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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사천당문

작성자
Lv.52 녹슨
작성
09.12.12 00:07
조회
171

허허벌판에 비무대가 지어지는데 일주일, 주변에 간이객점이 들어서는데 사흘, 노점상이 자리를 잡는데 이틀, 초청석과 관객석이 구별되고 입장권이 매진되기까지 하루가 걸렸다.

꼼꼼하기로 이름높은 사천당문이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 막힘없이 진행된 행사였고, 그 결과 당산평에는 각지의 호걸들이 모여앉아 웅성이고 있었다.

당문주의 이름은 당찬(唐燦). 그는 천하 십대고수에 속하는 무인이다. 또한 무림맹 서장로(西長老)의 지위를 겸하였다. 당찬의 영도아래 당문은 나날이 번창하였으며, 오늘날 사천제일세로서 확고한 입지를 갖춘 상태였다. 당문은 관도와 당산평을 잇기 위해 동산 하나를 허물었는데, 그 뒷처리에 열흘도 채 소요하지 않았다. 당대의 당문은 그야말로 산을 뽑아버릴 정도의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

비무대는 륭창에서 갈아온 청석을 바닥으로 하여 은은한 녹빛을 띄었다. 주위로 좌석과 입석이 구별되어 있고 그 사이 통로에는 몇명의 돗자리장수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좌석과 입석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의자다리가 매우 길다. 하여 돗자리는 좀처럼 팔리지 않았다.

비무대에 가까이 가려면 입장료가 필요했다. 행사를 관리하는 당문 무인들은 왼팔에 완장을 차고 출입자의 신분을 깐깐히 파악하고 있었다.

-환 비무초친 영-

완장의 글씨는 금색 실로 수놓여 있었으며 햇빛을 받아 화려하게 빛났다. 반면 당문인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천하제일미 당문영애의 신랑을 모시는 일이므로 어떠한 변수도 용납할 수 없다.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그들은 빳빳이 긴장하고 있었다.

당찬의 외동딸 당도란(唐桃蘭)은 어려서부터 아름답기로 유명했다. 십세에 사천제일미(四川第一美), 십오세에 무림일화(武林一花), 십팔세 이후로는 천하제일미녀(天下第一美女)라 불리고 있었다. 황실의 소환례에 지목되지 않기 위해서 당문이 지출한 금액이 사천성을 위태롭게 만들 지경이라는 소문이 있을 정도다. 허나 당도란은 이십세가 넘도록 혼처를 찾지 못한 처지였는데, 워낙 눈이 높고 성격이 당돌한 탓이었다.

그녀는 이십사번째 맞선 자리에서 남궁금한(南宮金翰)의 따귀를 때린 이후 그 어떤 혼담에도 응하지 않는 상태였다. 그렇게 혼기를 놓치도록 무공에만 몰두하여 남자 보기를 돌같이 하고 있다가, 기어이 폭발한 당찬이 비무초친(比武招親 : 무예를 겨루어 신랑을 찾는)의 대회를 열기로 한 것이 석달 전이었다.

각지에 초청장이 돌기 무섭게 괴이한 소문이 퍼져나갔다. 대회에 당도란이 참가할 거라는 말이었다. 스스로 우승한다면 하찮은 남자에게 억지로 시집갈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쪽지 한장 남겨놓고 사라진 당도란의 이야기에 당찬은 길길이 날뛰었지만, 그녀의 기행에도 불구하고 대회 참가신청자는 쉴새없이 모여들었다.

당산평이 좁을만큼의 인파였다. 수많은 음색의 목소리와 가지각색의 사투리가 와글거렸고, 그것이 수천명에 이르자 거대한 짐승의 신음소리처럼 느껴졌다. 마치 당찬의 심정과도 같아, 그는 이마를 누르며 한숨쉬었다.

"아직 도란이의 행방은 찾지 못하였는가?"

"본선 진출자 중에 수상쩍은 인물이 몇명 있긴 하오나..."

"확실치 않다?"

"모두 신원은 확실합니다. 다만 개중 몇명이 신변보호와 복장검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으음."

"송구합니다."

"아니네, 자네가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이게 다 도란이가 당돌한 탓이지..."

자신의 딸년을 대령하라고 호통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문의 총관, 당장해(唐將海)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물러갔다.

"계속 찾아보겠습니다."

