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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2 로니툰
작성
12.07.06 17:09
조회
1,198

별 재미는 없습니다.

동생 죽은 후로 1주일 내내 침울해져 있었습니다.

동생 화장하고 난 다음에 바로 동아리 캠프를 갔다왔죠.

저는 가기 싫었는데 부모님이 억지로 보내셨습니다. 하기야 집 구석에서 세 사람이 우울하게 박혀 있어봐야 더 우울해질 뿐이니까...

부모님도 동생 흔적들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고요.

아무튼 그렇게 이번 주 월요일까지 캠프에 있다가 돌아왔습니다.

돌아와서 집구석 정리하다가 바로 어제야 교육봉사 애들이 생각났죠.

동생 죽은 그 날이 바로 교육봉사 마지막 날이었는데, 동생 사고 때문에 그냥 마지막날을 휭 날려버렸거든요.

그래서 애들한테 전화를 돌렸죠. 방학 되기 전에 한 번 만나서 못 다한 뒤풀이를 하자고.

애들이야 공짜 밥 먹여준다니까 아주 좋아서 날뛰더군요. 전화상으로도 폴짝폴짝 뛰는 게 느껴질 정도. -_- 썩을 녀석들....

그러다가 저를 졸졸 쫓아다니던 녀석도 한 번 불러야 하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안 부르자니 인연이 너무 각별-_-하고, 부르자니 또 무슨 곤욕을 치를지 모르겠고...

저번에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너무 쌀쌀맞게 대하고 돌아선 것 같아서 마음이 좀 걸리더군요.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어제 저녁에 전화를 때려봤는데...

....이 자식이 전화를 받지도 않고 끊어버리대요?

바빠서 못 받았나, 싶어서 다시 걸어보니까

....또 끊어버립디다. -_-

그래서,

'야, 임마. 너 뭐여! 왜 내 전화 무시해!' 이런 메시지랑,

'이 좌식, 내일 두고 보자!' 이런 메시지를 보냈죠.

....문자 메시지도 씹더군요.

아예 내 번호를 통째로 수신거부 한 게 아닌가? 싶어서 부아가 치밀더군요.

그래서 오늘 봉사확인증을 제출하러 그 중학교에 갔습니다.

가서 서류 제출 다 마친 다음에, 애들 기말고사 시험 시간 끝날 때까지 정문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면서 대기를 탔죠.

웬 험상궂게 생긴 놈이 중학교 앞을 어슬렁거리니까 지나가던 선생님들이 겉으로는 웃으면서 "무슨 일로 오셨어요?" 하고 물으시지만 속으로는 '써글 생긴 것도 엿 같이 생긴 애가 왜 얼쩡거려?' 하는 게 티 팍팍 나는 얼굴로 물어보시더군요.

대충 교육봉사자인데 멘티 학생 기다린다고 둘러댔죠. -_-

뭐...걔가 제 멘티는 아니지만 어쨌든 100% 거짓말은 아니니까!

아무튼 시험 시간 끝나자마자 그 녀석이랑 같은 반인, 제가 가르쳤던 학생에게 전화를 넣어서 교무실 앞으로 나오게끔 하라고 시켰죠. 예.

그렇게 걔 기다리고 있는데 웬 머리 벗어진 선생님이 지나가다가 또 저더러 묻더군요.

누구 기다리느냐고 하기에 1학년 학생 기다린다고 하고, 그 학생 이름이 뭐냐기에 그 녀석이 이름을 대답해줬죠. 그랬더니 마침 그 녀석이 친구들이랑 같이 딱! 나타나더군요.

머리 벗어진 선생님이 걔더러,

“이 분이 네 멘토 선생님이야? 너 멘토링해?”

하고 물으시니까 그 녀석이

“아뇨. -_-”

-_- 이런 XXX!!!

아, 물론 제가 걔 멘토 선생님도 아니고 멘토링해주지도 않지만....

거기서 그렇게 대답해야겠냐!!

그 녀석은 천연덕스럽게 제 시선을 피하면서 그 대머리 선생님한테 수학 왜 이렇게 어렵게 냈냐고 징징거리기만 하더군요. 아놔, 썩을 녀석. 내가 지금 난처한 상황에 빠진 거 안 보이냐. -_-

아무튼 저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는 그 대머리 선생님한테 ‘우리 반 학생은 아니지만요! 저를 막 쫓아다니면서 괴롭힌... 엉엉 ㅜㅜ’ 등등 온갖 변명을 해서 어찌어찌 보내고...

