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정담은 정치글 금지였지 않났나 해서 지웠다가...밑글보면 아녔나 해서 다시 올려요 ㄷ...
에르나힘님 들에 덧글로도 달았지만 본 글로도 올려 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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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캐나다 산 소를 수입하지 않는 것= 위험 애초에 안고 간 농민들 억지로 수입 보전하는 정책"
이 등식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들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한 쪽에서는 등식을 당연한 전제로 보시고 계시면서 그 사이의 관계에 대해 풀어서 설명하지 않으시고, 다른 한 쪽은 그 설명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불평만 하실 뿐, 이해하려 하지 않으니 논의는 평행선을 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등식이 어떤 백그라운드에서 나온 것인지 이해를 해야 비로소 그 당부당을 가릴 수 있을 듯 합니다.
자유무역과 무역장벽 철폐는 세계적인 기조입니다. WTO 창설 이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수많은 FTA 들이 통과되면서 지금 이 시점에서 보호무역주의는 여러 차례 지적되어 온 국제관계의 "악"입니다. 이 흐름에 역행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반대급부를 가져옵니다. 미시적으로 보면, 우리가 캐나다산 소를 수입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캐나다에서도 우리나라에 뭔가 그에 필적하는 한 방을 먹일것이란 말입니다. 때문에 캐나다 소를 수입하는 것이 문제를 일으킨다면, 수입하지 않는 것 역시 그에 필적하는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주지하고 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시점에서 두 가지 종류의 질문들을 고려해야합니다.
1) 캐나다 산 소를 수입하지 않음으로서 생기는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며, 세계적 무역 기조에 어긋나는 보호주의적인 정책을 써야 할 정도로 축산농민들의 위기가 심각한가? 심각하다면, 캐나다 산 소를 수입했을 때 그들이 보편타당하고 국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하는 삶의 권리를 박탈당할 정도로 심각한가?
2) 이런 심각한 위기가 닥쳐온 것은 시장의 역학에 의한 어쩔 수 없는 결과였는가? 아니면 개인적인 이윤추구를 앞세워 무대책스럽게 공급을 늘린 업계의 책임도 일부 존재하는가? 만약 업계의 책임이 존재한다면, 국민의 법 감정과 대한민국의 사법체계가 쌓아온 "한국의 정의의 원칙"에 입각하여 정부가 그들을 보호할 의무를 더 이상 갖지 않을 정도로 "문제의 심각성"을 스스로 키운 바가 있는가? 그렇다면 스스로 키운 문제에 대해서 국가가 축산업자를 제외한 전 국민의 이익을 손해보며 축산업자들의 이익을 보전하는 것이 공평한 일인가?
보시면 알겠지만, 수입 반대하시는 분들은 열심히 질문 1만 파고 있고, 찬성하시는 분들은 그와 반대로 질문 2를 파고 계십니다. 두 가지를 다 생각해 보아야지요. 현 사태요? 물론 심각합니다. 소값이 똥값이 되서 더 공급이 늘면 어떻게 될 지 모릅니다. 하지만 캐나다 산 소 수입이 기본적 생계유지를 위협할 정도인가요? 잘 모르겠습니다...살케즘이 아니라 정말 이 부분은 경제학적으로 이견이 많이 있을 수 있는 "전망"의 영역입니다...
수입 찬성하시는 분들의 논리가 쉽사리 파악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복잡합니다.! 복잡해요. 반대하시는 분들이 논리가 간단하게 "필요"와 "현실"에 입각한 정의를 요구하고 있다면, 찬성하시는 분들의 논리는 좀 더 철학적이고...덕성virtue에 입각한 주장입니다.
라틴어로 "volenti non fit iniuria"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발적으로 뛰어든 위험에 대해서는 손해가 없다," 즉 본인이 알면서 위험을 감수했을 경우에는, 그에 대한 손해의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할 수 없다는 아주 오래된 법언입니다. 우리 법에 여러가지로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지요.
찬성하시는 분들의 주장은, (만약 무분별한 공급확대로 축산업자들이 자신들의 위험을 자초한 것이 확인된다면) 이들의 현재 위협은 그들이 자초한 것이기 때문에, 국가가 그들의 위험을 돌봐주느라고 국가 전체의 위험을 감수하게 되는 것은 다른 국민에 대해서 공평하지 못하다는 겁니다.
이런 복잡한 주장을, 단지 "사서하는 고생을 소값 보전해주는 건 말도 안되" 라고 하시니 여러 분들께서 "소값 보전"이 어디서 나온 헛소리냐? 라고 물으시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만, 찬성 측 논리에서 보면, "소값보전"이라는 것도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단지, 캐나다 소 수입이 축산농가를 먼지더미롤 만들어버릴 것이라는 반대측 논리 만큼이나, 찬성 측도 현 위험이 축산 농민들이 자초한 일이라는 논리를 증명하는 것이 어렵겠지요.
비슷하면서도 다른 케이스는 미국의 금융시장이 있겠는데요...아시다시피 그 쪽이 무분별하게 헛짓을 하다가 싹 말아먹고 정부에 손을 내밀게 됬습니다. 이 케이스랑 똑 같이 책임론과 국민 세금을 무능한 자들에게 쓰게 되는 데 대한 공평논쟁이 있었지요. 결국 베일아웃을 하게 된 것은 당장의 공평 보다도 이들이 쓰러졌을 때 국민들이 입게 될 더 큰 피해가 너무나 막심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이들이 베일아웃된 돈을 갖고 보너스 잔치를 했을 때 정치권에서 단호한 대처를 한 것은 그 시점에서 더 이상 공평문제를 좌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결국 이 쟁점은 두 가지 가치의 충돌로 볼 수 있습니다. (축산 농민의) 생존권, 그리고 평등. 결국 중요한 것은 1) 정말로 캐나다 소를 수입하면 기본권이 박탈될 정도인지 2) 정말로 농민들이 정부로 부터 보호받을 권리르 상실할 정도로 이익에 눈이 멀어 무분별하게 시장규모를 키웠는지. 이 두 가지를 사실에 입각하여 정치하게 증명하는 것이 토론의 포인트가 되야될 텐데 죽어라고 평행선을 달리시고 계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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