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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1 깨비풀
작성
04.02.16 22:37
조회
386

잼나서 퍼왔습니다.

무협을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군요.

암튼 대단한 요한님..

인공진화(Artificial Evolution) (2)

혁명의 구조 : 무협지版 사회진화론, 정파(正派)에서 사파(邪派)의 시대로  

오래 기대하셨습니다.(누가?) 제 맘대로 2막 개봉합니다. 지난 번에도 말씀 드렸듯 이 시리즈 글은 방대하고 잡스런 분야의 아이디어를 비벼놓은 수준이라서 무척 난삽합니다. 한 6~7회 정도가 되지 않을 까 생각하고 있는데 끝까지 읽는 분이 100명 안쪽이라는 데 걸겠습니다.^^ 어떤 분이 지적하신대로 제 글이 무협지와 다를 바 없고, 은유와 비유로 땜빵하면서 결론은 없는 장황한 글로 독자들에게 테러를 가하고 있다고 해서 무척 마음이 아팠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옳으신 말씀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느 천년에 돈 벌면 책으로 써보고 싶은 주제입니다.-_-;;)

다만, 저는 노무현 시대 이후의 대한민국의 비전과 시스템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주로 미래의 모습을 그리려고 노력 합니다. 애는 쓰고 있지만 원하시는 예언자 수준이 아니라서 글마다 결론을 내 드리기는 솔직히 어렵겠습니다. 실제로 능력이 미치지 못합니다. 그저 뿌옇게 이미지를 그려 보는 수준이라고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사실 공돌이 출신이라서 정치에 대해 그렇게 자신 있게 떠들만큼 이론도 지식도 없답니다. 정말 많이, 무척, 대단히 조심스러워 하지요. 기업 생활을 하면서 세상 사는 원리는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느낀 바를 용감하게 쓰는 정도입니다. 원래 자격이 안 되는데 인터넷 덕을 많이 보고있지요. 그래서 제 글에는 인용문이나 무슨 이론이나 무슨 주의라는 말이 거의 없습니다. 아예 모르니까 인용해서 써야 할 필요도 못 느끼고 있는 셈입니다.(_._?)

보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쓰기가 거북합니다. 무슨 포스트 모더니즘이니 신자유주의니, 네오콘이니 진보니 하는 용어들에서는 많이 어지럽습니다. 제 일천한 지식으로는 아무리 쳐다봐도 잘 봐줘야 3원1차 연립방정식거리도 안 되는 내용들 같은데 왜 이리 말을 꼬아 놓았을까. 한국말도 아닌 것이 중국말도 아니고 정의조차 불분명한 용어를 현상 분석이나 논의에 잔뜩 발라 놓은 글은 읽을 때마다 용어가 걸리적 거려서 불쾌함을 느낍니다. 아마 제가 무식해서 그럴 확률이 크겠지만, 그냥 상식적인 선에서 풀어도 메시지 전달이 될 것 같은 데 필자의 뱃속에서 과연 소화되지 않은, 권위에 기대고 싶은, 그래서 미덥지 않은 억지 논리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을까요?

그러나 제 글을 읽으시면서 정말 별거 아닌 공학용어의 나열을 어렵게 느끼시는 분들을 발견하면서 화들짝 놀랍니다. 공학용어는 그 정의가 엄격한 반면 일상용어로 쉽게 풀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아마 인문사회학의 복잡한 개념을 함축한 용어를 쓰는 분들도 같은 심정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금 이해가 갈 것도 같습니다. 복잡한 설명을 위해 저는 비유를 주로 사용합니다만, 어쨌든 제가 인문사회학 용어에서 느끼는 동일한 불쾌감을 독자 분들이 제 글에서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니 어떤 면에서는 이런 종류의 글쓰기가 한계에 온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요즘 고민의 솔직한 핵심이지요. 복잡다단한 시스템을 어떻게 글로 쉽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과연 이 마당은 내 글을 베풀어 놓기에 적절한가. 그렇다고 정치로 주제를 한정하자니 다른 이보다 정치를 잘 알지 못하는 처지에 감히 누구를 설득시키려고 글을 쓰려 하는가. 잘하면 사이비 정치적 수사에만 능한 사기꾼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통스럽지요. 글을 쓸 때 마다 고통을 느낀다면 대관절 왜 쓰나…

