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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카드영업분투기

작성자
글꽝
작성
09.12.11 22:21
조회
201

그렇게 2주일간 샤워는 커녕 발도 씻지도 못한 채, 서울시내를 돌아다녔다. 당연히 씻지를 못했으니... 내 발은 그렇게 공포(?)가 되어갔다.

더군다나 나는 원래 체질적으로 손발에서 땀이 억수로 난다. 그러니 발냄새가 오죽하겠냐... 내 발은 그렇게 핵무기에 버금가는 위력을 지니게 되었다.

발 상태 와는 상관없이 나도 꽤 많은 것을 알아가고, 실적도 조금씩이지만 늘어갔다.

나는 사람(고객)들에게 말 붙이고 회사 락(문) 뚫는 것은 의외로 잘하지만 상품 설명과 기초지식이 모잘랐다.

동기 녀석은 사회 경험은 나보다 없지만, 카드에 평소 관심이 많고 자사 상품뿐 아니라, 경쟁 업체 상품의 장단점도 공부해서 소화한 괴물이다.

하지만, 회사 락을 뚫는 다는지, 처음 말을 건다든지에 대해서는 서툴르다.

서로 단점과 장덤이 갈리니...

자연스럽게 같이 붙어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갈수록 서로의 잠정을 흡수해서 단점을 보안해나갔다.

그런데도 실적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세상에 국밥 한그릇 밖에 안되는 연회비가 이렇게 사람 발목을 잡다니...

그래서 편법을 쓰는데도 힘들다.(오천원은 저희가 계좌로 싸줄테니...)

학교나 공기관 같은 경우는 이미 타 은행이나 타 지점이 싹 쓸어가서 들어가기는 쉬운데 먹을께 없다. 회사 같은 경우 들어가기는 힘들다.

그러나 막상 들어가면 의외로 시간대를 잘 파악하면 잘 써준다.

꽤 높은 사람이 써주면 그 아랫사람도 잘 써준다. 운만 좋으면 도미노다.

그렇게 해서 사무실 하나에서 8개 넘게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게 받으면 뭐하나?

무슨 놈의 심사가 그렇게 까다로운지...

외국계 은행의 한계다.

3분의 1이상이 심사에서 나가떨어진다.

그럴때면 그 날은 일하기가 싶고 자꾸 술집으로 눈이 돌아간다.

  정신을 차려보면

  동기와 나는 취해서 헤롱헤롱거리면서 회사를 오징어다리처럼 십+ㅅ고있다.

  에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동기에게 말했다.

  "야, 아무래도 넥타이애들만 상대하다가는 굶어죽겠다."

  "하지만 공무원은 공략하기 힘들다고?"

  "후후. 끝까지 들어보게... 흰가운을 조지자. 약사, 의사를"

  "야, 걔들이 얼마나 타산적인데."

  그렇다.

   흰가운 입은 사람들은 타산적이다. 보통 카드영업은 말이 카드 영업이지 감성마케팅이다. 이게 또 말이 좋아 감성이지 실지로는 구걸이다.

상품의 가치보다는 내 스스로를 판다. 예를들어 신입사원입니다. 대학등록금 때문에... 어쩌고저쩌고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건 몇번을 해도 성공을 한다고 해도 기분이 엿같다.

나는 영업을 배우러 온거지 구걸을 하러 온게 아니다.

여기서 아무리 구걸을 해도 안 먹히는 분들이 의외로 사회적으로 프라이드가 높은 양반들이다. 특히 그 중에 흰가운군단은 정말 힘들다. 만나기도 힘들고...

"내게 좋은 방법이 있다네."

다음날 평소 가던데도 기업을 돌다가 여섯시 넘어서 강남의 한 치과를 갔다. 2차 병원이고 대부분 치야 성형을 하러 오는데다.

우리의 목표는 의사.

병원에 들어서니 거의 끝나가는 분위기였다. 대기실에 손님도 없고 간호사들도 한가롭게 커피를 홀짝이며 수다를 떨었다.

