으로 갑질을 할 수 밖에 없는 사회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려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게 마땅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그 소설들의 주인공들은 아주 당당하게 갑질을 일삼더군요.
아무래도 가장 잘 나가는 소설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것 자체가 제가 이제 더 이상 다수의 취향과 맞지 않는 취향을 갖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지라 조금 거시기 하군요.
물론 현실에서 하지 못하는 것을 대신해서 푸는것으로 만족감을 느끼는것은 당연합니다만, 그 방향이 내가 이런 부당한 대우를 받는것은 잘못된 사회제도탓이야, 나는 사회제도가 공정하고 올바르고 정의롭게 바뀌는것에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어 라기 보다는 나도 남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고 싶어로 발현되는 것이라면 저런 주인공의 갑질들로 점철된 이야기에서 진짜 해방감과 대리만족을 느낀다는게 왠지 조금 무섭게 느껴지는군요.
음 새벽녘이라 감성이 폭발해서 꽤나 감성적인 글이 되긴 했습니다만, 이렇게 글로 제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문득 다음번에는 항거할 수 없는 무언가와 싸우는 초인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프리카의 난민들과 소말리아의 해적들, 굶어 죽어가는 수많은 아이들, 하지만 테러리스트의 핵미사일 발사를 막고 구멍난 배에서 사람을 구하는 것 밖에 하지 못하는 슈퍼맨의 아이러니. 그런데 적고 보니깐 제가 감당할만한 글이 아닐것 같네요. 그냥 다음 글은 저도 슈퍼파워로 갑질하는 회귀레이드물을 쓰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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