그래서 당분간 아예 황당한 테크노 팬터지 & 마카로니 무협지판 정치경제 사회문화 잡설로 확실하게 망가져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뒤에 거취를 결정하려고 합니다. 행여 독자를 무시한다고 오해를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오히려 그 황당무계함 때문에 수준 높은 독자로부터 개망신당할 까봐 두려워서 마음 한 구석에 치워놓았던 주제였기 때문입니다. 항상 머리 속에 남아 경련을 일으키던 설익은 개념들이라서 저 역시 불편하지만, 한번 혼자 노는 글쓰기의 끝을 보도록 하지요. 이 역시 인터넷 글쓰기의 장점이지요. Go man go… Is man is… (갈 넘은 가고 있을 넘은 있고..)

[Episode 2] 두개의 원리: 정파와 사파의 생성과 갈등, 그리고 변증법적 통일

저는 중국의 역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 속에서 천 권이 넘는 책을 읽었고 만 가지가 넘는 지혜를 얻었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은 무협지는 역사가 아니라는 도발적인 언사로 저의 성취를 시샘하고 있었지만 저는 개의치 않았습니다. 무협지처럼 한참 벌여놓고 항상 수습을 못해서 문제지… ^^

<잡담 1 : 신들의 전쟁과 황혼>

가끔 중국 무협지의 시조라 할 고대소설이나 장자나 굴원 등이 지었다는 우화를 보면서 많이 놀랍니다. 그 상상력이나 황당함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이치가 어쩌면 그리도 비슷할까 하는 사실에서 크게 놀라지요. 시나리오는 거개가 비슷합니다. 불교에서 연유했든 도교에서 시작했든 천지조화를 부리는 법사와 도사들, 가공할 신력을 가진 장군들의 모습, 지혜와 덕망을 가졌지만 전사(戰士)로서는 별볼일 없는 리더가 등장하지요. 그리고 하늘 위쪽에서는 부처와 도사, 요괴와 아수라 등 출신의 정사(正邪)를 대표하는 신들의 권력투쟁과정이 지상에서 전쟁의 형태로 대행하게 하는 드라마가 장대하게 진행됩니다.

그런데 사실 내용적으로는 정과 사가 도통 구별되지 않습니다. 똑 같이 나쁜 짓을 했는데 하나는 우리 편이라는 이유로 구질구질한 상황 설정을 통해 용서해야 한다고 하고, 다른 한 편은 도저히 용서가 안 되는 쳐 죽일 흉악무도한 놈을 만들지요. 첫 도입부에 무엇이 선이고 무엇은 악 이다는 명분을 쌓고는 곧바로 전투모드로 들어갑니다. 그 이후로는 가치는 증발하고 전투의 승패가 퍼 질러 놓은 기쁨과 슬픔만이 남습니다. 도사든 스님이든 자랑하는 것이 그 고매한 사상이 아니라 마법 전투력이고 하는 짓도 사마(邪魔)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살육전을 즐깁니다.

묘하게도 이런 구도는 서양의 신화 체계에도 누가 베꼈나 싶을 정도로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그리스 로마 식의 다신교 체제에서는 신을 대리하는 영웅이 등장하고, 온갖 마법을 통해 신들이 인간사에 개입하는 반칙을 저지르면서 인간들의 가치 선택을 강요합니다. 이 신권 시스템에서는 영웅을 제외한 민중은 거의 역할이 없지요. 그래도 다신교 체제에서는 부뚜막에서나 전쟁터에서나 작은 축복이 있고, 최소한 자신의 의사를 대변할 장소를 얻습니다.

