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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18 꿈의도서관
작성
13.10.13 00:02
조회
1,160

논란성 글은 쓰고 싶지 않지만... 

저도 즉흥작을 하나 쓰는 입장에서 그냥 지나갈 수 없는 의견들이 많네요.

메인 작품은 워낙 장편이라 나노 단위 계획 하에 쓰고 있습니다만, 
얼마 전 여러 가지 이유로 즉흥작을 하나 쓰기 시작했습니다. 

즉흥작이라지만 실은 오래 전부터 마음 속 어딘가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던 이야기이긴 했지요.
다만 서사 구조(플롯, 시놉, 완결)는 짜두지 않고 모티브와 컨셉에만 의존해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남들 보여주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소통 욕구는 있는 것이고, 꼭 골방 금고에 꽁꽁 싸매둘 필요는 없는 거니까요. 그러나 메인 연재가 아니라서 연재주기를 보장할 수 없기에, 또 혹시나 보는 사람이 생기면 묵시적 완결 보장 계약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없기에 ‘이 글은 즉흥소설입니다’ 라고 미리 간판을 걸어두었습니다. 자유 여행 하는 기분으로 어깨에 힘을 빼고 걷고 싶었거든요.

즉흥 연재라는 건 책임감 없는 태도다, 라는 의견까지는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이 글은 즉흥 연재입니다’라고 알리는 행위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네요.
오만이니 천재적으로 보이고 싶어서니 하는 것은 터무니 없는 억측이고, 오히려 대부분의 경우 그 반대겠죠. 소심한 면책 욕구. 조금 무책임해지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이면 연재를 하면 안 된다? 그런 태도로 글을 쓰면 안 된다?
글쎄요. 오늘도 작가의 사정으로 중단되는 수많은 연중작들이 모두 지름작은 아닙니다. 철저한 계획에도 끝까지 가지 못하고 넘어지는 길도 있고, 플롯은 있지만 표현이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작가 신변 상의 이유로 중단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계획된 모든 일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 것처럼, 계획되지 않은 일이라고 해서 이루어지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건축이라면 반드시 도면이 필요하겠지만, 조각이라면 에스키스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초대작인 경우 얘기가 달라지지만요... 

아마추어의 연재 심리는 항상 이중적입니다. 소통하고 싶은 욕구와 소통에 뒤따르는 책임에 대한 두려움. 
‘즉흥소설입니다’라는 말에는 그런 이중 심리의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므로 소통의 책임이 두려우면 혼자 일기장에 쓰라는 말은 맞지 않습니다. 
연중이나 리메이크 가능성을 상정하고 미리 면책하려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명시적으로 비난하거나 당위성을 논할 계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툭 터놓고 말해서 미리 위험성을 고지했으니 의심스러우면 안 읽으면 그만입니다. 아마추어 연재를 읽는 것은 투자에 가까운 행위입니다. 시간을 투자해 재미를 벌어들이는 행위. 건축물이라면 어떤 경우에도 무너지지 않을 것을 보장해야 하지만, 투자는 원금보장형이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바닥 없는 추락도 가능합니다. 단 연재중단의 경우 투자의 손실은 금전이 아니라 글을 읽는 데 소모한 시간과 감정적 공허함이겠지요. 그런데 사실 이 위험성은, 즉흥작에만 있는 게 아니라 모든 비계약 연재물에 공평하게 존재합니다. 




Comment ' 14

  • 작성자
    Lv.11 집파리
    작성일
    13.10.13 00:06
    No. 1

    저도 공감합니다. 아마추어를 프로의 눈높이로 칼질을 하네요.

    머가 잘났는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9 惡賭鬼
    작성일
    13.10.13 00:12
    No. 2

    저도 문제라고 봅니다만, 표현 수위는 좀 더 낮추시는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그로스메서
    작성일
    13.10.13 00:07
    No. 3

    공감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惡賭鬼
    작성일
    13.10.13 00:11
    No. 4

    맞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이설理雪
    작성일
    13.10.13 00:23
    No. 5

    그런 이중심리가 있었군요. 진짜로 몰랐어요. 저는 언제나 설정잡고 기승전결 잡고 플롯짜는 등 기본작업을 마친 후에 집필하는 게 가능했으니깐요. 즉, 저는 아무것도 없이 작품 집필을 한 적이 없어서요. 그게 작가로서의 기본이라고 알고 있었고 또 그리 믿고 있었으니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정시연
    작성일
    13.10.13 00:24
    No. 6

    본인이 그런다고 해서 그게 모든 사람한테 적용이 되는 건 아닙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1 집파리
    작성일
    13.10.13 00:24
    No. 7

    그건 프로구요. .. 거참.. 계속 수위를 높여 말을 해야 이해하실려나.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1 집파리
    작성일
    13.10.13 00:26
    No. 8

    저 밑에 어느분이 건축을 예를 드셨는데.. 그대로 애기해보겠습니다.

    과연 과거 초가집이 설계도면이 존재한 건축물입니까?. 아니면 그냥 맨땅에 해딩하면서 지은 건축물입니까? 왜 모든 건축물이 설계도면이 존재 할꺼라 단정을 짓고 애기하는건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꿈의도서관
    작성일
    13.10.13 00:33
    No. 9

    저는 반반인 것 같아요. 어떤 글은 철저하게 계획이 서야 써지고, 어떤 글은 모티브나 이미지를 굴리고 굴려서 나아갑니다.
    장르의 문제인지 글을 쓸 때 심리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0 부정
    작성일
    13.10.13 00:41
    No. 10

    작곡도 비슷하지요. 한 두마디의 모티브만으로 시작할 때도 있고 철저히 이론을 바탕으로 시작될 때도 있고요. 단지 최선을 다할 뿐 방법은 아무런 상관 없다고 봅니다. 어느 코스로 가던 정상만 가면 되니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0 부정
    작성일
    13.10.13 00:32
    No. 11

    공감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8 꿈의도서관
    작성일
    13.10.13 00:46
    No. 12

    첨언하자면, 즉흥작이라도 안정적/성공적일 수 있는 경우가 몇 가지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것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지만...

    1. 작가가 습작 경험(완결 경험)이 많아 소설의 서사 구조가 깊이 내면화된 경우. 무의식적으로 작품의 나아갈 방향을 설정해 두고 있다.
    2. 옴니버스 형식이거나 단편 연작 형식인 경우. 플롯 구조 자체가 완결형이 아니라 느슨한 확장형.
    3. 관습적인 서사 구조나 기존에 존재하는 이야기 모티브를 차용하는 경우.
    4. 캐릭터가 분명한 원탑 주인공이 뚜렷한 목표를 추구하는 경우
    5. 글의 신이 내린 경우.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김연우
    작성일
    13.10.13 01:11
    No. 13

    공감합니다.
    즉흥소설라는 것을 미리 알고 볼 때 얻을 수 있는 어떤 독특한 느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피아노 즉흥곡을 들을 때, 그것이 즉흥곡인지 아닌지를 미리 아는 것에 차이가 있는 것처럼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no*****
    작성일
    13.10.13 04:45
    No. 14

    요즘 같은 아마추어리즘 하고 되는대로 이것저것 막질러서 하나만 걸리면 장땡 !이 구별 안가는 상황이면 쓰던 글들의 공개 여부는 신중하게 생각 하는게 당연 한것 같은데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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