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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단편 하나 써봤음 ㅋ

작성자
Lv.1 감탄
작성
12.01.08 00:03
조회
382

원래 쓰고 있는 소설의 프리퀼 같은걸로 해보려 했는데 똥망. 마무리는 더 똥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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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느 때와 같은 날이었다. 하늘은 높았고 바람은 선선했으며 태양은 부드러운 손길을 뻗어왔다. 그리고...

"저게 뭐야...?"

세현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밝게 빛나는 태양, 간간히 보이는 구름 이외에 아무것도 없어야 할 하늘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었다.

혜성...

긴 꼬리를 드리우며 땅을 향해, 더러는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그것은 언젠가 보았던 혜성을 닮아 있었다.

"말도 안돼...."

그리고 세현의 입술을 비집고 떨리는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지금 상황이 몹시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이건 있을 수 없는 광경이다. 그래. 분명 어딘가에서 영화를 찍고 있음이 틀림없다.

콰콰콰콰쾅!!!!!

그리고 귀를 먹먹하게 하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곧이어 불어닥친 충격파.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거세게 부는 바람을 견디던 세현이 마지막으로 본 광경은.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불의 파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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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하아.... 하아...."

갑작스레 깨어난 세현은 눈이 몹시 부시다는 것을 깨달았다. 차마 눈을 뜨지 못한채로 그는 이상하게 숨쉬기 어려운 공기를 들이마셨다.

"하아... 콜록 콜록!!"

한껏 벌린 입으로 흙, 먼지 그 무엇이라고 불러도 될만한 텁텁한 가루가 쏟아져 들어왔다. 세현의 몸은 그 반사작용으로 기침을 했고 그것은 필연적으로 산소의 결핍. 즉 숨이 찬다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부족한 산소를 보충하기 위해 입을 벌리면 다시금 그 먼지 비슷한 것이 입을 통해 폐로 침투했다.

"콜록 콜록! 켁켁...!!"

숨을 쉬고 기침하고, 숨을 쉬고 기침하고, 숨을 쉬고 기침하고. 그러기를 한참여. 마침내 세현은 그 지옥같은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크으...."

앓는 듯한 신음소리를 내며 세현은 턱 밑으로 줄줄 흐르는 침을 훔쳐냈다. 그리고 마침내 빨갛게 물든 눈꺼풀을 들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아아...."

꿈인가? 세현은 순간적으로 생각했다. 성경에서나 나오는 게헨나. 불의 지옥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시뻘겋게 타오르는 화염은 불에 탈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일반적으로는 탈 수 없는 것까지 태우고 있었다. 불이 붙어 있는 돌 조각이라니. 언제 상상이나 했겠는가.

기름 먹인 횃불처럼 활활 불타오르고 있는 돌 조각 뒤로는 부서져버린 건물의 잔해에서 먼지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게 방금 전 호흡을 방해했던 장본인인 모양이었다.

꿈이라기엔 지나치게 생생한, 그러나 현실이라기엔 터무니없는 광경과 맞닥드린 세현은 꿈에서 깨어나기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

그러나 뭔가 이상했다. 손가락으로 볼을 꼬집으려던 세현은 그 이상하리만큼 불길한 위화감을 확인하기 위해 손을 들어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한 순간. 그는 비명을 질렀다.

"이에 무어아!!"

세현의 손. 아니 이제 손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그 살덩어리는 더운 여름철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 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손가락이라고는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손을 보며 그는 잘 나오지 않는 비명을 질렀다.

"우우...."

두려웠다. 미치도록 두려웠다. 아니지? 설마 이게 진짜일리 없어. 꿈이다. 이제껏 꾸었던 그 무엇보다 생생하고 지독한 꿈이다. 그러나 그 때 다시 기침이 나오기 시작했다.

"쿨럭 쿨럭!!"

비명을 지른 댓가 치고는 지나치게 가혹한 기침을 하며 세현은 이게 어찌된 영문인지 떠올리려 애썼다.

모든 것은 평소와 같았다. 오늘도 어김없이 야간 아르바이트를 마친 세현은 감겨오는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올리며 귀가하는 도중이었다.

전혀 이상할 것이라고는 없는 일상에 끼어든 것은 혜성. 아니... TV에서나 보곤 했던 미사일이었다.

핵 전쟁이라니. 그런게 실제로 일어날리 없잖아?

세현은 자신이 아까 보았던 것을 확인하기라도 하듯 다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러나 붉게 물든 하늘에는 시뻘건 화염만에 혀를 날름 거릴 뿐. 그의 의문을 풀어줄만한 것은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

어느 순간부터 기침이 나오지 않았다. 세현에게는 무척 반가운 일이었지만 곧 숨도 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의식적으로 목에 손을 가져가려던 세현은 이내 그럴 필요도, 그럴 수도 없음을 깨달았다.

