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하다 싶으면 한 건 씩 문피아에서 표절 논쟁이 붙습니다. 그 진위야 그렇다 치더라도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이런 논란이 자주 발생하는 것 조차 마땅치 않기는 합니다. 흔히 '쉽게 쓰여진 글'이란 말로 매도되는 장르 소설을 보호할 구실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표절 논쟁을 제 삼자 입장에서 지켜보고 있자면 '문피아의 그것'은 참으로 이상하기 짝이 없습니다. 보통 표절이라는 문제로 분란이 생기면 동종업에 종사하는 작가 및 출판사들의 공격이 매섭습니다.(해당 작가와 출판사는 제외겠지만) 위에서 말한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동종업에 대한 가치 하락을 초래하기 때문에 스스로들 그러한 기준을 명확히 세우기 마련입니다. 때때로 그 기준이 법적인 장치보다 엄격히 적용되는 분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헌데 이 곳 문피아에선 독자들만의 논쟁에 그치고 맙니다. 간간히 해당 작가의 변론이 남기도 하지만, 대체로 침묵에 그치는데다가 다른 작가들의 논의는 보이지 않습니다.(거의 전무하다 시피) 제 삼자의 일이니 무관심한 것인지, 침묵의 항의인지 알 수 없지만 양자 모두 바람직한 일이라고 보이진 않습니다. 어떤 암묵적인 합의에 의한 침묵이라면(단순 짐작일 뿐 사실무근입니다) 따질 가치조차 없는 문제입니다. 또 출판사의 태도도 그러합니다. 적어도 공지를 통해서만 출판사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그 어떠한 반응을 보기란 매우 힘들기 그지 없습니다. 도저히 감당히 힘들때에나 관련사만 땜방식 조치를 취할 뿐 그 근본적인 태도는 다를바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문피아 운영진으로 대표될만한 '작가'들이 그러한 논란에 언급할 가치조차 못 느낄 정도로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있느냐하면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아래는 한문협의 관련 입장 링크입니다.
http://kovel.or.kr/bbs/zboard.php?id=oper_notice&no=21
줄여 요약하자면 누구나 봐서 표절로 의심되는 경우나 법적인 하자가 없다면 용인하겠다란 수준에 지나지 않습니다. 법규정이 모호하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 모호한 법에 조차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한 법보다 명확하고 엄격한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같은 표절이라는 결과를 낼지라도 법에 걸려서 표절이라는 것과 자체 자정으로 인한 표절이라는 것과는 양상자체가 다르게 나타날 것이란 것은 어렵지 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위법의 경계에서 외줄타기 하는 것과 합법의 경계에서 외줄타기하는 것의 결과 중 어떤 것이 더 위법이 많을지는 누구나 알겠죠. 그럼에도 이러하다는 것은 한문협 스스로 표절, 패러디 및 오마쥬 등에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를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제지를 하지 않아도 어차피 법이 할 텐데 그들이 왈가왈부 할 이유 자체가 없는거죠.
원초적인 문제가 한문협으로 대변되는 작가들이 가진 힘의 부재에 있겠지만, 냉혹하게도 그 힘은 스스로 갖출 수 밖에 없다는 것이겠죠. 그 힘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할 사안을 등안시 한다면 그 힘이 스스로 갖추어질 수 있을지조차 의문입니다.
표절에 대해서는 지금 독자들의 반응보다 더 격렬하게 작가는 분노하고 행동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진정 밥그릇 지키는 게 아닐까란 생각도 들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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