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지끈거리고 몸이 이러니 글도 손에 잡히지가 않네요. 그렇다고 안 쓰다가는 나태해질 것 같고 말이죠.
맨 처음 썼던 것이 어느 순간 진지함이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판타지를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도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차원에서 그 흔한 드래곤이나 오크도 넣지 않았는데,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할까요? 그렇다고 3권 초입부분까지 전부 싹 갈아 엎자니 엄두가 안 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두 번째로 쓰고 있는 것이 오히려 더 묵직합니다. 하지만 현대물이라 그런지 약이라도 한 술 자신 것 같은 상상력에 제한을 받고 있는 듯한 기분도 들고, 무엇보다 처음 장르 소설을 접하는 사람들에겐 이쪽이 더 나을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해서 첫 작품을 내팽개쳐둘 수도 없는 노릇이죠.
마치 원뿔 모양의 탑을 쌓는 것처럼 어느 순간엔가 점점 폭이 좁아지고 위태위태해지는 그런 상황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두 작품 다 내팽개치긴 싫고, 갈아 엎기는 또 까마득하고, 두 번째만 쓰기엔 그간 첫 번째를 봐주신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 일단 쓰긴 써야겠는데. 아무튼 고민입니다.
사실 그간 글을 쓰지 못했던 이유가 몸 상태도 그렇고 여러 일도 있어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이런 고민 때문에 더 망설여졌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과감한 갈아 엎기? 아슬아슬 무너져가는 두 건물을 조금씩이나마 동시에 지탱하기? 한 건물을 아예 무너뜨리기? 남들은 소재가 떠오르지 않는다고, 필력이 걱정된다고 하는데. 저는 이런 고민이나 하고 앉았으니 조금 우습기도 합니다.
아무튼 힘드네요.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할지...
Commen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