"그러시게."

이제 대회를 시작할 시간이다. 당찬은 이를 악물고 단상으로 올라갔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소음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사해의 동도 여러분."

낮고 굵은 음성에 경세의 내공이 실리면 우레와 다름없다. 당산평을 쩌렁하니 울리는 당찬의 목소리에 수천개의 시선이 그에게 모여들었다.

"환영합니다. 본인은 당가의 장을 맡고 있는 당찬이로소이다."

오오 당가주다, 역시 사천당문 운운하는 술렁임이 흘러다녔다.

"이 당 모의 과년한 딸을 들이실 영웅을 맞는 자리요. 모두 후회없는 비무를 펼쳐 안계를 넓혀주시길 바라오!"

오오오오! 하는 함성과 함께 흥분한 군중들의 발구름으로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소란이 가라앉을 때 즈음하여 총관 당장해가 단상에 올랐다.

"수백명의 참가자들이 본가에서 예선을 치렀습니다. 그리하여 본선에 진출한 사람은 모두 십육명! 그 중에 영웅 아닌 사람이 없으니 비무대에 오르는 영웅들에게 가열찬 환호를 부탁드립니다!"

또 쓸데없이 오오하는 환호와 발구름이 이어지고, 곧 대회가 시작되었다.

모용감해는 모용세가의 장손으로, 가전무공인 죽음수(竹音手)라는 금나수를 완성하였으며, 약관의 나이로 무림맹의 청룡단장에 지위에 오른 후기지수다. 그러나 쟁쟁한 무명과는 달리 그는 얼굴에 피칠갑을 한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강기(剛氣).. 강기라니!?”

모용감해의 상대 임영박은 태연했다. 그는 신발에 먼지도 묻지 않은 모습으로 뒷짐을 지고 있었다. 모용감해를 멸시하는 기색이 뚜렷하다.

“모용세가의 금나수가 유명하다고 하여 기대를 했건만, 실망이오.”

“네가 감히 모용가를 모욕하느냐!”

“그게 아니라면, 모용공자의 성취가 너무 천한 탓이겠지요.”

임영박은 섬서의 신흥명가 십왕세가의 후계자였다. 십왕세가에는 십종의 무공이 있고, 그 하나하나가 절세의 신공이라 불리고 있었으며, 각 신공의 계승자는 무왕을 자칭하며 무림을 활보하였다. 그러한 십왕의 수장, 일왕(日王) 임영박에게 모용감해의 금나수는 애들 장난처럼 느껴질 따름이었다. 그는 후기지수를 넘어 강호 절정권사에 빛나는 남자였다.

“오냐, 모용가의 금나수를 보여주마! 주거라(朱鉅羅)!”

돌진하는 모용감해의 손가락에 어린 붉은 기운이 그물처럼 임영박을 휘어감았다. 죽음수의 절초, 주거라는 그 살상력때문에 금기로 여겨졌던 수법이다. 순식간에 적색운무가 솟아오르며 임영박의 신형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명박산성(冥縛散星)!”

낭랑한 외침과 함께 임영박의 손끝에서 영롱한 별무리가 퍼져나왔다. 반딧불이와 같은 빛이 주거라의 기운을 빙빙 돌며 포박하는 기세였다. 고도의 금나수가 펼쳐진 것이다. 주거라의 기운이 맥을 잃고 주춤거렸다. 모용감해는 죽음수를 더 이상 펼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팔을 멈추었다. 은색의 팔찌를 찬 것처럼 손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대저 금나수라 하면, 화려한 초식에 앞서 실용적인 움직임을 미덕으로 하는 것이오.”

“웃기지마라! 주거라! 주거라! 주거라!”

모용감해는 비명처럼 외치며 연신 초식을 뻗었다. 허나 임영박의 눈에는 하찮은 발버둥으로밖에 비치지 않았다.

“손모가지가 나가고 싶은건가!”

“크.. 크윽. 죽음수를 얕보지마라!”

“흥, 월광대운하(月光大雲河)!”