그러다가 유일신이 천하를 통일하고 지배하는 중세로 가면 선악의 대립은 더욱 극렬하게 나타납니다. 정치경제 시스템 전체를 지배하면서 자신이외의 모든 신격을 극단적으로 부인하는 야훼, 알라 등 유일신 지배 하에서도, 착한 마법사와 도우미 마녀, 요정의 이미지로 살아남은 군소 방파가 가난한 민중의 마음 속에 자리를 잡아갑니다. 이 사파계열의 신들은 서민들로 하여금 왕자님, 공주님과의 결혼을 꿈꾸게 하면서, 용들과 몬스터를 무찌르는 모험을 부추기면서 그 마음 속에서 신들간 전쟁과 협상을 벌입니다. 이렇게 천상에서 내려온 선(善)이 점점 압제의 상징이 되어가고, 지하로 쫓겨간 악(惡)이 서서히 민중의 정신을 위로하면서 해방자로서의 그 위치를 확보합니다. 마치 현대물리학에서 양성자가 대칭이 깨지면서 중성자로 변하는 모습과 비슷하지요. 정체성의 위기는 곧바로 신의 몰락을 불러옵니다.

물리적으로는 정파의 승리로 게임이 끝났지만 마음 속에서의 전쟁은 거의 역전되고 있다고 보면 맞을 겁니다. 이 전쟁을 통해 아더왕이나 오딘(Odin), 뱀파이어처럼 그 동네 토착 신들과 악마들이 당대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지배하게 되면서 오히려 시대의 주력코드로 등장하지요.

이렇게 그 시대의 미디어라고 할 음유시인과 오페라 명가수의 입으로부터 원래 신이 원했던 가치가 무엇이든 별로 중요하지 않게 다루어지게 되고, 정사(正邪)의 대표들이 인간의 정신 속에서 벌이는 전쟁은 세속의 로망과 얽혀서 몽롱한 꿈으로 통일됩니다. 그래서 중세의 화형에 대해 피의 복수를 다짐해야 할 마법사 해리포터 일당이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괴상한 설정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게 됩니다. 정체 모를 이상한 통일체 만이 그 마음 속에 있지요.

이제 종교적 금기라는 봉인이 풀리면 그냥 일상이 되고 상식이 되는 과정이 진행됩니다. 과연 후세에 과학과 자본주의 경제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물신(物神)들이 등장하여 확실하게 봉인을 풀어버리게 됩니다. 그 뒤에 이들은 자유의 여신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인간의 머리 속에서 확고한 지배기반을 확보하지요. 이윽고 새로운 정파의 시대가 열립니다.

이렇게 신들은 첫번째 전쟁을 마치고 스스로 황혼을 맞습니다.

<잡담2: 죽은 신들의 대리전(代理戰) - 정파와 사파의 갈등과 공존>

어쨌든 무협지든 판타지든 9파 1방류의 견고한 시스템으로 대표되는 정파, 뿌리는 일천하지만 모든 변종을 망라하여 도전하는 온갖 사파가 대립하는 구도가 관전의 포인트입니다. 또한 시간이 갈수록 거의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비슷해지는 흐름을 정신차려서 봐야 합니다. 이 원리는 그렇게 간단한 선악 이분법으로는 나뉘어지지 않는, 신화와 분리되어야 하는 현실의 논리이기 때문입니다.

정파(正派)의 특징은 전통적 가치(소프트웨어)와 잘 짜여진 시스템(하드웨어)으로 표현됩니다. 숭산의 소림사, 화산의 화산파 등 보통 확실한 거점이나 영역을 확보하고 있고, 잘 짜여진 규율과 체계가 있고, 특별하게 믿는 가치가 있고 자기들만의 표식을 가집니다. 또한 까다로운 입문심사와 고달픈 도제과정, 고수로 성장하는 양성 시스템이 잘 되어있고, 경제적인 토대가 갖추어져 있어서 대대손손 그 뿌리를 이어갑니다. 또한 관(官)과는 불간섭 원칙을 지키면서 스스로의 영역을 사실상 점유합니다. 라스베가스처럼 정파 마피아가 장악하고 있는 동네는 잔챙이들이 함부로 놀지 못하니 오히려 치안이 더욱 확실한 지역이 됩니다. 관의 입장에서도 치안 인력과 세수 부족을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고 서로 이해가 일치하니 그들의 자치를 인정해 줍니다.

