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완성 전에는 정담란 출입을 자제하려 했지만(너무 중독성이 강해) 아래 글을 보니 터질 것 같은 열혈(熱血)을 참지 못하고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일진...
말만 보면 진짜 폼나는 단어지요.
그런데 내실을 보자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저도 머리가 커 보니 알겠더군요.
그 당시 저희 또래가 했던 비행이 얼마나 유치한 것인지 말입니다.
사실 일진이라고 해봤자 좋은 것 하나도 없습니다.
장점이라면 질 안 좋은 친구들이 양산되는 정도일까요?
일진이라고 하면 매일 싸움만 하는 것?
그것은 아닙니다.
일대일, 피끓는 사투.
그런 것 일절 없습니다.
녀석들의 싸움은 언제나 패싸움입니다.
학교 대 학교의 패싸움 말이지요.
정정당당이고 뭐고도 없더군요.
진짜 일대일 남자의 대결 같은 것, 제 학창시절에 한해서 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매일 나누는 이야기는 소모적인 연예인 이야기나 음담패설 정도일까요?
(그 당시에는 디아블로2 초창기라 디아블로나 리니지 이야기로 수업을 지세우던 기억이 나는군요.)
나이트에 나이 속이고 들어가 봤자 돈만 깨지고 재미도 없고 피시방에서 학교 빼먹고 밤 새는 것도 종래 후회가 되는 경험이었지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때의 경험은 백수가 되기 위한 기초 훈련이 아니었나 생각되는군요.
(차라리 멋진 깡패라면 한이 없겠습니다.)
고 2때인가?
일진이라고 어깨 좀 피고 다니던 녀석이 하나 있었습니다.
(편의상 L군이라 명합니다)
그다지 친하지는 않았지만(성격이 워낙에 나대는 스타일이라 저하고는 궁합이 맞지 않더군요) 그렇다고 싫어하는 녀석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거슬리는 것은 수업 시간에 선생님에게 대드는 정도랄까요?
(수업을 좋아했다기 보다 녀석이 나대면 교실 전체가 시끄러워져 잠을 잘 수가 없었기 때문에...였다는 불순한 이유입니다. 사실 좋아하는 수업인 국사 시간이나 국어 시간에는 저도 잘 들었지요.)
만만해 보이는 선생님 한명이 있으면 수업 시간 내내 방해를 하는 것이 녀석의 수법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윤리 선생님(성격도 좋고 나이도 어린 편이라 학생들과 터울없이 지내서 인기가 많았습니다)을 골탕먹이다 상스러운 말이 튀어나온 것 입니다.
아마 "18" 이었던 것 같군요.
물론 선생님을 향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주변 친구등을 향한 것이었죠.
그런데 이 날 녀석은 비오는 날 먼지나도록 맞았습니다.
윤리 선생님이 어찌나 화가 나셨는지 녀석의 머리 끝을 잡고서 교실 뒤로 집어 던지시더군요.
(저는 그 분의 호리호리한 몸매에서 그런 괴력이 발휘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빗자루 하나를 집으신 선생님의 잔인한 유린이 시작된 것 입니다.
"악, 끄아어에야! 아흑, 크흐흑! 꺄흣!"
위와 같은 신음성이 교실을 매웠습니다.
아픈 부분은 골라서 치시더군요.
때리는 것에 멈추지 않고 찌르고 후비는 공격은 가히 무림일절로 평가받을 정도였으니까요.
잠시 후...녀석은 놀랍게도 울면서 선생님에게 무릎꿇고 빌었습니다.
한 번만 봐달라고 말입니다.
아무리 죽도록 맞아도 남자라면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입에 담은 것 입니다.
그러고도 다음 날이 되자 성격 어두운 아이들을 쥐잡듯 헤집고 다니는 녀석이 L군이었습니다.
뭐, 이 정도입니다.
사실 폼 잡고 다녀도 내실은 아무 것도 없지요.
(대부분의 일진이 이런 근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상식하에서는요. 이것은 독버섯과 같아서 전승되고 퍼지면 퍼졌지 낭만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생각합니다.)
근성도 없고...
-근성이란 것은 참을성에서 나오는 것 입니다. 학교 다니기 싫어 규칙을 어기는 자가 어찌 참을성을 논할 수 있겠습니까. 럭키짱의 근성은 진정한 사나이의 근성에서 벗어나는 저질 근성입니다.
의리도 없지요.
-진짜 의리가 무엇인지는 사회에 나가서 연락을 한 육개월 정도 끊고 있다보면 알 수 있게 됩니다. 자기 사는 것도 바쁜 실정에서도 상대방을 잊지 않고 교분을 맺을 수 있는 이해심. 그것이 바로 진정한 의리라고 할 수 있겠지요. 참고로 제가 고교 시절 어울리던 녀석 중 지금까지 연락하는 친구는 단 두명입니다.
일진이라고 해서 늑대라고 할 수도, 평범한 일반 학생이라 해서 순진한 양이라고 할수도 없는 것 입니다.
사실 모두가 생각하는 일진의 이미지(뽕 맞고 학교에 두 명이 들어가 세명이 나오거나 사람 반 죽이는)를 가진 막 나가는 학생들은 학교에 구애되기 보다 주유소나 나이트 기도(전문 용어입니다)로 활약하는 편이더군요.
근처 야산(혹은 뒷산)을 한번 가보십시오.
그런 부류의 사나이와 여인네들을 자주 접하실 수 있을 것 입니다.
대신 상당한 위험은 감수하셔야겠지요.
(싸움도 싸움이지만 멀쩡히 지나가다가 뒤통수를 얻어맞으면 장사가 없습니다. 영화에서 맥주병, 소주병으로 얻어맞고도 주인공은 잘도 일어나던데 실제로 맞으면 거의 사망이니까요. 둔기로 얻어맞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파편이 머리에 박혀 출혈을 일으키니 더 무섭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 시기 때의 우리, 나이에 비해 꿈도 비전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싸움을 잘 해봤자 지금에 와서는 남는 것도 하나도 없고...
(제가 싸움을 잘했던 것은 아닙니다. 저는 도구 숭배파라서요)
오히려 그 때의 안 좋은 버릇들이 지금 살아가는데 방해가 되더군요.
(싫은 소리 들으면 눈을 흘긴다던가...그런 버릇 들 말입니다.)
*추신1*
친구 한명과 소주 두병 들고 뒷 산에 올라갔는데 위와 같은 경우를 당했습니다.
봉지에 얼굴을 처박고 있는 것을 보아선...같은 경우인 것 같은데.
옆에서 호응하고 있는 여인네들이 안타깝더군요.
보기 드문 미모였는데...
아, 꽃 다운 그녀들은 그렇게 갔구나.
*추신2*
막 나간다고 해서 인생은 멋져지지도 아름다워 지지도 않습니다.
레일 깐 인생이 얼마나 행복한지는 망가져 봐야 절실하게 깨닫는 법이지요.
일진에 대한 환상, 정말 부질없는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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