그 녀석 멱살을 부여잡고 탈탈탈 털고 싶은 것을 참으면서 목소리를 높여서 있는 대로 갈구었죠.

“네 녀석이 두 가지 면에서 네가 나한테 혼날 게 있다.”

“뭔데?”

“이 자식이 끝까지 반말이야.. -_-”

“아오 친구들 앞에서 욕할 수도 없고...”

“내가 할 말이다, 이 자식아아아!”

그래서 전화 통화 안 받은 것, 그리고 제 카톡 친구 목록에 뜬 아이디가 자기 것이 아니라고 옛날에 구라쳤던 것을 열라게 갈구어댔습니다.

걔가 제 번호를 갖고 있어서 제 카톡 목록에 웬 이상한 닉네임이 떴거든요. 애니 덕후 냄새가 풀풀 풍기는... 그래서 몇 주 전에 걔한테 ‘이 카톡 아이디 혹시 네 거냐?’ 하고 물어보니까 아니라고 그 녀석이 바득바득 우겼는데... 어제 그 녀석 친구한테 얻은 그 녀석의 전화번호를 연락처에 넣으니까 바로 그 녀석의 카톡 아이디라고 대놓고 알려주는 착한 카톡 시스템. ^^

“너! 너! 내 전화 통화 왜 씹었어! 문자 메시지도 왜 씹었어!!”

“바쁘니까. ^^”

“바쁘긴 개뿔이 바빠! 네가 무슨 대학생이냐!! 고작 중학생 기말고사 치르면서 뭐가 바빠!”

“친구랑 얘기하는데 짜증나게 전화 오잖아.”

“야, 이 썩을아! 그래서 아예 수신거부를 때려놓냐?”

“나 수신거부한 적 없는데? ㅇㅅㅇ 왜 혼자 피해망상?”

“그럼 왜 전화가 받지도 않고 끊어지는데!”

“내가 그냥 끊음. ㅇㅇ”

“더 나쁘잖아아!!!! 그리고 이 덕후 냄새 풀풀 풍기는 카톡 아이디가 네 것이렷다!”

“-_- 남이 애니메이션 좋아하면 좋아했지 덕후 타령하고 난리야. 인권침해로 고소할까부다.”

“시끄러! 무슨 얼어죽을 인권침해야!”

이딴 쓸데없는 대화를 나누었죠.

그 녀석 친구들은 안절부절못하면서 옆에서 지켜보고...

그러다가 그 녀석이 갑자기 물어보는데...

“근데 나 왜 불렀어?”

“엉?”

할 말이 없더군요.

원래 목적은 다른 애들 다 뒤풀이 부르는데, 너는 우리 반 아니지만 안 부르기가 뭣해서 부를 거라고 말해주려고 온 것이었거든요?

근데 막상 화 낼 거 다 내고 나니까 걔한테 호의를 베푸는 듯한 말을 하기가 참 어색한 상황이 되어버렸지 뭡니까. -_-

“아, 그게 원래 서류 제출하러 왔늗네 허ㅗ비험리ㅏ엄림ㄹㅁ”

“서류 제출하러 왔으면 서류만 제출하구 가면 되지? 나는 왜 불렀어?”

“아 그러니까 허비흐카음니ㅤㅏㅇ르ㅤㅏㄴㄹ햐...

아! 그냥!! 우리 반 뒤풀이하려는데! 너 안 부르기가 뭣해서! 부르려고 한다!! 그래서 시간 언 제 되냐고!! (엄청 웅얼거리는 소리 섞어서 말함.)“

“아,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듣겠어. 나중에 문자로 말하라고.”

“...-_- 문자 보내면 확인하기나 할 거냐.”

“ㅇㅇ 이번에는 함.”

“...-_- 진짜? 전화도 받을 거임?”

“ㅇㅇ 받는다고.”

뭐 비도 오고 걔 친구들도 빨리 집에 가고 싶어할 테니, 그냥 보냈습니다.

지가 잘 받겠다는데...믿어줘야죠. -_-

그래서 뒤이어 일 마치고 3시간쯤 지난 뒤에 집에 와서 전화를 때려봤는데... 의외로 순순히 잘 받더군요? 진짜로?

“누구세요?”

“나다. 포룬탁 선생. -_-”

“아는데.”

“....젠장. 토요일에 시간 되냐?”

“토요일? 음~ 토요일은 안 되는데~. 친구 생일 있어서~ 일요일은 되는데...”

