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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달마님께서 보고 계셔

작성자
Lv.33 로르샤흐
작성
03.11.05 01:55
조회
167

달마님께서 보고 계셔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우렁찬 경 소리가 맑게 갠 하늘에 메아리친다.

경내로 나서는 승려들이 오늘도 활기찬 웃음을 띠고 산문을 지나간다.

세상사를 모르는 몸과 마음을 회색 가사로 감싸고.

가사에 세운 줄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손은 가지런히 합장한 채 조심스레 움직이며, 아무리 급한 일이라 해도 함부로 뛰지 않는 것이 이 곳에서의 몸가짐이다. 조신한 몸가짐을 잊은 채 졸랑 졸랑 뛰는 승려란 철 덜든 사미승 정도 밖에는 없다.

소림사.

495년 북위 효문제 시절 발타 선사가 창건한 임제종의 중심지이자  천년 무림의 원조이자 상징과도 같은 곳.

숭산, 하늘이 내린 이 수려한 곳에서 달마님께서 지켜보시는 가운데 나한권에서 소림 72절예까지 끝없는 수련을 받을 수 있는 승려들의 정원.

시대는 변하여 남북조의 혼란을 넘어서 천년이 넘어 명이 건국된 오늘날에도, 수십 년을 수련하면 튼튼히 단련된 무림 고수들이 일류 숙수들이 뽑아낸 면발만큼이나 쫄깃하게 나온다는 소중한 곳이다.

그 -공견은 그런 평범한 승려 중 한명이었다.

- 가슴설레는 초하루-

"잠깐 기다리게."

새로운 달을 맞는 어느 날.

소나무 길 끝에 있는 두 갈래 길에서 누군가가 공견을 불러세웠다.

입설정 앞이었으니까 순간 달마님께서 부르셨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맑고 곧은 목소리였다.

누군가 말을 걸면 먼저 멈춰선 후 '예'하고 대답하면서 몸 전체를 돌려 돌아선다. 갑작스런 일이라도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 더군다나 머리만으로 '돌아본다' 같은 행동은 승려로서 실격이다.

그러니까 돌아서서 상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본 후, 가장 먼저 무엇보다도 웃는 얼굴로 나무아미타불-

  하지만 안타깝게도, 공경의 입에서 '나무아미타불'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

  그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한 순간 말문이 막혀 버렸기 때문이다.

  겨우겨우 튀어오르지 않았던 것은 소림 승려로서 품위없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평소부터 마음가짐을 단정히 한 성과. ......가 결코 아니다. 너무나도 놀라서 행동이 따라가지 못한 채 순간 북해빙궁의 얼음같은 장력을 맞은 꼴이  된 것 뿐이다.

  "저기...빈승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지?"

  겨우겨우 자력으로 반 쯤 열양지기를 올려 해동한 후 공견은 반신반의하며 물어 보았다. 물론 그의 시선 끝에 자신이 있는 것과 그 연장선상에 아무도 없는 것은 이미 확인한 일이지만 역시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불러 세운 것은 나. 그 상대는 자네. 틀림없네."

  틀림없다, 라고 해도. 아니 틀렸습니다 라고 대답하고는 도망쳐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째서 말을 걸어 온 건지 짚이는 것이 없는 만큼 머릿속은 주화입마 직전이었다.

  그런 공견의 사정 같은건 알 리 없는 그 사람은 살짝 미소를 띄우며 똑바로 공견에게 다가왔다.

  항렬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가까이에서 얼굴을 뵐 일 같은 건 없었다. 제대로 목소리를 들어 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깔끔하게 반짝이는 머리는 어느 샘물의 물을 쓰는 건지 묻고 싶어질 정도로 매끈매끈하다. 머리칼을 깎은 게 아니라 아예 머리칼의 뿌리 자체가 없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선장을 공견에게 내밀었다. 영문도 모르고 받아 들자, 빈 양손을 공견의 목 뒤쪽으로 돌렸다.

  '~!!'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순간 알지도 못한 채 공견은 눈을 감고 머리를 꼭 움츠렸다.

  "묵주가 비뚤어져 있잖은가."

  "엣?"

  그렇게 말하고, 그 사람은 공견에게서 선장을 돌려받자 "그럼 이만" 이란 말을 남기고 먼저 대웅전을 향해 걸어갔다.

  뒤에 남겨진 공견은 상황이 점점 파악됨에 따라 마치 열양진기가 가득찬 내단을 먹은 기분이 되었다.

  틀림없어.

  나한전, 불류 님. 통칭 <花面無敵>.

  아아, 법명을 입에 담는 것만도 과분하다. 저같은 사람의 입으로 그 법명을 말해 버려도 괜찮은 것일까요. --그런 기분이 되어 버리는, 모든 무승들의 흠모의 대상.

  '그런...'

  부끄러움에 흡성대법에 당한 양 쫄아들기 직전이다.

  '이럴 순 없어'

  공견은 한동안 망연히 서 있었다.

  동경하는 이와 처음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이렇게 부끄러운 상황이라니. 너무해.

  달마님 심술쟁이.

  분함 섞인 눈으로 바라본 달마님은 평소와 다름없이 정결한 미소를 띄우고서 입설정 중앙에 가만히 앉아 계시는 것이었다.

[계속.... 이지만 예정 없음]

이 괴이한 것의 정체를 알려면

난데없이 마리미떼 열풍 i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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