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누구든 소설을 쓰기전에 많은 생각을 해봅니다.
그 장르, 배경, 그리고 가장 중요한 주인공에 대해서요.
또 주인공에 대해서는 더더욱 많은 생각을 안해볼 수가 없습니다.
나이는 어떻고, 생긴건 어떻고, 가정환경은 어땠으며 성격은 어떠했는지 등등...
우리가 이렇게 갖은 애를 쓰는 이유는 주인공 자체가 소설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때문이겠죠.
이 글로서 제가 여러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제가 여주 소설을 써서 여주 소설은 안본다는 분들을 비난하고자 하는게 아니라, 그저 제가 겪었던 이상한 일을 이야기하고 싶어서요.
제 소설은 주인공 둘이 모두 여자입니다.
많은 소설이 남자 주인공인걸 감안할때(또 그만큼 여주도 있겠지만) 처음 이 소설을 구상하며 여자 주인공을 쓴다는건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인공이 남자고, 그 곁에 히로인이 한명 있으면 가장 이상적일 수도 있겠지만요.
저는 예전부터 조x라에서 보면서 그 흐름이라는걸 알았습니다.
대부분의 여주들은 로맨스나 눈요기를 담당하더군요.
그리고 능동적이지 못하고 이리저리 끌려다닙니다.
이런 여주들이 대부분인데, 여주가 주인공인 소설이라고 이야길 들으면 그 내용도 대충 짐작이 가기 마련입니다.
반면에 남자주인공들은 진취적이며, 용맹하고, 또- 허당일 수도 있지만 노력하고 난관을 격파하지요.
그리고 성별이 다를경우 감정이입이 잘 안된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주가 둘이나 되는 소설을 쓰는건 굉장히 어려운 선택이었습니다.
여주로서 얻는 이점도 있겠지만 그만큼 포기해야하는것도 컸거든요.
그런데 재미난 사실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제 소설에서 주인공은 여자지만 대놓고 여자라고 나오지 않았거든요.
간접적으로 여성임을 밝히는데 일부 독자들이 그걸 건너뛰고 읽다가, 30화쯤에서 대놓고 밝혀지자 하자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30화 이전까지 독자들은 무의식적으로 ‘조금 감수성이 많은 남자’ 인가보다- 라고 생각했나봅니다.
그렇게 잘 읽다가 여자인게 밝혀지자 갑자기 이제껏 잘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이입이 잘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그것에 대해 설문 내용을 볼까요.
제가 글을 엄청나게 잘써서 독자들이 여주든 남주든 빨려들게 하면 좋겠지만 그러질 못했습니다.
투표의 결과는 이렇습니다.
그냥 여자인걸 알고 떠나가던지, 처음부터 여자인게 좋았던지, 생각이 바뀌었던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참고 보는거지요.
다 도토리 키재기에요.
뭐가 특출나게 더 잘났다고 이야기 할 수도 없고, 뭐가 더 우월하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라는것은 살아온 것도 다르고 취향과 가치관이 다르기에 강요는 할 수 없습니다.
저 또한 이해가 안가는 장르도 있고, 또 일정 부분은 아예 손도 안대지요.
제가 이럴진데 내가 쓰는 소설이 여주라고 진리가 될 수는 없지요.
여주&남주 논란, 물론 중요한 문제지요.
그리고 30화까지 애매하게 등장한 성별문제를 담은 저의 소설을 보면서 뭔가 느끼는게 없으신가요.
그것이 3인칭 시점이든, 전지적 이든, 1인칭이든, 주인공은 독자의 눈과 귀가 되어 소설을 이끌어나가는데 성별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는거지요.
단순히 ‘여자’임을 밝혔을뿐인데 감정이입이 잘 안되는 것처럼요.
왜냐하면 그것은 여자라면 여자로서의, 남자라면 남자로서의 당연히, 응당 그래야할 선이 있어서 그렇다고 봅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주인공의 행보도 예상이 가기마련입니다.
내가 남자로서 살아왔다면 여자가 완전히 이해가 안되겠죠.
남자들은 여자로서 살아본 적이 없으니 이해가 안되는거에요.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요.
결국 그것은 누구도 강요할 수 없는 가치관과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글쎄... 내 말을 믿을지 안 믿을지는 모르겠군요. 그러나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나는 당신네들을 이해할 수가 없단 거였어요. 그저 이해하려고 노력할 뿐이지."
이들과 며칠을 지내면서, 나는 이들의 감정과 생활을 보았지만 여전히 괴리는 남아있단걸 알 수 있었다.
"아마 당신도 내가 이해가 안 될 거예요."]
-293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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