명박산성의 별빛이 달빛으로 바뀌었다. 도도한 기운의 흐름이 돌연 모용감해의 전신을 휩쓸고 지나갔다. 임영박은 성왕의 절기에 이어 월왕의 절기마저 펼쳐내며 자신이 십왕세가의 후계자임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는 일왕. 임영박의 본신절기마저 끌어내지 못한 모용감해는 피를 토하며 나뒹굴었다. 모용감해가 뿜어낸 혈흔은 비무대에 넓게 퍼지며 벚꽃의 형상을 이루었다. 그야말로 절정의 내공. 팔대세가의 가주들의 공력에 비견될 신위였다.

“쿨럭.. 쿨럭...”

비참한 모용감해를 내려보며 임영박은 하늘을 올려보았다. 후기지수 중에 그의 상대는 없었다.

역시 도왕, 십왕세가의 반역자, 그가 필요했다. 한반도(寒反刀)의 계승자라면 일왕과 자웅을 겨룰 자격이 충분했다. 도왕과 권왕은 십왕세가에 반기를 들고 모습을 감췄다. 임영박은 세가의 후계자로서 그들을 추적, 징치하기 위해 강호행에 나선 참이었다. 비무초친은 그저 유흥거리에 불과했다. 수많은 무림인이 집결하는 행사를 눈여겨보지 않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도왕.. 어디있느냐.’

모용감해는 용기를 잃지 않았다. 그는 비칠비칠 몸을 일으키며 자세를 잡았다. 그는 당도란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질 수가 없었다. 그러므로 그는 공격을 해야 했다.

“죽음수의... 최후 절초를 보여주마.”

임영박은 쓰게 웃으며 모용감해를 바라보았다.

“대운하를 버텨냈는가? 생각보다 튼튼하군.”

모용세가의 시조, 죽산신수가 남긴 최후의 필살기.

  “죽여주마(竹焒朱麿)!”

손끝에서 용암과 같은 기운이 솟구쳐 뻗었다. 대나무처럼 마디를 이루며 모용감해의 전신을 휘감더니, 자신의 몸을 조이며 옷을 태웠다. 고통이 심할텐데도 모용감해는 내색치 않고 임영박에게 달려들었다. 아직 성취가 미미하여 외부로 표출할 수 없는 기운이기에 그것을 직접 때려박아주겠다는 각오였다.

“강기에 근접했군..”

임영박은 흥미가 동한 얼굴로 모용감해의 눈을 바라보았다. 결사를 각오한 눈빛.

당도란은 월궁항아, 선자, 백매화라 불리는 여인이었다. 여인을 위해 목숨을 거는 인생도 나쁘진 않았다.

“인정하지. 받아쳐주마.”

임영박의 주먹이 허리에 모이며 자세는 굳건히 전방을 향한다.

“사대강파(死薱强波)!”

노도와 같은 강기가 파도처럼 물결쳤다. 죽음의 기운을 내포한 흑색의 파도가 동귀어진을 각오한 모용감해의 죽여주마를 휩쓸어 날려버렸다. 죽여주마의 적색강기가 사기그릇처럼 깨져나가고 옷이 갈갈이 찢어지며 모용감해가 비무대에 나뒹굴었다. 그야말로 패가망신한 모습이 따로 없었다.

“내게 맞서면 이렇게 되는 것이다.”

모용감해는 이빨조차 모두 부러져 피를 꿀럭이고 있었다. 일어서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 모습이다.

“시... 시방새가... (십.. 십왕세가...)”

개방장로 금제동의 항룡십팔장과 청협 손석휘의 백분검도 꺾어낸 신공이다. 젖비린내나는 애송이가 감당할 무공이 아니었다.

“당도란.. 선자라 불린다고 했던가?”

“나흔 아힉 기기 아낙서! (나는 아직 지지 않았어!)”

모용감해의 발버둥을 내려보며 임영박이 차가운 미소를 보였다.

“당선자는 나의 것이다.”

“스.. 승리는 임영박 소협이오!”

당황한 당장해의 선언 이후 의료반이 긴급 투입되었다.

진출자 8인

일왕 임영박 : 필살기 토목공사리배이투

호기심룡 남궁금한 : 필살기 알려주세요

검왕 나경원 : 필살기 국민상연

혈루자 이도경 : 필살기 모두루자

아패로도 계소구 : 필살기 요기잉내

권왕 무명자 : 필살기 투표권

도왕 무명객 : 필살기 대동단결

당도란 : 필살기 만천화우

청룡단장 모용감해 : 필살기 죽여주마 (탈락)

PS : 도웨펀 무시하지 마세요 강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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