반면 사파(邪派)는 신흥방파이자 뿌리가 깊지 않지만 귀찮게 지켜야 할 가치도 없고, 하라는 규칙도 별로 없어서 대단히 자유로운 시스템으로 표현됩니다. 주로 강호에서 실전으로 깨져가면서 온갖 꼼수를 배우고 익히며, 희한한 신무기를 개발하거나 습득합니다. 그러다가 배짱 맞는 자들이 걸출한 자를 중심으로 뭉쳐서 조직되면 순식간에 신흥방파로 구역들을 장악합니다. 조직 형태도 천차만별인데 상황에 따라 정파보다 훨씬 강력한 위계질서를 가진 조폭형 조직을 만들거나, 아예 점 조직 형 킬러집단으로 적응하거나 느슨한 전략적 연합체를 구성하거나 아무튼 대장 마음대로 결정합니다. 천성적으로 세력이 약하기 때문에 정규전을 피하고 게릴라전을 주로 수행합니다. 워낙 움직임이 빠르고, 움직임을 예측하기 힘들고, 가장 취약한 곳을 치고 빠지기 때문에 정파입장에서도 돈만 들고 효과가 적은 섬멸전 보다는 어느 정도 상납을 받아가면서 일정한 영역을 인정해줍니다. 그렇지만 조금 큰 다 싶으면 아예 씨를 말리려고 정파가 연합하여 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외형적인 대립과는 달리 이 두 가지 정사 양립구도는 적대적을 넘어서 오히려 시스템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적대적 공존에 가깝습니다. 사파에서 개발하는 새로운 비법과 도전은 언제나 정파를 자극하고 이 자극에 의해 새로운 무예와 기법이 발전됩니다. 막강한 경제력과 축적한 전투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결합한 초식을 쉽게 개발합니다. 또한 별 위험 없이 괜찮은 전용구장에서 실전에 가까운 훈련을 하기 때문에 처음 강호에 출도해도 항상 실력의 우위를 지켜냅니다. 여기에 든든한 간판 마저 있어서 눈길한번 째리면 동네 양아치는 그냥 알아서 찌그러집니다.

반면 사파는 정파가 그들만의 리그를 위해 운영하는 선발 시스템에서 소외시킨 재능 있는 무술가들의 데뷔 무대가 됩니다. 경제적 토대나 출신 성분이 미천하고, 정상적인 교육에서 멀어져 있기 때문에 평균적으로는 실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동네 양아치 수준으로 비열한 방법도 서슴지 않습니다. 그러나 워낙 수가 많아서 사파 가운데에서도 수 없는 실전을 거쳐 고수의 반열에 오른 자들은 정파고수에 뒤지지 않는 정말 대단한 실력에다 필살기 하나 쯤은 갖추게 됩니다.

이 정파와 사파의 갈등과 전쟁은 놀랄 정도로 일정한 패턴을 보여줍니다. 보통 역사에서 정파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어서 규칙이 작동하고 있는 기간을 태평성대라고 부릅니다. 지배적인 가치가 생기고, 정책과 경제는 예측가능하며, 행동은 적절하게 통제됩니다. 그렇지만 정파의 지배력이 공고해지면서 자원과 인재가 집중되는 과정이 반드시 진행됩니다. 이러한 집중은 정파에 속한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을 시스템에서 소외시키고, 점점 인당 가용 자원의 부족상황을 조성합니다. 이 두 가지 과정은 정확하게 동시에 진행됩니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살길을 모색하는 과정을 통해 긴장이 조성되게 되는데, 보통 이 상황이 난세로 갈지 현상유지를 할지 아니면 중흥을 이룰지 세가지 길이 주어집니다. 이 상황을 예측하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작업은 아닙니다. 보통 그 시대에 깨어있는 자들은 그 기운을 예민하게 측정하고 실제로 전개될 방향까지 감지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제갈량이나 소진 등을 대표선수로 하는 재야 전략가들, 혹은 제대로 된 토론과 사고 훈련을 받은 자들이 이 즈음에 등장하지요.