“근데 일요일은 내가 일이 있음. -_- 다른 애들 시간까지 조율해야 하니까...시간 맞춰지면 연락하마.”

이러고 끊었습니다.

....목소리가 신났더군요.

아주 제가 밥 사준다니까 좋은가 봅니다. -_- 젠장.

처음에 전화 걸 때는 두 번이나 씹더니 이번에는 바로 받는데다가 전화 받을 때부터 목소리가 들떠 있었음... 썩을 녀석...

아무튼 이번은 이걸로 끝!

뭐, ‘선생님 좋아해요~ 가지 마세요~’ 댓글 썼던 분들 다 버로우하세요.

저 좋아하는 애가 제 전화 씹고 그러겠습니까?

다음 주에는 제가 운전면허 학원 때문에 통째로 못 만나니까, 다다음 주나 기다리세요!

이번에는 이걸로 끝이에요, 끝!


Comment ' 13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07.06 17:13
    No. 1

    오오 츤츤... 슬슬 자작같아요! 라는 말을 하고는 싶은데 이게 현실이라면 흠좀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묘로링
    작성일
    12.07.06 17:13
    No. 2

    어쨌든 어느정도 포룬탁님 기운차린거 보니 안심이 되네요.
    누구나 그렇듯 포룬탁님도 행복한 일이 계속 되길 바랍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6 점소이99
    작성일
    12.07.06 17:14
    No. 3

    튕기기는...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관측
    작성일
    12.07.06 17:17
    No. 4

    재밌는 소설 계속 연재해주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3 화린양
    작성일
    12.07.06 17:24
    No. 5

    동생분 일때문에 힘드시다면 굳이 이런 글 안남기셔도 됩니다...;
    여중생 이야기보다는 가족을 잃은 슬픔을 극복하시는게 중요하니까요.

    저도 어릴적에 오빠를 잃어서, 그 상처 치유하는데만 온가족이 5년 넘게 방황했거든요. 10년이 넘은 지금도 가족들과 친인척 사이에서 오빠에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는것 자체가 금기시 될 정도니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07.06 17:25
    No. 6

    슬슬 남주도 자신의 마음을 깨달아가나요... 있을 때는 너무도 귀찮고 싫었지만 막상 없어지니 허전하고... 결국 자기도 모르게 부르게 되는 것인가 ㅋㅋㅋ 여기서 무의식중에 발현된 진짜 목적의 암시가 드러나고... 그리고 거절당하니 멘붕! 그는 자신도 모른채로 여주에게 점점 더 빠져드는군요.
    그리고 여주 역시 마찬가지군요. 마지막 날 아무런 말도 없이 빠져버린게 괘씸해서 씹어주고! 그 후 재회했을 때도 특유의 사가지없는 말투로 남주를 농락하고... 하지만 남주가 자신을 부른다는 것에 들뜨는 것을 보니 숨길수 없는 풋풋함이 묻어나는 매력있는 캐릭터군요.
    카톡이라는 소재로 남주에대한 마음과, 하지만 그것을 겉으로 표출할 수 럾게 만드는 부끄러움을 암시하네요

    결론은, 포룬탁님 도둑!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이설理雪
    작성일
    12.07.06 17:33
    No. 7

    도둑이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마아카로니
    작성일
    12.07.06 17:59
    No. 8
  • 작성자
    Lv.41 여유롭다
    작성일
    12.07.06 18:00
    No. 9

    도둑이네요 스틸러~~
    여중생의 마음을 스틸하다니..이건 범죄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1 여유롭다
    작성일
    12.07.06 18:07
    No. 10

    그런데 동생분일은 방금알았습니다.
    정말 슬프네요..
    저도 친동생이 있어서
    평소에 속을 썩이지만..
    제가 포룬탁님과 같은 일을겪으면 얼마나 슬플지
    상상이 되질 않습니다..
    힘내시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07.06 18:20
    No. 11

    근데 님들 그런 일을 계속 들춰내는건 더 안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1 여유롭다
    작성일
    12.07.06 18:57
    No. 12

    패러디님 우리가 들춰낸게 아니라 본문에 쓰여있길래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 론도벨
    작성일
    12.07.07 22:39
    No. 13

    아픈마음을 추스리고 독자들을 위해 글을 써주신 포룬탁님꼐 박수를.
    그래도 아직 이야기가 끝이 안났으니 마무리는 확실히 부탁합니다.
    식사시간엔 무슨 이벤트가 발생할까.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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