콘크리트가 불타버릴만큼의 열기다. 피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이 버틸 수 있을리가 없지.

의식이 점차 멀어져 갔다. 잠이든 것과는 또 다른, 점점 어두워져가는 영화의 스크린을 보는 것 같은 감각이 세현의 뇌리에 새겨졌다.

----------------------------

"......"

세현은 타오르는 하늘을 보고 있었다.

"......"

또한 갈기 갈기 찢겨진 대지를 보고 있었다.

도무지 있을 수도,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세현은 살아 있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존재하고 있었다. 살았다느니 죽었다느니 하는 것은 육체를 가진 자에게 통용 되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 뿐이었다.

세현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도무지 사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불을 끄는 것도, 한때 인간이었을 무언가의 유체를 수습하는 것도, 최초의 폭발에서 살아난. 그러나 죽는 것만도 못한 처지로 신음하고 있는 생존자를 구하는 것도 할 수 있었다.

그저 보고 있을 뿐.

무엇이든 볼 수는 있으나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게 세현이 처한 현실이었다.

그리고 세현이 본 세계는 말 그대로 지상 지옥이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갑작스레 일어난 핵 전쟁의 여파로 지구는 완전히 파괴되어 버렸다.

하늘은 불타고 바다는 끓어올랐으며 지상은 폐허가 되었다. 완벽한 몰락. 철저한 파멸. 인류는 자신의 별을, 미래를 스스로의 손으로 파괴해버렸다.

그 중에서도 한국의 경우는 특히 비참했다. 가장 피해가 심했던 북한의 바로 밑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큼지막하게 파인 크레이터에서 쉴새없이 폭발이 일어났다. 용암이 터져나오는 모양새가 마치 폐병에 걸린 사람이 기침을 하며 피를 쏟아내는 것 같았다.

'대체 어떻게 된거지...?'

세현은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을 거듭해도 지금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핵 전쟁이 일어난 것? 좋아. 납득은 되지 않지만 가능성은 있었다. 지구가 죽음의 별이 되어버린 것? 마찬가지로 제로에 가깝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나 자신이 죽지않고 살아... 아니, 존재하고 있다는 것? 이게 당최 가능하긴 한 것인가? 영혼의 존재를 믿고 있던 세현에게도 이런 상황은 무척 당황스러웠다.

자신은 분명히 죽었다. 시체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녹아버렸다. 그런데 어째서 세계를 인식할 수 있는 것인가? 그것도 인간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신... 정말로 신이 있다면 이럴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질적으로 변해버린 고향의 풍경을, 용암의 계곡으로 변해버린 한국의 모습을, 타오르는 구체가 되어버린 지구의 광경을. 심지어는 뜨겁게 달아오른 땅가죽 아래 요동치는 마그마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전혀 달갑지 않았다. 아직 죽어버린 것을 순순히 납득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이건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죽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이건 결코 살아있다고 할 수는 없는 상태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대체 왜? 뭘 얼마나 잘못했길래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가? 죽은 것도 억울한데 왜 이 끔찍한 광경을 계속 봐야 하는가?

그러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세현의 분노는 바다에 던져진 돌맹이 마냥으로 덧없이 흩어져 버렸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1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고, 100년이 지나고, 도저히 헤아릴 수 조차 없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때. 겨우 영원이 타오를 것만 같은 불이 꺼졌다.

다시 시간이 흘렀다. 언제나 붉게 물들어 있던 하늘에 약간의 푸르름이 돌아왔다.

시간이 흘렀다. 부글부글 끓던 바다에서 더 이상 거품이 일어나지 않았다.

시간이 흘렀다. 흘러넘치던 용암은 굳어 바위가 되었다.

시간이 흘렀다. 시간이 흘렀다.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마침내 생명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단세포 정도로 단순했던 생물은 순식간에 플랑크톤, 물고기, 식물 등으로 발달했다.

뭍에 올라온 물고기는 곧 다리를 갖게 되었으며 점점 덩치를 키워나갔다. 그러나 이변이 일어났다.

무정하게 날아드는 거대 운석을 보며 세현은 발을 동동 굴렀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간신히 번성하던 생명체는 대부분 멸절되고 말았다.

하지만 끝난 것은 아니었다. 운석이 일으킨 구름에 의해 냉각된 지구에는 추위를 견디기 위한 털을 가진 생명체가 번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현이 어렴풋하게 기억하고 있는 형태의 생명체도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특히 세현의 눈길을 끈 것은 가장 최근에 나타난 형태의 생명체였다.

온난해진 기후에 적응하여 거의 털이 없는 그들은 곧 무섭도록 번성했다. 불을 발견한 이후 그 속도는 더욱 더 가속화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 뿐이었다. 전 세계를 다 덮을 만큼 번영했던 그들은 눈 깜짝 하는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다시금 불타는 지구를 남긴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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