나와 내 동기가 들어서니, 간호사 두명이 경게한다.

내 또래로 둘다, 상당한 미색을 갖추었다. 옜날이라면은 그 경계하는 또래 아가씨들을 보면 쫄았겠지만 나는 뻔뻔하게말했다.

"이가 아파서 치료받으러 왔는데요."

그러자 간호사가 경계를 풀면서 상냥하게 웃는다.

빌어먹을 영업인은 이래서 슬프다. 정장 깔끔하게 차려입고 머리에 힘준다고 해도 대부분 외판원인줄 알고 경계한다.

빌어먹을 서류가방...

대충 어금니가 아프다고 둘러대었다. 간호사가 먼저 엑스레이를 찍잔다.

내가 약먹었냐. 이건 의사를 만나는 핑계일 뿐이다.

일단 치료부터 받는다고 급하게 말했다.

진료실에 들어갔다.

간호사가 소독물이 담긴 종이컵을 준다.

이때부터 서서히 긴장이 되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어찌하리오. 기호지세. 주사위는 굴러졌다.

배짱이다.

두근 두근

삼십대 초반의 젊은 원장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들어섰다.

그 소리가 천둥소리 갔다.

의사가 의자에 앉자마자 나는 벌떡 일어나서 외쳤다.

속으로 몇번이나 되뇌였지만...

급하게 일어나서 급하게 고개를 한번 숙이고 급하게 큰소리로 말했다.

"사실은 이가 아파서 온게 아니라. 저희 은행 상품 홍보차왔어요!"

순간 정적.

휴우

후회는 없다 그저 왼팔을 거둘뿐.

벙찐 표정이던 의사가 크게 웃더니...

자기 원장실로 오란다.

됐다.

궁하면 통한다.

대기실에서 동기가 초초한 기색으로 기다리다가 날 보더니 뭐라 말할려 한다. 난 쨉싸게 손ㅇ짓으로 가방을 가져오라고 시킨후 동기랑 같이 원장실로 가서...

신나게 상품을 소개했다.

여기서 나는 한가지 깨달은 것이

나는 정말로 하나 팔아줄줄 알았다.(그것도 비싼 시그니처등급으로)

하지만 현실은 안드로메다이고 결코 하이틴드라마가 아니다.

ㅆㅂ

"사실은 00은행에 내 선배님이 다녀요. 살려면 그 분을 통해서 사야죠. 제가 차를 대접한 것은 상품이 아니라... 젊은 친구 마케팅에 감탄해서에요 껄껄껄."

아~

신은 죽었다 니체

순간 무릎에 진이 빠졌다.

그때서야 후끈 올랐던 열기가 가라앉고 난 성과 따먹은 아담의 기분을 이해했다.

그제서야 현실이 눈에 들어왔다.

무척이나 창피했다.

동기랑 힘없이 문밖으로 나갈려는데... 간호사들이 우리를 힐끗보며 웃는다.

창피했다.

그냥 빨리 벗어날 수도 있겠지만 이대로 나가다가는 듣보잡이가 될 것 같아서

오히려 뻔뻔하게 간호사들에게 갔다.

그녀들이 웃음을 참으면서 나를 본다.

안 돼.

난 용자다. 여기서 무너지지 말자.

"병원 홍보물좀 주세요. 저희가... 아, 아시겠지만 영업합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요. 오늘 실례한 것도 있고 해서 저희 상품 홍보 할때 같이 끼어서 홍보 할께요."

애써 어설프게 미소짓고 홍보물을 한 아름 들고 병원에 나왔다.

나는야 용자(바보)야

"가오가이거~"

병원 계단을 뛰쳐내려오면서 나도 모르게 외쳤다.

진짜다.

동기가 쪽팔리다면서 뛰기 시작했고, 나도 뛰기 시작했다.

그 날 하루는 쪽팔렸고,

혹때려 갔다가 혹만 붙인 날이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 스스로 대견하다.

전에도 올린 이야기 마저 이어요.

리얼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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