그들이 시대 방향을 가늠할 가장 정확한 근거로 삼는 것은 역시 민심(시장 동향)입니다. 실제로도 가장 정확합니다. 측정기준은 거의 경제적 체감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시스템 전체의 경제성장 속도보다 정파가 자신의 부를 끌어 모으는 속도가 훨씬 크다면 절대적인 후생수준의 희생을 초래하기 때문에 민심은 그 시스템에 저항하게 되고, 어떻게든 회피 수단을 찾아냅니다. 이는 유민을 증가시키고, 자산을 시스템 밖에서 운영하고자 하기 때문에 사파 기술의 급격한 성장을 초래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발동되면 시스템 전체의 위험이 극적으로 커지게 됩니다. 그래서 대부분 빠르게 난세로 가기 쉽습니다.

만약 정파가 충분히 현명하다면 시스템은 장기간 안정됩니다. 또한 시스템이 충분히 열려있다면 점진적으로 개선됩니다. 시스템이 닫혀있는데다가 치안과 군대에 돈이 몰리는 징후가 보이면 그것은 조만간 몇 개의 작은 전쟁과 한 번의 큰 혁명이 일어날 것을 예고합니다.

이렇게 태평성대가 선포했던 지배적인 규칙이 더 이상 동작하지 못할 정도로 망가질 때를 난세라고 합니다. 난세에는 그 변화의 속도가 무척 빠르고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파가 주도권을 잡습니다. 수십 수백개의 세력들이 명멸하고 이합집산과 정치적 실험을 거듭하면서 주력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정파(正派)가 될 씨앗들이 자라기 시작합니다. 혼란스런 선택과정이지만 만약 가치를 다투는 종교전쟁이나, 시스템 원리의 변경을 필요로 할 정도로 새로운 성격의 등장을 요구하는 전쟁이라면 혁명전의 성격으로 전개됩니다.

현대에 들어와서 정파와 사파의 갈등과 협력구조는 정규군과 비정규군, 전통과 혁신, 보수와 개혁, 대기업과 중소기업(벤처)의 형태로 진화합니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처음 들어가면 물 떠오는 일, 복사하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사훈과 사가를 외치면서, 사수를 쫓아다니면서 허드레 일을 처리하고 어깨너머로 배우고, 교육 프로그램에 따라 직무지식을 익히게 되지요. 오랜 기간동안 업무지식이 쌓이면 조직을 다루는 일을 배우게 되고, 정보를 다루고 해석하는 일을 하면서 의사결정에 접근합니다. 순전히 회사간판을 믿고 중소기업을 제압하면서 강호 경험을 쌓아갑니다. 그리고 부장이나 임원쯤 되면 정말 대단한 고수로 인정 받지요. 고수로 갈수록 사훈에서 주장하는 고상한 가치와 추악하고 야비한 실적 증대 사이에서 번민하게 되지만 항상 자신을 변호할 정도로 아름다운 통일을 만들어 냅니다. ‘모두가 국민과 고객을 위한 일이었습니다. ^^’

반면, 사파라고 해야 할 중소기업과 벤처는 초장부터 운명이 다릅니다. 자금도 인재도 시장도 없는 처지라서 한쪽 만 죽어라 파야 되는데, 웬만한 땅은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데다 맛있어 보이는 시장은 싹수를 내미는 즉시 밟혀 죽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엄청난 유연성을 태생부터 키우면서 성장합니다. 새까맣게 많이 태어나지만 백에 여덟은 몇 년 내에 죽어나갑니다. 여기에 소속된 사람들도 입사 즉시 실무에 투입되고, 변변하게 일을 가르쳐주지도 않으면서 거의 혼자 힘으로 문제를 해결해가야만 합니다. 전후좌우를 잘 모르니 머리 써서 한다고 했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대형사고를 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깨지면서 몇 년이 지나면 그 바닥 물정을 빠삭하게 꿰면서도 웬만해서는 별로 놀라지도 않는 뻔뻔한 인간이 탄생합니다. 즉 사파의 고수가 되어가는 과정이 나오지요. 이 정도면 대기업 정파고수와 붙어도 절대로 밀리지 않습니다. 보통은 거들먹거리는 대기업 대리나 과장 나부랭이를 놀려 주면서 소일하고 있지만… (물론 속으로 ^^) 그 내공은 웬만한 임원 들과 맞짱을 떠도 밀리지 않습니다. 물론 이론은 조금 약하지만, 경험으로 밀면 거의 이깁니다.

이렇게 예나 지금이나 동작 원리가 놀랄 정도로 비슷하지만, 현대에 들어와 상당히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정파와 사파의 변증법적 통일이라고 보고있습니다. 이제는 정파의 기반이라 할 전통이 기능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스템 변화의 속도가 빨라졌고, 사파 역시 정파적 가치를 수용하지 않는 한 단칼에 갈 수 있는 위험이 커져서 둘이 급격하게 비슷해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원리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시스템이 돌아가는 속도와 동기(Synchronize)시키지 않으면 시스템에서 튀어 나가게 될 것이라는 새로운 현실입니다. 바로 ‘영구화된 변화와 혁신’이 정사 양파의 미래의 모습이 될 것이고, 둘을 서로 구별할 수 없는 이상한 통일이 이루어 질것이라는 것입니다.

앞서 열거한 정파와 사파의 동작원리에 추가해야 할, 어쩌면 가장 중요한 원리는 시간과 주기를 다스리는 방식의 차이 일겁니다. 사실 시간이야 말로 정사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인입니다. 이 부분은 너무도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다른 글에서 상세하게 분석할 것입니다. 그래도 그냥 넘어가기는 섭섭하니 주요한 예고편 아이디어를 다음과 요약합니다.

시리즈 1편에서 저는 통계역학적 원리를 차용하여 무작위 주사위 놀이가 어떻게 불평등하고 구조적인 공간적인 점유율과 세력을 만들어내는가를 이야기 했습니다. 무작위가 만드는 놀라운 질서에 의해 우리가 관찰하는 현상은 해석이 가능해진다고 보았지요. 이 접근은 현상의 단면을 보는 방법입니다. 어떤 관점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진짜 질서와 가짜 질서를 구별하는 단서가 생기지요.

다음에 다룰 주제는 시간입니다. 주로 사회적 주기(Cycle)가 어떻게 큰 파동을 만들어 내고, 어떻게 진전되는가의 통찰입니다. 주로 주기함수를 일상 함수로 변환하는 푸리에 급수(Fourier series) 의 원리가 차용될 것입니다. 하루, 일주일, 한달, 1년, 3년, 5년, 30년으로 펼쳐지는 개인 주기, 정파와 사파가 인식하는 법인 주기, 금융과 화폐, 실물의 회전속도로 표현되는 경제주기, 보수, 혁신의 교차와 선거로 표현되는 정치주기, 기술과 컨텐츠의 유통으로 드러나는 기술주기 등 복잡한 사회적 파동들이 만들어지는 밑바닥 모습을 살펴보게 될 것입니다. 이 접근은 힘의 방향, 질서의 방향을 파악하는 방법입니다.

그 다음은 시공의 통합이 될 것입니다. 주기와 파동은 항상 공명(Resonance)을 일으키거나 소멸을 불러오면서 공간 자체를 역동적으로 바꾸어버립니다. 선에서 면으로, 면에서 체로 이어지는 공간의 구조가 드넓은 공간 속에 지배세력이 모여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텅 비어있는 과거의 구조에서,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이 소외된 공간을 촘촘하게 엮어가고, 그 유통 속도가 빨라지면서 공간과 거리 자체를 없애버립니다. 그래서 드디어 실체가 생겨납니다. 저는 이 실체를 장(Field)의 원리를 차용하여 해석할 것입니다. 전기장과 자기장이 전자기장으로 통합되듯, 우리의 시대정신과 정치경제적 공간은 새로운 관점으로 서로를 쳐다보게 될 것입니다. 네트워크 자체가 거대한 공간의 에너지 파동으로 스스로를 드러내는 새로운 통일이 됩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아무튼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하니…

요한3장3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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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2 이벤트는 무엇이든지 키워준다-ㅁ-;;(개인생각) +2 Lv.15 千金笑묵혼 04.02.17 179
19291 오늘 배치고사 치고 왔습니다,ㅎ +5 Lv.1 소우(昭雨) 04.02.17 182
19290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여섯단어 +5 Lv.1 술퍼교교주 04.02.17 286
19289 첫사랑이란게 참 요상해서.. +15 Lv.1 illusion 04.02.17 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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